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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에필로그]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떠났던 히말라야 순례길

찰라777 2014. 2. 6. 12:01

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떠났던

히말라야 순례길...다르질링, 시킴, 부탄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다만 그 시한부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사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행복한 삶을, 어떤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기적처럼 살아가고, 누군가는 상처속에서 삶을 마감한다. 당신은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인생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고 후회하며, 원망의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열심히 일해 저축해온 돈을 모두 인출해 진탕만탕 즐기며 생의 마지막 지평선을 넘어갈 것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낼 것인가?

 

여기,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인생을 평생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아내다. 아내는 생과 사의 지평선을 몇 번이나 넘으면서 인생을 단 하루처럼 살아가고 있다. 아내가 보여준 삶은 언제나 평생을 하루처럼 사는 것이었다.

 

 

 

이번 인도와 부탄 여행도 어떤 의사는 여행을 떠나면 안 된다고 했고, 어떤 의사는 아주 조심을 하며 여행을 떠나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아내는 약봉지를 챙겨들고 기어코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했다.

 

그런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인생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이며, 행복과 불행은 무엇인가를

 

국민행복지수GNH가 가장 높다는 부탄으로 떠나는 여행을 아내는 오랫동안 갈구해 왔다더욱이 해발 2000~3000m를 넘나드는 고산지대로 떠나는 오지여행길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가고 싶어 했다. 인도의 북동부 다르질링, 시킴왕국, 그리고 부탄은 지상에서 세 번째로 높은 칸첸중가 히말라야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은둔의 땅이다.

 

출발부터 늑장을 부렸던 인디아나 항공

 

 

 

 

이런 오지로 떠나는 여행은 고행과 수행이 따르는 구도의 길이다. 출발부터 만만치 않은 고행길이 열리고 있었다. 426, 아침 우리는 택시를 기다리다가 잡지 못하고, 봉천고개에서 낑낑거리며 짐을 지고 506번 만원버스를 탔다. 그리고 9호선 노들 역에서 지하철로 옮겨 타고, 김포공항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갈아탔다.

 

인천공항에 도착을 하니 인디아나 항공이 갑자기 2시간이나 늦게 출발을 한다고 한다. 예고도 없이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인디아나 항공에서 제공한 점심으로 지하 푸드 코트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1215분에 출발을 하기로 한 비행기는 3시가 다 되어 이륙을 했는데, 홍콩에서 또 다시 2시간이나 지연되었다.

 

 

 밤중에 델리에 도착한 우리는 델리역 부근 어느 후진 모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다음날 다르질링 근처 바그도그라Bagdogra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바그도그라에서 함께간 여행자들과 어울려 지프차를 잡아타고 다르질링으로 향했다.

 

평야와 가파른 언덕에 끝없이 이어지는 짙푸른 홍차 밭은 과연 히말라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르질링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다르질링 타이거 힐에 올라 칸첸중가 설산에 떠오르는 해돋이를 맞이하고, 푸른 차밭을 거닐었으며, 토이트레인을 타고 시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부티아 부스타 곰파에서 티벳 사자의 서원본을 친견을 하고 파드마삼바바와 조우를 하기도 했다.

 

다르질링에서 시킴왕국 갱톡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거칠었다. 나는 원인모를 설사에 시달리며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달려 갱톡에 도착, 가네시 똑에서 멋진 경관을 즐기고, 남걀 티벳학 연구소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불교서적과 필사본을 돌아보았다.

 

해발 3,780m로 가는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달려 눈에 둘러싸인 쑹고 호수에서 야크를 타며 감격스런 히말라야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히말라야의 설산은 어디를 가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말만 들었던 인도 열차사고

 

 

 

 

칼림뽕을 지나 부탄으로 가는 천 길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진 트럭을 바라보며 무고하게 죽어간 생명들을 바라보았다. 삶은 그렇게 허무한 것인가. 오금을 재리며 벼랑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돌풍에 꺾인 거대한 나무숲을 만났다. 나무만 넘어진 것이 아니라 기차들이 머리를 서로 마주 치받아 수많은 사상자를 낸 광경도 목격을 했다. 신문과 방송에서만 보고 들었던 인도 열차사고 현장이었다.

