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남인도·스리랑카·몰디브

뭐요? 주소가 없으니 입국을 할 수 없다고요?

찰라777 2014. 3. 21. 10:28

 

▲코친항의 중국식 어망

 

 

해프닝의 연속 

 

콜롬보에서 갑자기 변경된 항공 스케줄 때문에 한바탕 해프닝을 벌리고 1시간 여 만에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인 코친에 도착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코친 항은 제법 멋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미스터 초이, 남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고아를 잊지 말고 꼭 들려보세요.”

아하, 그래요? 그런데 이번 일정에는 갈수가 없네요.”

노 프로블렘, 그럼 다음에 한 번 더 오면 되지요.”

오케이, 그러면 되겠네. 우리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금방 친해진 인도인 뚱보

 

노 프로블렘! 인도에 오면 듣게 되는 아주 익숙한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걱정을 하곤 하는데, 저들은 노 프로블렘으로 갈무리를 하곤 합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

 

잠시 동안이지만 나는 이 뚱보와 아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 뚱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기내식으로 배달되는 간식을 먹으라고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그 육중한 몸집을 가진 뚱보가 슬쩍 윙크를 하며 고아를 들르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 여정에는 고아가 빠져 있습니다. 자유여행이라면 아마 고아까지 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정이 이미 짜인 패키지여행인지라 갈래야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나는 판에 박혀진 패키지여행을 가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코친

 

짧은 비행 여정에서 금방 친해진 뚱보의 친절한 정보가 고맙기만 합니다. 여행은 이렇게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문화, 낯선 음식과 만나는 동안 모든 것을 잊게 됩니다. 그것 자체가 복잡한 머리를 포맷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하여간 나는 뚱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검사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어처구니없는 일로 곤욕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인도에 머물 주소가 없는데 어디서 머물지요?”

거기 하우스보트라고 적어두었는데요?”

디테일한 주소를 확인해야 하니 머물게 되는 하우스보트의 주소를 적으시오.”

알레피의 하우스보트인데, 자세한 주소는 모릅니다.”

주소를 모르면서 어떻게 그곳을 찾아가지요?”

아하, 우리 가이드가 안내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 가이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면 그 가이드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나요?”

, 여기 있어요. 우린 12명의 함께 여행을 하는 그룹여행단입니다.”

 

 

 

이런! 콧수염을 기른 인도의 관리는 나로부터 전화번호를 넘겨받더니 가이드에게 전화를 거는군요. 그리고 가이드와 이런저런 통화를 하더니 마침내 입국 스탬프를 찍어 주었습니다. 뭉그적거리며 거드름을 피우는 인도의 관리들이란 참으로 거만하고, 느리기 짝이 없습니다. 서비스 정신이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인도의 관리들이라니까요.

 

세계어디를 가나 호텔이름만 적어두면 무사통과를 할 수 디테일한 주소까지 있어야 한다는 겨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허지만 어쩌겠습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을함께 여행을 하는 동반자들도 진땀을 빼며 입국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지요. 만약에 인도 가이드의 전화번호를 몰랐더라면 한국의 여행사로 전화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질 뻔했습니다.

 

문득 오래전 인도에 처음 왔을 때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서울에서 홍콩, 델리를 거쳐 뭄바이에 도착을 했는데 짐이 몽땅 도착을 하지 않았지 뭡니까? 12시에 도착한 비행기였는데, 배기지 클레임을 청구하자 우리 짐이 그만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때 클레임 창구에 있던 직원의 태도와 지금 코친의 관리 태도가 영 비슷합니다. 결국 그때 짐은 일주일 후에 도착을 하여 엘로라 석굴에서 받아보게 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고 말았지요. 인도여행은 처음부터 해프닝의 연속이었습니다. 인도에 올 때마다 한두 가지는 당하는 일입니다. 인도여행 이야기를 하자면 날을 새야 하겠지요.

 

신밧드처럼 생긴 인도인 가이드 샌딥

 

하여간, 짐을 찾은 우리는 여행 가방을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더운 기운이 확 덮쳐 오는군요. 출구에 나가니 “00여행사란 피켓을 든 인도의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맨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들을 무척이나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아니, 어째 이렇게 늦게 나오셨지요?”

이미그레이션 직원으로부터 전화 받지 않았나요?”

네에~ 받았어요. 두 번이나 전화가 왔어요.”

호텔 주소가 없다고 가이드와 확인을 하겠다고 하지 뭡니까?”

, 그랬어요. 참 고생 했네요~ 아마 테러 때문에 검색이 심한 모양입니다.”

테러?”

그냥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고 테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

 

느릿느릿 한국말을 또박또박 말하는 가이드가 태평하게 웃는군요. 그러면서 버스를 타러 가자고 합니다. 그는 우리가 당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는 듯 우리를 버스로 안내를 했습니다. 그 모습이 영 태평스럽습니다. 한국의 가이드 같으면,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등등의 말이 당연히 나왔을 법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군요. 나는 오히려 그런 인도 가이드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행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는 자신을 우리들에게 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샌딥이라고합니다. 영어식 발음은 샌디라고 해요. 델리에 살아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지요? 잘 부탁합니다.”

 

다소 어눌하지만 한국말을 제법 잘 하는 현지 가이드 샌딥을 만나자 모두 안도의 숨을 쉬는 것 같군요. 곱슬머리에 작달막한 키, 붉은 테 선글라스를 쓴 샌딥의 모습이 무척 코믹하게 보입니다. 터번만 두르면 신밧드에 모험에 나오는 신밧드처럼 생겼다고나 할까요? 아니 날샌돌이처럼 생겼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일 것 같네요. 하여간 그는 매우 유쾌하고 재치가 넘쳐 흘러 보이는군요. 우리는 샌딥의 안내에 따라 남인도 께랄라 주 코친의 관광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