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티벳인들의 집짓기와 삽질ㅡ밀라레빠를 그리며...

찰라777 2015. 6. 12. 06:08

  남녀가 어우러진 티벳인들의 삽질

 

 

▲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맞추면서 여자는 잡아다니고 남자는 삽질을 한다.

 

시가체에서 출발하자 곧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해발 4000m의 황량한 벌판은 매우 건조하다. 깡파는 그 황량한 벌판을 티벳 노래를 부르며 유쾌하게 운전을 한다. 지프가 하도 덜컹거려 간이 벌렁거린다. 덕분에 장운동은 잘 될 것 같지만 머리를 천장에 쿵쿵 헤딩을 하기도 한다.

 

시가체에서 네팔로 가는 이 루트를 흔히들 시가체 루트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깡파가 운전을 하는 고물 지프를 타고 이 루트를 따라 가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부터 시작하여 육로를 통해 온 머나먼 순례길은 계속된다. 베트남 허꿔우에서 육로를 통해 중국 윈난성 쿤밍-샹그리라-차마고도-쓰촨성 청두-쑹판-쥬우자이구-간쑤성을 거쳐, 칭하이성 꺼얼무에서 청장공로를 통해 라싸로 입성했다.

 

 

▲라싸에서 렌트를 한 고물 사륜구동 지프

 

 

꺼얼무에서 곤륜산맥을 넘어 라싸까지는 1154km나 된다. 그리고 해발 5267m 탕구라 고개를 넘어 평균고도는 4000m가 넘은 고원이다. 우리가 라싸에 도착한 5월 16일은 마침 티벳의 부처님오신 날인 싸가다와 축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티벳의 부처님오신 날은 티벳력으로 4월 15일이다. 그러나 티벳는 4월 단 내내 싸가다와 축제가 이어진다.

 

아내와 단 둘이서 걸어온 머나먼 순례의 길은 계속된다. 우리는 참 복이 많은 부부다. 난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던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여 이렇게 세계의 지붕 티벳을 무사히 순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시가체 루트(아래)를 따라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로 갈 계획이다.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려 준 공덕일까?

 

*시가체루트

 

라싸(3700)-카로 라 고개(5050)-얌드록초(4488)-갼체(3950)-시가체(3900)-사캬(4280)-라체-가쵸 라 고개(Gyatso-la, 5220)-팅그리(쉐가르)-빠이 빠-융포사-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200)-에베레스트(8848)-올드팅그리-라룽 라 고개(Lalung-la, 5100)-니얄람-짱무-우의교(네팔국경)-네팔 코다리-카트만두 

 

도로 주변에는 갈색의 산과 풀 한포기 없는 바위산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돌이 굴러 내린다. 그런데도 깡파는 태연하게 운전을 한다. 오랜 시간 이런 험한 곳을 다녀본 노련한 솜씨다.

 

 

 

 

 

지프가 삐거덕거리며 헐떡거린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고 있는 앞 길에 사람들이 삽과 곡괭이를 어깨에 메고 걸어왔다. 도로 공사나 집을 짓는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라고 한

 

다 헤진 옷, 아무렇게나 둘러쓴 수건, 그리고 모두고 광주리를 메고 있다. 아이를 광주리에 담은 엄마도 있다. 차림세는 누더기를 얼기설기 기어 입었는데 표정은 매우 밝다.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나는 삽을 든 모습에서 매우 검소하고 단순함을 느낀다.

 

 

 

 

 

집을 짓는 담장 위에 올라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은 공사 감독인 모양이다. 중절모를 쓰고 제법 위엄 있게 일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저 여인들의 하루 품삯은 얼마나 될까? 보나마나 얼마 되지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쾌한 표정을 짓는 저 여인들의 모습에서 불평이 없는 삶을 엿본다.

