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남인도·스리랑카·몰디브

향이 너무 강해 도저히 먹지 못하겠어요

찰라777 2014. 3. 26. 08:39

강한 향신료와 남인도 음식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남인도 코친의 커리 

 

 

인도속의 유럽 코친

 

코친의 거리를 걷다보면 마치 내가 유럽에 오지나 않았나 하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중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열강이 각축전을 벌이며 드나든 코친 항구는 유럽의 여러 나라 문화가 스며들어있는 국적 불명의 도시 같은 느낌이 듭니다. 거리의집들은 포르투갈 식, 네덜란드 식, 영국식, 프랑스 식, 그리고 인도식의 건물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인도속의 유럽 코친의 거리 

 

과연 코친은 로마시대부터 향신료무역의 중개지로 이름이 난 도시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라비아 해를 끼고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면서 다양한 볼거리들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럽의 문화가 침투하였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문화의 근간에는 인도의 고대경전인 마하바라타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유럽풍의 건물에 야자수나무가 어우러진 코친

 

유럽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면 인도에는 인도 신화를 대중적으로 소설화한 대서사시 마하바라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하바라타는 인도의 신화, 전설, 종교, 철학, 사회제도를 비롯하여 힌두교의 기본 교의인 다르마와 카르마, 해탈, 윤회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남인도 코친에 가면 카타칼리를 보라?

여러 곳을 많이 보는 것보다 느긋한 여행을 즐겨야...

 

남인도 코친에 가면 카타칼리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타칼리는 남인도 께라라주의의 전통무용으로 인도 4대 무용 중의 하나라고합니다. 중국의 경극 비슷하게 현란하고 무거운 가면을 쓰고 팬터마임과 무용으로 공연을 하는 카타칼리는 바로 인도의 고대 신화인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사진 : 카타칼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루주나)

 

여행은 그 지역의 풍경과 문화, 음식,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그 지역에 문화에 걸 맞는 공연하나는 빼놓지 말고 보아야만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 민족의 문화와 삶을 좀 더 깊이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에 가면 클래식 음악 공연을, 러시아에 가면 발레를, 스페인에 가면 플라멩코를, 브라질에 가면 삼바공연을이렇듯 지역에 특성에 따라 다양한 전통공연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 적어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전톤 공연 하나 쯤을 보아야만 여행의 백미를 더 할 수 있겠지요.

 

이곳 남인도 코친은 바로 인도의 고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를 배경으로 하는 카타칼리가 매우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번 패키지여행의 목록에는 그런 시간이 빠져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곳을 보려고 강행군을 하는 우리나라 여행문화의 패턴이 그럴만한 시간의 여유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행문화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해 발리를 여행하며 발리의 전통문화 공연인 바롱댄스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발리의 신화를 내용으로 하는 바롱댄스 역시 선의 상징인 바롱과 악의 상징인 란다가 싸움을 벌이는 스토리입니다. 야외무대에서 현란한 탈을 쓰고 공연을 하는 야외공연장에는 주로 서양인 들 관객들로 꽉 메어 있었습니다.

 

동양인들이 눈에 잘 띠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허름한 공연장의 스탠드에 앉아 느긋하게 바롱댄스 공연을 즐기고 서양인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여행문화도 저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아내와 둘이서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으므로 느긋하게 오후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이곳에서도 그룹여행에 이탈하여 카타칼리 공연을 혼자서라도 꼭 관람을 하고 싶었지만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배낭하나 걸머지고 남인도 여행을 여유 있게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휴~ 향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어요!

 

▲유럽풍의 건물로 지어진 코친의 레스토랑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거리를 걸어 우리가 들어간 곳은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오션노스라는 간판이 걸린 인도의 음식점입니다. 이곳 유럽식의 건물이 들어선 거리에는 주로 음식점이 모여 있는데, 건물은 유럽풍이지만 거리에 들어서자 레스토랑에서는 마살라 향이 강하게 풍겨 나오고 있군요. 유럽의 열강들이 아무리 인도를 지배를 했더라도 인도는 역시 인도입니다. 역사를 길게 바라보면 유럽인들은 인도 땅을 잠시 거쳐 지나간 나그네에 지나지 않겠지요.

 

 

남인도의 음식은 북인도의 음식에 비해 유난히 향이 강하게 풍겨옵니다. 그것은 향신료인 마살라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인도를 생각하면 제 머릿속에는 마살라와 짜이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북인도를 여행하며 거리에서, 기차에서 뜨거운 짜이왈라에 난을 찢어먹곤 했는데, 처음에는 그 독특한 향신료의 강한 향 때문에 먹기가 좀 거북했지만 갈수록 중독이 될 정도로 익수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그 뜨거운 짜이가 먹고 싶어 일부러 거리에 나가서 짜이왈라를 사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남인도는 커리는 물론이고 짜이, 사모사(감자 등 야채를 향신료에 튀긴 일종의 만두 같은 음식), 도사(콩과 쌀가루로 만든 일종의 펜케이크) 등에도 북인도보다 향이 훨씬 강하게 들어있군요.

 

아휴~ 향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어요.”

그래도 인슐린을 맞으려면 좀 먹어야 하지 않겠소?”

 

전에는 배낭여행을 하면서 어떤 음식이든지 곧잘 먹던 아내가 향신료가 들어 있는 남인도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군요. 저러다가 인도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될지 심이 걱정이 됩니다. 사실 인도의 모든 음식에는 마살라라는 향신료가 약방에 감초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고추장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마살라는 강황이라는 뿌리식품을 주원료로 해서 만든 인도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소스입니다. 우리나라 진도에서 생산되는 울금과 유사한 강황은 암이나 간질환 치매에 좋다고 우리나라 생로병사 비밀이란 TV 프로그램에서도 방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마살라에는 강황을 비롯하여 계피, 정향, 생강, 후추 등 여러 가지 향신료가 혼합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남인도 음식에는 강황가루가 북인도의 음식에 비해 더 많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핫 칠리 같은 자극성 있는 향신료가 더 많이 첨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옴레스토랑이나 인도네팔 음식점에서 먹었던 인도 음식보다 훨씬 향이 강하고 자극적입니다.

 

아내는 그 강한 향 때문에 도저히 음식이 먹히질 않는다고 투덜대는군요. 어쨌든 한국에서 음식을 공수해 올 수도 없고, 남인도에는 한국음식점이 흔하게 존재하지도 않다고 하니 앞으로의 여정이 걱정이 됩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면 김치를 만들어서라도 해먹을 수 있을 텐데 빡빡하게 짜진 일정을 쫓아다녀야 하니 이거 참 진퇴양란이군요, 나는 그 유명한 카타칼리 공연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아내가 남인도의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것에 더 걱정을 하며 다음여행지인 알레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알레피!

그곳은 인도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낙원의 땅이라고 하니 아내도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