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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17]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탁상사원

찰라777 2014. 1. 27. 07:52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탁상사원

 

▲ 해발 3120m에 높이 900m의 수직 암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탁상사원은 8세기경 부탄에 불교를 처음으로 전한 구루 파드마삼바바가 암호랑이를 타고 명상을 했다는 장소로 부탄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부탄의 심벌이다. 파로밸리 해발 2940에서 전망대에서 바라본 탁상사원 전경.

 

 

파로벨리에 펼쳐진 샹그리라의 세계

 

헐떡거리며 해발 2940미터의 전망대에 올라서자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호랑이 둥지Tiger's Nest'라고 불리는 '탁상Taktsang'곰파(사원)가 높이 900m의 거대한 수직바위 중간에 제비집처럼 매달려 있었다.

 

해발 810m에 위치한 북한산 인수봉 바위(높이 약 200m)만 보아도 아슬아슬 한데, 높이 900m의 거대한 수직 암벽위에 제비집처럼 걸려있는 사원(해발 3120m)은 정말 불가사의한 모습이다.

 

이곳이야말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묘사된 샹그리라가 아닐까? 중국 차마 고도에 위치한 중뎬, 티베트 카일리스의 구게왕국, 인도 라다크 등 여러 나라에서 서로가 자기나라에 있는 명승지가 샹그리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필자가 본 경험으로는 이곳 파로밸리에 들어선 탁상사원이야말로 힐턴의 소설의 무대와 가장 흡사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 성은 이상하고 거의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현란한 빛깔을 뽐내는 일군의 높은 누각이 라인지방의 성처럼 부자연스런 굳건함이 아니라 험준한 절벽위에 핀으로 꽂은 꽃잎 같은 우아함을 가지고 산허리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화려하고도 절묘하였다.'(제임스 힐턴, 잃어버린 지평선 중에서)

 

제임스 힐턴이 묘사한 샹그리라에 대한 풍경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파로 밸리가 힐턴이 묘사한 <푸란달의 골짜기>와 아주 유사하게 보인다. 샹그리라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다. 힐턴이 묘사한 샹그리라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200세를 넘게 살고 있으며, 100세는 아이 취급을 받는 지상의 낙원이다.

 

티베트인들은 샹그리라를 '샴발라Shambhala'라고 말한다. 샴발라는 불국정토, 즉 피안의 세계이며, 이는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理想鄕'의 세계이다. 칼라카크라 탄트라의 한 주석에는 '샹발라는 필요한 때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인류의 지혜가 시간과 역사의 파괴 및 부패로부터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고 서술하고 있다.

 

수많은 구루(영적인 스승)들이 샴발라로 가는 길을 묘사한 바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 같이 지적하는 점은 오직 깨달음을 얻은 존재들, 고도의 영적인 훈련을 받은 요가수행자들만이 그 도상에서 물리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도자는 샴발라가 진실로 존재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일생동안 선행으로 공적을 쌓아야 하며 세속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다.

 

탁상사원은 파로 밸리 계곡 밑에서 900미터 이상 치솟은 깎아지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파로 밸리 밑으로는 넓은 들판이 있고 부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공항도 바로 이곳 파로에 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탁상사원은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세계, 즉 샴발라의 세계처럼 보인다. 욕심이 없는 세계, 번뇌와 다툼이 없는 세상, 기아와 고통이 없는 그런 세상…

 

밀라레빠와 수많은 선지식이 명상을 했다는 곳

 

탁상사원은 8세기경 부탄에 불교를 처음으로 전한 구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을 한 장소이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파드마삼바바는 암호랑이를 타고 탁상으로 날아와 금강저와 신통 술로 잡신을 조복시키고 탁상 동굴(호랑이 둥지)에서 명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호랑이 둥지라 불리는 탁상사원

 

'호랑이 둥지 Tiger Nest'라고 불리는 것도 그가 암호랑이를 타고 왔다는 전설에 근거하고 있다. 파드마삼바바는 이 동굴에서 3년, 3개월, 3주, 3일, 3시간 동안 명상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후에 티베트의 대 선지식이었던 밀라레파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승들이 이곳에서 오랜 기간 명상을 하였다고 한다.

 

▲ 오색기도 깃발이 무지개처럼 허공에 걸려있다.

 

1646년 부탄을 통일한 불세출의 영웅 샤브드룽도 부탄을 순례 하던 중 탁상을 발견 하게 되었다. 그 후 이곳에서 '탕퉁걀포Thangtong Gyalpo'로 불리는 부탄의 숨겨진 보물이 발견된다. 이 보물은 파드마삼바바가 자신의 입멸 후 닝마파 불교가 박해를 받을 것을 미리 예견하여 호수, 산, 바위 등에 숨겨둔 비밀의 경전 중의 하나이다.

