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왕거미의 놀라운 건축술

찰라777 2014. 8. 11. 09:06

 사람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교하게 집을 짓는 왕거미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하는 왕거미의 집짓기

 

 

거대한 왕거미 한 마리가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 집을 짓고 있다. 이렇게 큰 거미는 난생 처음 본다. 왕거미 중에서도 슈퍼 급이다! 왕거미는 거꾸로 매달려서 무시무시한 여덟 개의 갈고리 같은 발로 허공을 휘적휘적 기어 다니며 집을 부지런히 짓고 있다.

 

 

▲ 왕거미의 집짓기 왕거미가 5m 높이의 처마 끝에서 10m나 떨어진 대추나무 꼭대기에 줄을 날려 집을 짓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거미는 대추나무 꼭대기에서 처마 끝으로 공중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기어갔다. 거미가 기어가는 허공에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녀석은 분명히 거미줄을 타고 기어가고 있다. 공중에 붕 떠서 기어가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의 '스파이더 맨'을 연상케 한다.

 

약 5m높이에 수평으로 길게 친 거미줄은 마치 단단한 로프를 연상케 한다. 처마 끝과 대추나무 사이를 자일처럼 단단하게 수평으로 연결한 거미는 이제 수직으로 내려온다. 타원형의 배 끝에서 거미줄을 내 뿜으며 곧장 수직으로 내려온 거미는 테라스 난간 끝에 거미줄을 턱 붙이더니 다시 수직으로 거미줄을 타고 올라간다.

 

 

▲ 허공에서 스파이더맨처럼 거꾸로 매달려 거미집을 짓고 있는 왕거미

 

 

처마 끝과 대추나무 사이에 친 거미줄은 마치 로프로 친 출렁 다리처럼 보인다. 처마와 테라스 난간에 수직으로 친 거미줄은 거미집을 지탱해주는 기둥역할을 할 것이다. 수직 거미줄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두 개의 줄이다.

 

거미는 안전장치로 한 개의 줄에 또 다른 줄을 친다고 한다. 한 개의 줄이 떨어지면 다른 한 개의 줄이 거미집을 버텨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다. 거미는 자신의 실샘에서 건축 자재인 거미줄을 아낌없이 쏟아내어 거미집을 튼튼하게 짓고 있다. 여차하면 자재를 빼먹고 부실공사를 하는 사람보다 거미는 훨씬 안전하고 탄탄하게 집을 짓는다.

 

 

 

▲ 처마 밑에서 수직으로 연결한 두개의 거미줄. 거미집을 지탱해주는 기둥 역할을 한다.

 

 

수직 거미줄을 타고 올라간 거미는 중심핵을 축으로 하여 원을 그려가며 원형 거미집을 짓기 시작한다. 약 1시간 정도를 지났을까? 거미는 삽시간에 방사형의 거미집을 완성하고 중심부에 떡 버티고 사냥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땅거미가 지는 어둑어둑한 허공에 8개의 발을 떡 벌리고 앉아있는 위풍당당한 왕거미를 보니 어쩐지 녀석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을 이용하여 집을 짓는 왕거미의 지혜

 

처마 끝에서 대추나무 꼭대기까지는 10m도 더 떨어져 있다. 내 걸음걸이로 재보니 정확히 십일 보나 된다. 그런데 녀석은 처마 끝에서 멀리 떨어진 저 대추나무 꼭대기에 어떻게 거미줄을 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저 무거운 몸(가는 거미줄에 비해)을 명주실보다 가는 줄에 매달려 갈 수 있을까?

 

 

▲ 10m 떨어진 대추나무에서 5m높이의 처마로 다리줄을 치고 있는 왕거미

 

 

일반적으로 왕거미의 거미줄 직경은 0.0003mm로 대략 누에가 만드는 명주실 직경의 1/10에 해당한다. 그런데 저렇게 가는 줄을 10m나 떨어진 공중 양쪽에 매달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상식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처마 끝에 줄을 매고 땅바닥으로 내려와 대추나무까지 기어가서 나무꼭대기에 올라가 줄을 잡아당겨 맨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면 도대체 거미는 어떻게 저 공중에 거미줄을 매달았을까? 번지점프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그네를 타듯 움직이다가 몸을 날려 매달았을까?

 

▲ 왕거미의 앞쪽, 배 부분에 실을 뽑아내는 실샘이 있다.

 

그런데 거미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다. 암컷이 만드는 이 원형 거미집은 단순한 구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기술과 지혜가 숨어있다. 왕거미의 건축술에는 대단한 유연성과 강도가 결합되어 있다. 거미줄은 바람 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끊어지거나 찌그러지지 않는다.

