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인도라자스탄·고아

부처님 자비의 손이 나를 기다리네!

찰라777 2015. 3. 5. 07:45

부처님 자비의 손이 나를 기다리네!

 

 

 

 

 

▲델리공항의 부처님 수인 

 

몇해 전 아내와 단 둘이서 배낭을 메고 인도여행을 하다가 델리 빠하르간지(배낭여행자들의 숙소가 밀집된 거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느 여행자로부터 인도여행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이 들은 적이 있다.

 

"인도를 처음 갔다 온 사람은 매일 인도 이야기만 하고, 세 번을 다녀오면 책을 쓰고도 남을 만큼 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열 번을 다녀오면 그만 할 말을 잊고 입을 다문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나도 처음 인도 땅을 밟고 나서 매일 인도이야기를 떠들어 댔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인도여행을 다섯 번째로 오는 셈이지만, 도대체 인도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만다.

 

여행기를 써보려고 노트북을 열어보지만, 그냥 멍하게 앉아 있다가 노트북을 끄기 일쑤다. 내 머리는 혼돈 속을 헤매며 그야말로 먹통이 되고 만다.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먹통 머리로 과연 인도여행에 대하여 무엇을 쓸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글쓰기의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노트북을 열고 사진을 뒤척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 여행을 설계하고, 실행을 하며, 돌아와서는 사진을 정리하며 여행기를 쓰는 버릇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그도그라를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컨베이어에서 짐을 찾았다. 녹색게이트를 따라 세관을 통과하고 나니 벽에 부처님의 수인(手印, mudrā)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수인이란 부처나 보살이 스스로 깨달아 몸에 지니고 있는 진리나 서원(誓願)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하여 열 손가락으로 짓는 손 모양을 말한다.

 

델리 공항의 금빛 찬란한 벽에 설치된 부처님의 수인은 대부분 통인(자비를 베푸는 의미)과 아미타정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중생을 교화하여 구제하려는 수인은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설치물이다. 이 차제에 부처님의 수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여행이란 보고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문화와 종교도 이해를 해야 만이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인은 원래 불전도(佛傳圖)에 등장하는 석가의 손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가불의 경우에는 그림처럼 시무외인(施無畏印), 여원인(與願印), 선정인(禪定印), 항마인(降魔印), 전법륜인(轉法輪印)의 다섯 가지 수인을 주로 취하고 있다.

 

대승불교의 여러 부처들은 대체로 이를 따랐으나 아미타불은 아미타정인 등 구품왕생(九品往生)과 관련하여 아홉 가지의 인을 새롭게 만들었다. 특히 밀교에서는 수인을 강조하여 대일여래(大日如來-비로자나불)의 지권인(智拳印)과 보살, 명왕, 천부 등 여러 종류의 다양한 손 모습이 나오게 되었다. 수인은 불상 종류에 따라 교리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상의 성격과 명칭을 분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부처님의 수인 (참조:네이버지식백과)

 

아미타정인은 다시 상생인, 중생인, 하생인으로 구분된다. 즉 엄지와 닿는 손가락에 따라 중생을 상품, 중품, 하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엄지와 둘째손가락이 맞대고 있으면 상품인, 셋째 손가락은 중품인, 넷째 손가락에 닿아 있을 때는 하품인이 된다. 과연 나는 어느 단계의 중생일까? 아마 최하위 품에 속하는 속인이리라.

 

 

아미타정인의 중품하생 수인

 

단순한 손 모양 하나에도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부처님의 각오가 담겨 있는 수인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이 둘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염화시중의 미소를 대하는 느낌이랄까? 잠시 부처님 수인에 눈을 팔던 우리 일행은 곧 인도라는 현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