 

 

핑큐오(Ping Cuo Lin Monastery)사원

 

사막 같은 고원에 푸른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핑큐오(Ping Cuo Lin Monastery)사원이란 간판이 보인다. 티벳에는 아무리 험한 오지에도 사원이 있다. 도대체 이런 오지에서 스님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그러나 도는 어려운 가운데 얻는 체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향락을 즐기기를 일삼는다면 어찌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아침에 일어나 도를 이루고 저녁에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만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길옆에 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법은 우리나라 집짓기와 다름없다. 그런데 집을 짓기 위해 작업을 하는 과정이 독특하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는 작업을 하는데 삽에다가 끈을 달고 그 끈을 여자가 잡아 다니면, 남자가 삽질을 한다.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맞추면서 삽질을 하는 모습이 퍽 흥미롭다. 여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맞춘다. 이렇게 남녀가 반반 섞어서 삽질을 하면 피곤이 덜어질 것 같다. 티벳 특유의 삽질방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여기 해발 4000m의 삭막한 고원에서 구성진 노랫소리와 아울러 삽질을 하는 노동자들을 바라보니 괜히 부끄러워진다. 저 노동자들 앞에서 순례자니 여행자니 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쐐기풀로 연명하며 득도를 한 

티벳의 성자, 밀라레빠를 그리며...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도대체 누군인가?

길고 긴 티벳 고행 길에서 새삼 나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삽을 든 노동자들 속에서 문득 나는 쐐기풀로 연명을 하며 도를 이룬 티벳의 위대한 성자를 떠올리다. 그의 이름은 제춘 밀라레빠.... 

 

밀라레빠(1052~1135)는 서부 티벳 Kya Ngatsa에서 태어나 불타의 가르침을 몸소 행하고, 하나하나 확증, 체험하여 완전한 해탈을 얻은 티벳의 위대한 성자요 시인이다. 그는 종파를 초월하여 구라파나 미국의 구도자들에게도 불타의 법을 태양과 같이 빛낸 사람이다.

 

밀라레빠는 부유한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일곱 살에 아버지가 죽으면서 백부로 하여금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재산을 관리해 줄 것을 유언장에 남겼다. 그러나 백부는 그 재산을 몽땅 차지하고 밀라레빠 가족은 가난한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티벳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

 

밀라레빠가 장성하여 16세가 되었을 때 그는 백부에게 유산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백부는 "너희 아버지가 내게 오히려 빚을 졌다."며 밀라레빠를 소작인 취급을 했다. 이에 밀라레빠와 그의 어머니는 복수심을 품고 수년간 흑마술을 배운 뒤, 백부의 아들 결혼식 날 백부와 백모를 제외한 하객들 수십 명을 몰살시켜 죽인다.

 

그러나 마술로 복수를 한들 부질없음을 깊이 뉘우치고 마술이 아닌 참다운 진리를 구하기 위해 위대한 성자 마루빠를 찾아 나선다. 스승 마루빠 밑에서 피나는 고행을 했지만 해탈을 얻지 못한 밀라레빠는 자살까지 할 결심을 할 찰나, 스승 마르빠의 가름 침으로 더욱 분발하여 수행을 한다.

 

밀라레빠는 마루빠 스승께서 말씀해 주셨던 성스러운 수행터 '다까루 단'의 암굴로 들어가 서원을 세운다.

 

'진리를 체득하지 못하고 일생을 지내느니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으리라. 싯다(비밀한 힘)를 성취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서원이 깨뜨려진다면 오, 신앙의 수호신들이시여, 원컨대 이 생명을 끊어 주옵소서.'

 

그는 그의 원을 모든 불보살과 마루빠 스승께 바치는 시를 지었다.

 

원컨대 덧없는 세상을 환락에

유혹되지 말며

명상에서 오는 청정함이

한없이 불어나게 하소서

 

...중략...

 

원컨대 이렇게 가는 길과 방법에

더 이상 의혹을 갖지 말며

항상 마음이 아버지

그분 곁에서 수행하게 하소서.