 

왕거미는 허공에 집을 지을 때 자연의 바람을 이용한다. 먼저 집을 짓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나뭇가지나 잎, 건물의 처마 끝에 자리를 잡은 다음,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거미줄을 바람을 이용하여 등반가들이 자일을 던지듯 건너편 목표물에 던진다. 만약에 실패하면 수차례의 시도를 한다. 마침내 거미줄이 바람에 실려 맞은편에 도달하면 거미는 이 줄을 타고 건너편으로 건너다니며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줄을 건설한다.

 

▲ 대추나무 꼭대기에 걸쳐진 왕거미의 안전줄. 바람을 이용하여 거미줄을 날려 허공 양끝에 로프처럼 최초의 안전 다리줄을 설치한다.

 

 

이 최초의 다리줄은 거미집 전체를 고정시키고 새 집을 지을 때 토대로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다. 그러므로 왕거미는 줄을 타고 가다가 몇 번씩 되돌아오면서 이 줄을 두껍게 보강한다. 그리고 중간 지점에서 또 다른 안전줄을 땅으로 늘어뜨리고 그 끝을 'Y'자형으로 땅에 고정시킨다. 뼈대를 형성하는 이 줄은 거미집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왕거미는 이 다림줄을 엘리베이터처럼 타고 오르내리며 작업을 한다. 'Y'자 모양의 중심을 교차하는 지점이 거미집의 중심축이 된다. 왕거미는 'Y'자형의 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줄을 고정시키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팽팽하게 당긴다. 왕거미는 작은 발톱과 억센 털로 줄을 붙잡거나 자르기도다.

 

'Y'자형의 뼈대가 완성되면 '망루', 즉 거미집의 중심축에서 바깥쪽 뼈대를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살들을 서까래처럼 촘촘히 추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냥감을 잡아줄 소용돌이 모양의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친다.

 

 

 

▲ 처마 끝에서 10m나 더 떨어진 대추나무. 거미는 처마 끝에서 바람을 이용하여 거미줄을 날려 최초의 수평 줄을 연결했다.

 

거미는 먹이를 잡기 위해 두 종류의 줄을 친다. 하나는 자신이 타고 다니는 마른 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끈끈한 줄이다. 이 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마른 실은 그냥 밋밋한 직선 줄로 'Y'자 모형의 기초실과 방사실(radius thread)로 그물의 중심부에서 방사상으로 뻗은 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끈끈한 줄은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마치 염주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놓은 나선실(spiral thread)로 방사실과 방사실 사이를 이어주는 동심원 상으로 반복된 실이다.

 

 

▲정교하게 짜여진 방사실과 나선실

 

거미는 자신의 그물 안에서 어떤 줄이 끈끈한 줄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이 줄을 피해서 다닌다. 집이 완성되면 왕거미는 대개 거미집의 중심축에 떡 버티고 자리를 잡는다. 이곳은 끈끈한 나선 줄로부터 분리되어 아무런 장애도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 구역'이다. 왕거미는 자신의 거미집 중 가장 안전한 자유 구역에서 거꾸로 매달려 사냥감의 신호를 기다린다.

 

 

▲ 왕거미의 다리털. 거미의 털다발은 각 털이 500개 이상의 가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10만개 이상의 접촉점을 갖는다고 한다.

 

 

왕거미는 시력이 너무나 나빠서 사냥감의 존재를 촉감으로 감지한다. 거미의 시력은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약한 대신 다리털에 10만개 이상의 접촉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리털에 붙어 있는 센서로 거미는 진동을 감지하고 사태파악을 즉시 알아차린다.

 

먹이가 거미줄에 걸려 출렁하면 거미는 실의 진동을 즉시 감지하고 달려가서 거미줄로 먹이를 얽어매어 뱅글뱅글 돌려가면서 꽁꽁 묶어 매달아 둔다. 그러나 나비나 나방처럼 미끄러운 비늘이 있어 도망을 치기 쉬운 먹이는 일단 물어서 독을 집어넣어 마비를 시킨다.

 

 

▲ 완성된 왕미집

 

먹이가 거미줄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잡히는 것은 아니다. 거미줄을 잘라버리고 줄행랑을 치는 먹이가 80%가 넘는다고 한다. 파리만 해도 5초 내에 잡지 못하면 이내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거미는 늘 긴장을 하며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거미줄이 출렁하면 잽싸게 달려 나와 진득진득한 거미줄로 삽시간에 꽁꽁 묶어버린다.

 

과연 저 높은 대추나무와 처마 밑을 연결한 거미집에 어떤 곤충이 걸려들까? 우리속담에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있다. 이는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사람은 죽지 않고 그럭저럭 먹고 살아 가기 마련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곧 어두운 밤이 되어 더 이상 거미집을 관찰 할 수 없었다.

 

 

▲ 거미줄에 걸려있는 모기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그 왕거미 집이다. 그런데 왕거미는 온데간데없고 모기만 수십 마리 걸려 있다. 아마 허기를 채워줄 사냥감이 걸려들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집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거미는 보통 하루에 한번 새집을 짓는다. 어떤 거미는 하루에 다섯 번이나 새로 집을 짓는다고 한다. 하루에 제 몸무게의 15% 정도의 먹이를 먹어야 하는 왕거미는 바쁘다. 사람 같으면 하루에 토끼 너덧 마리를 먹어야 할 정도의 먹이다.

