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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마음에 걸림이 없어질까?.

찰라777 2013. 9. 2. 03:53

지리산으로 떠나는 2박3일 힐링여행②

TV도 컴퓨터도 없는 산사...핸드폰도 긴급전화만 되는 곳 

 

▲멧돼지가 출현하는 숲속

 

▲미타암에서 내려다 보이는 섬진강

 

 ▲화엄골에 드리워지는 노을

 

 ▲장독대

 

 ▲차방

 

▲산사 텃밭에서 따낸 고추

 

 

심무가애(心無罫碍)

마음에 걸림과 장애가 없으며

 

화엄사 입구에 들어서면 이 글자를 새긴 입석을 보게 된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경전으로 마음에 걸림과 장애가 없다는 뜻이다. 불교의 핵심경전인 반야심경에서는 "걸림과 장애가 없으면, 두려움이 없다(무가애고 무유공포 無罫碍故 無有恐怖)"고 설파한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데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두려움이란 무엇인가? '걸림과 장애'다. 마음에 항상 걸리적 거리고, 무슨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마음 속에 "나"라는 실체가 있는한 인간은 항상 걸림과 장애로인해 두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을까? 그것은 "텅빈 마음(空)"을 익히는 것이다. 수많은 수행자들이 이 "텅빈 마음"을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행을 해야 마음에 걸림이 없어질까? 모르겠다. 범부가 어찌 이 엄청난 진리를 알 수 있겠는가. 죽을 때까지 화두로 삼고 수행을 해도 모를 일이다. 수백km를 오체투지를 하며 라사로 가는 티베트의 수행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오체투지를 할까?

 

▲지리산 미타암으로 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화엄사로 들어가는 길은 푸른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나무 터널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조금은 단순해진다. 나는 지금 지리산 중턱에 있는 작은 암자인 미타암으로 가고 있다. 미타암으로 가려면 연기암으로 가는 비포장도로를 가게 된다.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의 터널이 더욱 짙게 이어진다. 신선한 공기가 차창으로 스며든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속세의 복잡한 일들이 잊혀져 간다. 물소리, 바람소리가 있을 뿐, 다른 소음이 없다.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약 400m 고지에 <미타암>이란 입석이 나온다. 암자에 들어서니 사방이 고요하다. 들리는 건 물소리 바람소리 뿐.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한다, 작은 법당에는 작은 부처님 한 분이 모셔져 있다. 불상 앞에는 경전 한권, 목탁, 죽비가 전부다. 그 흔한 불전함도 없다. "심플" 그 자체다. 

 

▲작은 법당엔 작은 부처님 한분, 목탁, 죽비가 전부다

 

잠시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들어 본다. 온갖 잡념이 물소리 바람소리를 따라 다가왔다가 가물가물 사라지곤 한다. 범부인 주재에 어찌 잡념이 없겠는가. 한동안 고요히 앉아 있으니 몸과 마음이 단순해지고 저절로 쉬어지는 것 같다. 단순한 것은 역시 좋은 것이다.

 

법당을 나오니 보살님이 법당 오른쪽에 있는 방을 쓰라고 한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쾡~하니 그냥 네모난 방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여장을 풀고 손발을 씻고나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 530, 공양(저녁밥)을 먹으라는 종소리가 들린다.

 

▲된장국, 호박잎, 김치, 매실장아찌에 밥 한 그릇이 단정하게 차려져 있다

 

법당 아래 요사로 내려가니 된장국, 호박잎, 김치, 매실장아찌에 밥 한 그릇이 단정하게 차려져 있다. 밥맛이 꿀맛이다. 차려진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지않았던가.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릇이 깨끗하다 

 

저녁상을 물린 후 잠시 경내를 산책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방. 핸드폰도 긴급전화만 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조금은 허전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곧 마음이 편안해지고 쉬어지는 것 같다. 갖가지 문명의 이기는 편리함도 있지만, 이로인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시달림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는가?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방에서 책을 읽다가 곧 잠이 들었다.

 

 

우리는 네모난 방안에 벌렁 누워서 잠시 뒹굴다가 모두 약속이나 한듯 책을 접어들었다 고요한 산사, 나무, 계곡…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쉬어가는 곳, 마음까지 쉬어가게 해주는 곳...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이 단순해져가는 것 같다, 단순함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준다. 그러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없애려면 우선 생활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산사. 우리는 그렇게 엎어져 책을 읽다가 9시도 되기전 그대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