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촌(村) 10도(都)의 생활
▲롯데백화점 쇼윈도우
나는 지금 서울에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지난 21일 날 연천에서 서울에 온 후로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한 달 중 20일은 연천에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시골생활을 한다. 그리고 10일 정도는 서울에 와서 지낸다. 말하자면 ‘20촌(村) 10도(都)’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때려야 땔 수 없는 온갖 인연들이 서울에 다 모여 있다. 그래서 1일부터 20일까지는 시골인 연천에 머물고, 21일 이후에는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본다. 아내의 병원, 친구들 모임, 봉사활동, 애경사 등 각종 모임과 활동을 21일 이후로 몰아서 하고 있다. 한 달에 2~3번 있는 친구들 모임도 내가 시골에 있는 점을 감안하여 넷째 주로 배려를 해주고 있다.
▲코스모스가 만발한 연천 시골집 풍경
이번 달 서울에서 지낸 일을 잠시 살펴보면, 21일 저녁에 서울 아이들 집에 도착하여 22일 날은 아내의 아산병원에 외래진찰을 하는데 동행을 하여 일을 보고 미국에서 온 오영희 선생님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였다. 선생님은 꿀과 미국에서 가져온 양초를 선물로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분당에서 서울 아산병원까지 찾아온 것이다. 9월 14일 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신다는 선생님은 나이보다 훨신 젊게 살아가는 멋쟁이다.
이번 귀국길에 50년 만에 찾아본 연천 왕산초등학교 방문에 그녀의 인생에 두고두고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며 금가락지에서 환대를 해준 것을 영원히 잊지못하겠다고 하셨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인연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나 보다. 나는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으멩 귀국하시면 꼭 다시 한번 추억의 50년 길을 걸어보자고 제의를 했다.
23일 날은 수유리에 있는 향운사 자비공덕회 기도법회에 참석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자비공덕회에서는 이번 10월 27일 네팔에 장학금을 보내주고 있는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에 첫 방문을 했는데, 이번에 컴퓨터 모금운동을 한 결과 약 30대의 컴퓨터가 모아져 이를 전달하고 학생들을 격려할 예정으로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협의를 하고 거의 하루를 다 보내야 했다.
▲자비공덕회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에 어느 여인이 기증한 동전 꾸러미를 올리고 감사기도를 올렸다.
24일 날은 조계사 총무원 회의실에 가서 ‘사티’라는 네팔영화를 관람하였다. 사티(산스크리트어: सती)는 예전에 인도에서 행해졌던 힌두교의 의식으로,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시체·옷과 함께 그의 아내도 산채로 화장하던 풍습이다. 사티에 대한 풍습은 1829년 영국식민지정부가 법률를 제정 금시시켰다.
사티는 본래 '정숙한 아내'라는 의미로 남편의 시체를 화장하는 부레 몸을 던져 순사(殉死)한 여자를 말한다. 이러한 풍습은 왕후의 순사 풍조에서 발전하여 상류 계급에서 행해졌으나, 과부의 재혼 금지 풍습에 따라 점차 일반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네팔의 근로자들이 쉼터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 모임을 가진 후 상영하는 영화인데, 네팔관광청서울사무소장 케이피 시토울나님의 초청으로 자비공덕회 지상 스님을 비롯하여 7명의 회원들이 약간의 후원금을 기부를 하고 함께 관람을 하였다.
영화 관람을 한 후 오후 5시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부부사랑’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종각역에서 1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부부사랑 모임은 일곱 쌍의 부부가 만나는데 40년 넘게 만나 온 오래된 모임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이제 대단히 복잡해졌다. 1호선~9호선까지 거미줄처럼 땅속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은 분당선, 시분당선, 중앙선, 경의선, 경춘선, 공항철도까지 합세하여 무척 복잡해졌다.
▲4개이 노선이 거미줄처럼 꼬여 있는 왕십리역
서울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 온 나도 노선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 개의 노선이 겹치는 왕십리역, 용산역, 종로3가역, 고속터미널역 등에서는 아차 하면 엉뚱한 방향의 노선을 타는 경우가 생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제대로 된 노선을 탈 수 있다. 더욱이 시골 생활을 하다가 서울에 오면 감이 잘 잡히지 않아 거꾸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지하철을 탈 때는 거동이 좀 불편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노선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 본 후 방향을 잡아타게 되는데 시골 촌뜨기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어쨌든 그 날 모임은 헷갈리지 않고 수서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애란궁에라는 오리고기 집에서 일곱 쌍의 부부가 저녁을 먹으며 오래도록 회포를 풀었다.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던 애란궁 음식점 정자
25일 날은 청정남 님과 민들레님, 바다님이랑 함께 덕수정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모임은 여행에서 만난 모임이다. 덕수정은 지난주에 이집 주인장 현영님이 무거운 동전꾸러미를 가지고 연천 집을 방문을 하여 네팔 어린이들에게 보시를 하게 된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데 점심을 이곳 덕수정에서 먹기로 했다.
화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는 작년에 나무에서 떨어져 오른쪽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지금도 다리가 온전치 못해 지팡이를 짚고 왔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온 그가 고마웠다. 그는 손수 농사를 지은 들깨 잎을 한 보따리 따서 가져왔다. 농사를 짓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서 가져 온 것이다. 그런데 한 친구는 연락이 두절되어 나오질 않았고, 또 한친구는 부인이 미국에 머물고 있어 가지고 가 보아야 요리를 할수도 없어 썩힐 것이 분명하므로 필요없다고 했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내가 그 들깨잎을 받아 들고 오게 되었다. 가져 온 성의를 보아서라도 감사히 먹야 할 것이 아닌가. 보따리를 드록 오는데 고소한 냄새가 오래된 친구의 향수처럼 향기로웠다.
▲천안으로 가는 급행 전철에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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