국내여행/임진강일기

표고버섯을 보면 생각나는 개구리부부

찰라777 2013. 4. 24. 06:24

 

금년에도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것이 표고버섯이다. 뒤꼍에 놓아둔 참나무에서 표고버섯이 주렁주렁 열려 있질 않은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첫 수확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우산처럼 생긴 버섯을 내밀고 있는 참나무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마침 우리가 담근 간장상태를 봐주시려고 연이 할머니가 집에 오셨는데 표고버섯을 보시더니 깜짝 놀라신다.

 

"세상에! 버섯도 다 키우세요?"

"네, 조금 키우고 있어요."

"아니, 어디서 이런 참나무를 구했어요?"

"여기서 아주 먼 소록도 근처에서 구했답니다."

"소록도에서?"

 

 

 

 

 

아내와 나는 표고버섯을 따서 광주리에 담았다. 표고버섯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전달된다. 우리는 수확한 표고버섯을 반으로 나누어 연이 할머니에게 드렸다. 귀한 버섯을 그렇게 주면 어뜩하냐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시는 연이 할머니에게 버섯이 든 비닐봉지를 안겨드렸다. 우리가 늘 신세를 지고 있는 유일한 이웃이 아닌가. 연이 할머니는 장맛을 보더니 잘 숙성이 되었다고 하시며 이제 된장과 장을 갈라도 되겠다고 하시며 내려가셨다.

 

수확을 한 표고버섯을 바라보노라니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개구리집이 생각이 났다. 이 참나무는 2년 전 개구리 집과 함께 남해 거금도에 있는 송광암에 갔다가 가져온 것이다. 개구리집 김 선생님이 송광암 주지스님과 인연이 있어 여행도 할 겸 함께 갔었는데, 스님께서 몇 토막 준 것을 구례에서 키우다가 이사를 올 때 이곳 연천가지 가져왔던 것.

 

 

 

송광암에는 상당히 많은 표고버섯을 기르고 있었는데 개구리 집과 나누어 가지라고 스님께서 주셨는데, 자동차에 많이 실을 수도 없었다. 개구리 집은 몇 개 되지도 않는 것인데 우리보다 키우라고 다 주었다.

 

개구리 집 김 선생님은 미국에서 살다가 네팔 여행 중에 포카라에서 우연히 송광사 주지스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자락도 좋아요. 한국에 오시거든 한 번 들리세요." 그 말을 남기고 해어진 후 몇 해가 지난 어느 해 겨울 그는 정말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지리산 쌍계사 근처 암자에 있는 그 주지스님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 암자에서 스님과 함께 겨울 한철을 나게 되었다.

 

겨울 한철을 지리산 암자에서 지내고 나니 문득 한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지리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요량으로 쌍계사 근처에서 빈농가를 세를 내어 살게 되었고, 급기야는 지금 살고 있는 개구리 집터를 구해 15평 정도의 작은 오두막을 손수 짓게 되었다는 것.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개구리집이 구례 섬진강 변으로 이사를 오게 된 인연도 참으로 묘하다. 김 선생님은 원래 사이클 선수로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살아오던 중 마음에 갈등을 느껴 네팔에서 한 2년 정도 수행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포카라에서 만난 스님의 한마디에 구례까지 와서 살게 된 것이다.

 

구례에 살 때에 나는 그 집에 화목 보일러를 구경하러 우연히 개구리 집에 갔다가 김 선생부부를 알게 되었다. 김 선생은 지금 부인을 송광암 주지스님의 소개로 알게 되어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쌍계사 암자에 계시던 주지스님이 거금도 송광암 주지로 가게 되어 그곳에 갔다가 서울에서 템플스테이를 온 지금의 부인을 만나 부부의 인연까지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텔레비전도 전화도 자동차도 없다. 모든 반찬은 200여 평 되는 텃밭에서 재배하여 조달을 한다. 두 부부는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나무로 개구리 조각을 깎아 만든다. 마치 스님처럼 수행자의 생활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한 달 생활비는 15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지리산에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표고버섯을 간장에 찍어먹다 보니 개구리부부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 집에는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었다. 난방시설도 화목난로 하나로 해결한다. 원룸처럼 생긴 작은 집에는 방에 달린 작은 거실에 부엌, 서재, 차실이 함께 있다. 가구는 일체 없고 그가 손수 만든 작은 탁자가 책상 겸 밥상으로 쓰고 있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무소유란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개구리 집에 비하면 우리 집은 가진 게 너무 많다.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는 물건들이 즐비하다. 늘 수행자의 자세로 살아가는 개구리부부가 보고 싶다. 다음에 섬진강에 가면 막걸리 두어 병 사가지고 꼭 개구리 집을 방문하리라. 유난히 탁주를 곡차처럼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2013.4. 18 표고버섯을 수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