 

그렇게 생의 질곡을 타고 넘어가 우리는 평화로운 부탄에 입성을 했다. 부탄은 정말로 천국 같았다. 모든 자연과 사람들은 고요하고 겸손했으며,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산과 골짜기에 머물고 있었다. 인구 70만 명, 한반도의 5분의 1에 불과한 히말라야 기슭에 자리 잡은 부탄은 왕과 왕비를 어버이처럼 섬기며 다소곳이 살아가는 땅이었다.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부탄

 

부탄여행은 육체적인 고행이 더해졌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가파른 비탈길을 돌며 어떤 사람은 토하고, 어떤 사람은 멀미를 했다. 3000m가 넘는 고지에선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갖은 악조건을 견뎌내고 일정을 무사히 소화해 냈다히말라야 설산에 감동을 하고, 파드마삼바바의 동상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설산 밑에 고요히 자리 잡은 팀푸의 사원과 왕궁은 동화 속에 나오는 나라 같았다. 병든 자에게 무료로 병원을 개방하고, 배우고자 하는 자에게 역시 무료로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작은 나라 부탄! 사람들은 모든 국왕과 왕비를 어버이처럼 섬기며 존경을 했다.

 

 

 

 

 

해발 3140m, 도츄라 고개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장관은 입을 다물게 하고 말았다. 설산에 펼쳐지는 파노라마의 감동은 그 무엇으로 표현을 할 길이 없다. 아버지의 강과 어머니의 강이 만나는 푸나카의 보랏빛 꽃은 아름다움과 평화 그 자체였다.

 

파로에 도착하여 파드마삼바바의 전설이 깃든 '탁상사원'으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었다. 8세기 암호랑이로 변한 아내 예서 초걀의 등에 업혀 이곳까지 와 3개월 동안 명상을 하고 '바르도 퇴돌' 불경을 숨긴 이곳은 모든 부탄인들이 가장 경배하는 성지이다 

 

 

  

어려운 고행 길에서도 우리는 곳곳에 싱싱하게 존재하는 생명력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 들였다. 붉은 노을을 퍼뜨리며 장엄하게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간다는 의미를 배웠다.

 

사방이 설산으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설산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결코 좌절하지 않는 생의 인내를 배웠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설산에 피는 붉은 꽃 로도덴드론Rhododendron(진달래속)의 미소와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보며 찰나의 시간을 영원의 시간으로 탈바꿈하는 생명의 존귀함을 느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새들의 '소리', 움직임을 눈으로 포착할 수는 없지만 슬로비디오로 피어나는 꽃들의 용틀임 속에서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배웠다. , , , 바람으로 이루어진 모든 만물은 어제도 아니요, 내일도 아닌, 바로 단 하루,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육체는 고달팠지만 마음은 더없이 풍요로웠던 여행

 

태양은 다시 떴으며, 달이 뜨고 졌다. 태양이 설산너머로 살아진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철새들이 갯벌에서 떠나 어디론가 날아갔다고 해서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꽃과 열매, 그리고 이파리가 사라졌다고 해서 나무와 식물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갔다고 해서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선가 다시 윤회하여 환생을 한다.

 

파드마삼바바!

그는 죽음을 인생의 가장 큰 축복으로 받아들인 성인이다. 연꽃 위에서 태어난 그는 다시 환생을 하여 티베트의 곳곳에서 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다음 세상을 여행하기 위해 잠시 갈아입는 옷이다.

 

 

내가 벗어 놓은 옷에선 어떤 향기가 날까? 행복으로 가득한 싱그러운 향기가 날까> 상처로 일그러진 썩은 냄새가 날까? 만약 내가 하루를 평생처럼 살았다면 적어도 들국화 같은 작은 향기를 한줄기 뻗어 낼 텐데…….

 

나는 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다르질링-시킴-부탄으로 고행을 떠난 순례길.... '연화생보살'로 화현하여 티베트의 곳곳에 '바로도 퇴돌'이라는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파드마삼바바의 향기는 가는 곳마다 진하게 퍼져나왔다.

 

그는 생사해탈에 일찍이 눈을 뜬 도인으로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간 성인이다. 그는 티베트의 정신이며 영혼이었던 파드마삼바바는 죽음에서 생을 창조하는 인간, 신이 아닌 인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향해 도전을 한 사람이다. 그의 행적은 티베트는 물론 다르질링-시킴-부탄 곳곳에 배어 있다.

 

 

 

 

 

아내와 함께 그의 흔적을 찾아 떠난 히말라야 순례길, 정말이지 이번 여정은 거의 기적과도 같은 여행이었다. 비록 육체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달 펐지만 마음은 부탄의 국왕과 왕비처럼 풍부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부탄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의 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국민소득이 2000달러도 채 되지않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서려 있었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내세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마음을 내려놓고 선근을 심어가는 그들의 욕심없는 삶이야말로 이번 순례길에서 가장 느낀 보람이엇다.

 

우리는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산다행복이란 무엇일까?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