 

1692년 파로의 성주였던 텐진 랍게Tenzin Rabgye는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을 했던 동굴에 탁상사원을 건설한다. 그 후 사원은 계속되는 화재로 손실을 입는다. 1951년 화재로 사원의 일부가 손실이 되었고, 1998년에는 대화재로 본당이 완전히 소실되던 것을 2004년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하여 현재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이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탁상사원은 부탄 최고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

 

천상의 세계 도리천으로 가는 길

 

탁상사원으로 가는 길은 흔히 '천상으로 가는 길'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길은 험하고 가파르다. 또한 부탄 정부의 특별한 허가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부탄에서 가장 소중한 문화재가 잦은 화재로 곤욕을 치르자 부탄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 탁상사원은 해발 2600m 주차장에서 부터 걸어서 올라가거나 말을 타고 갈수도 있다.

 

탁상사원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발 2600미터의 주차장에서부터 걸어가거나, 걷기가 힘든 사람들은 말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대부분의 부탄인들은 기도주문을 외우며 걸어서 신성한 성지로 올라간다. 불심이 돈독한 할머니들이 주문을 외우며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신성한 길을 말을 타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청정남님은 체력도 시험할 겸 걸어서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와 함께 이번 부탄 여행을 하며 그의 의지는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쉐리와 함께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갔다. 바다님과 무한도전님, 그리고 나는 조랑말을 타고 올라갔다. 사실 이런 길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제격이다. 길가에는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1시간여 올라가니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이제 말을 탄 사람들도 전망대에서는 모두 내려야 한다. 사람들이 펄럭이는 기도 깃발 밑에서 탁상사원을 향에 합장 배례를 하고, 거대한 마니차를 돌리기도 했다. 천상으로 가는 길은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가야 한다.

 

 

 

▲ 전망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바라본 탁상사원이 압권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과히 압권이다. 아마 이보다 덧 멋진 카페는 지상에 없을 것이다. 탁상사원이 완성되는 날 지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 장엄을 하고, 하늘에는 오색 무지개가 걸렸으며, 가루라와 용이 내려와 환희의 춤을 추었다고 한다. 또 밀림에서는 호랑이와 사자가 나타나 연화생보살(파드마삼바바)님께 예배를 하였다고 한다.

 

지금 풍경이 그랬다. 지상에는 수많이 꽃이 피어나고, 허공에는 오색 기도깃발이 무지개처럼 원을 그리며 펄럭이고, 푸른 숲에는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상에 있는 모든 만물이 탁상사원을 향해 경배를 하고 있었다.

 

▲ 오색 기도 깃발 타르쵸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탁상사원으로 가는 길

 

우리는 전망대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른 후 탁상사원으로 향했다. 탁상사원은 해발 312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사원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형형색색의 오색 깃발은 무지개를 방불케 했고, 울창한 숲이 우거진 길은 마치 '천상으로 가는 길'을 연상케 했다. 깎아지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시원한 폭포수가 벼랑에서 떨어져 내렸다. 높은 벼랑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폭포수는 세속에 찌든 온갖 번뇌를 씻어내 주는 것 같았다.

 

 

▲ 탁상상원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폭포수

 

▲ 오색 기도 깃발 타르쵸가 무지개처럼 하늘을 수놓고 있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에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오색의 기도깃발이 둥근 타원형을 그리며 무지개처럼 푸른 하늘에 휘날렸다. 마음속의 번뇌가 깃발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구루 파드마삼바바는 도리천에 주석을 하고 있다는데 여기가 바로 도리천이 아닐까?

 

이번 여행은 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떠나온 머나먼 구도의 길이었다. 파드마삼바바가 남겨놓은 비밀의 경전 중 필사본의 하나인 '티벳 사자의 서(바로도 테돌)'가 발견된 다르질링을 출발하여, 시킴왕국을 거쳐 이곳 부탄 탁상 사원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험하고 머나먼 구도의 길이었다. 그러나 이 여정은 분명, 축복받은 여정이었었다.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 가이드 쉐리 부축을 받으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바다님(70세)

 

가이드 쉐리가 나이가 많은 바다님을 부축을 하며 탁상사원에 이르는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칠십을 넘은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긴 순례길이었다. 그녀는 탁상사원을 오르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산병을 극복하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구름다리를 건너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에 들었다는 탁상사원에 다다랐다. 우리는 입구에서 탁상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카메라는 물론 일체의 짐을 라커에 넣었다. 짐을 라커에 넣자 경비원이 세심하게 몸수색을 했다. 천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이윽고 탁상사원으로 들어가는 작은 동굴 입구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아, 우리는 드이어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호랑이 둥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 여행기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