 

 

철심보가 더 단단한 거미줄의 세계

 

 

 

▲ 거꾸로 매달려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왕거미의 등 쪽

 

표고버섯을 기르기 위해 참나무를 설치해둔 뒤꼍으로 돌아가다가 그곳에서 다시 새로 지은 거미집과 왕거미를 발견했다. 그러나 어제 본 왕거미 보다는 훨씬 적다. 허지만 눈높이에 지은 거미집이라 좀 더 자세하게 거미집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주의를 하며 신기하기 그지없는 거미집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뒤꼍 통로를 거의 막을 정도로 크게 친 거미집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이 연약하게 보인 거미줄이 강철이나 나일론보다 질기다니 믿을 수가 없다. 같은 직경에서 거미줄은 사람의 뼈보다 단단하고, 강철이나 나일론 보다 질기다고 한다.

 

 

▲ 정교하게 완성된 거미집. 거미줄은 직경 0.0003mm로 누에실의 1/10에 해당된다. 그러나 같은 직경에서 나일론이나 철심보다 질기다.

 

 

거미줄은 매우 가늘지만 탄력성이 우수하다. 이 원형 거미집은 실제로 작은 곤충에게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가늘지만, 그것을 설계한 거미의 천 배나 되는 몸무게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미줄과 같은 실을 개발하여 군인들이 입는 방탄조끼를 만들고, 낙하산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연필 굵기 두께로 짠 실로 만든 그물이면 점보제트기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거미집은 하늘을 나는 곤충들에게는 치명적인 그물이지만, 왕거미 자신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가장 크고 완벽한 거미집은 숙련된 어른 암컷 왕거미들이 짓는다. 암컷 왕거미는 배에 실을 뽑아내는 '방적기'와 연결된 여섯 쌍의 실샘(silk gland)을 가지고 있다. 거미는 이 실샘에서 집을 짜고, 이동하고, 사냥을 하는데 필요한 정밀한 품질의 거미줄을 뽑아낸다.

 

 

 

 

▲ 완성된 거미집 중심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거미라고 한다. 기록을 보면 4,000㎡의 밭에 약 200만 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다고 한다. 거미들이 1년 간 잡아먹는 곤충들의 무게를 합치면 주변에 살고 있는 농부들의 몸무게를 모두 합한 것보다 무겁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약 4억 년 전에 곤충과 함께 지구상에 등장한 거미는 곤충과는 다른 절지동물(節肢動物-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중 몸이 딱딱한 외골격으로 싸여 있으며,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동물 무리)로 분류한다. 거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만여 종이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6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거미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거미를 싫어한다. 우선 외모의 생김새가 음습하고 무시무시하다. 또 거미하면 독이 가득 든 독거미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미는 농작물과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곤충과 해충을 주 먹이로 삼는다. 만약 거미가 없다면 온갖 해충들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 무시무시하게 생긴 왕거미는 사람에게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다.

 

 

어제 밤에 거미줄에 걸려든 모기만 해도 부지기수다. 사람의 손으로 잡으려면 도저히 잡을 수 없는데 저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 자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사방에 농약을 엄청나게 살포를 하니 벌레나 곤충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잡아먹는 거미까지도 몰살을 당하고 있다.

 

우리 집 텃밭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있어서인지 벌과 나비, 청개구리, 곤충과 거미, 지네, 심지어는 뱀까지 살고 있다. 몰론 거미도 이곳저곳에 진을 치고 있다. 생쥐와 족제비, 너구리와 고라니까지 넘나들고 있다. 생쥐는 들고양이가 잡아먹고, 곤충들은 거미가 잡아먹는다. 천적끼리 서로 물고 물리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석양 노을빛을 받으며 집을 부지런히 짓고 있는 왕거미

 

 

벌레나 곤충 파충류를 잡기위해 온 집 안팎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곤충이 살 수 없는 곳은 인간도 살기가 힘들다.

 

어제 저녁에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원대하게 꿈을 꾸며 그렇게 열심히 거미줄을 치던 왕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 사냥을 하지 못해서 탈탈 굶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을 치지는 않겠지.

 

거미는 온 힘을 다하여 자재를 아끼지 않고 자신의 몸에서 거미줄을 뽑아내어 튼튼하고 정교하게 집을 짓는다. 부실공사로 얼룩진 우리 인간세계에 비해 매우 안전하고 정교하게 집을 짓는 왕거미의 건축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참고문헌 :

권오길, 생물의 섹스 이야기, 살림, 2006.4.25

완다 쉽맨, 동물들의 집짓기, 지호, 2003.5.28

임문순 김승태, 거미의 세계, 다락원, 20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