 

그는 지극히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며 명상을 계속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하 무드라(大印)의 지혜를 습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몹시 쇠약해져서 몸의 기를 지배할 수 없게 되어 희열의 내부에 있는 불을 구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초의식 상태에서 그는 선명한 경계를 보게 되었다. 마루빠 스승이 보내셨다는 무수히 많은 여인들이 그를 에워싸고 법회를 연다며 분주히 음식을 차리며 말했다.

 

"마루빠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당신이 희열의 불(blissful fire of tummo)을 내부에 느끼지 못하시겠거든 당신의 육체와 음성 그리고 마음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시도해 보라 하십니다."

 

그들은 여석 개의 아궁이(interwoven) 자세, 허공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질러 성대 에너지를 조절, 그리고 뱀이 똬리를 틀 듯 자신을 안정시키는 강력한 힘을 개발하여 점진적 조화를 명상하고 수행을 하였다. 그 결과 과연 얼마 안가 그는 희열의 불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굴 밖으로 나가 처음 세웠던 서원을 생각하며 자책의 시를 지었다.

 

그대, 밀라레빠여!

이 자책의 노래를 그대에게 들려주노라.

 

....중략....

 

마음을 흥분시키지 말고

평온 속에 안주하라.

마음을 단속하지 못하면

곧 죄악이 잉태되리

 

유혹에 지고나면

수행은 곧 바람결에 흩어지리

 

고개를 쳐들지 말고 아래로 떨구라

고개를 쳐들면 곧 무익한 세간사를

탐하게 되리

 

수마에 빠지지 말고 명상을 게속하라

수마에 바지면 곧 무지의 해독이

그대를 정복하리.

 

 

▲밀라레빠의 동굴이 있는 펠링 곰파(사진 : John Hill 위키피데아)

 

 

그는 3년 동안 동굴에서 명상을 계속하였다. 그토록 아껴 먹었던 식량은 바닥이 났고, 그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채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때 그에게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만일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생명을 이을 음식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서원을 깨뜨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행을 위해서이므로."

 

그리하여 굴 박에 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쐐기풀이 무성하고, 양지바르고 앞이 확 트인 언덕에 동굴이 하나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자리를 옮겨 쐐기풀의 즙을 내어 먹어가며 명상을 계속하였다. 그에게는 몸을 가릴 옷도 없엇다. 그의 몸은 쐐기풀처럼 초록빛이 되었으며, 초록빛을 띤 머리털은 쐐기풀처럼 길게 자라 온몸을 덮었다.

 

 

▲밀라레바가 동굴에서 연명을 했던 쐐기풀

 

그로부터 다시 일 년이지나, 이제는 입고 있던 옷이 다 헤어져서 보리를 담았던 자루로 상반신을 덮고 있던 가리게 마저 닳고 닳아 가리개도 쓸모가 없게 되엇다. 그는 그 가리게를 세 겹으로 접어 몸에 두르고 밤의 추위를 막아야 했다.

 

그런 어느 날 굴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가보니 사냥꾼이 일행이었다. 그들은 동굴에 입구에 있던 그의 모습을 보더니 "귀신이다! 귀신이 나타났다!"고 외치며 놀라 달아났다. 그는 그들을 불러 그가 귀신이 아니고 수행자로서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며 수행을 하다 보니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떨어져서 이런 몰골이 되었노라고 말해주었다.

 

또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다른 사냥꾼들이 찾아왔다. 그 때 그는 깊은 삼매에 들어 있었다. 그들은 그가 사람인지 귀신인지를 알아보려고 그에게 절하며 그를 찔러보았다.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인간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들은 반색을 하며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였다.

 

내게는 당신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없소.”

 

그러나 그들은 먹을 수 있는 거라면 아무 거라도 달라고 졸랐다. 그는 그들에게 불을 지피고 쐐기풀을 끓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불을 지피고 맛을 낼 고기나, 기름, 가루나 곡식, 소금 등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아무것도 없으니 쐐기풀을 토막을 내서 양념으로 넣도록 권하였다. 그러자 사냥꾼 중의 한 사람이 가련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과연 이러한 음식을 먹고 그런 옷을 걸치고 있으니 이 지경이 되었군요. 당신은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닙니다. 차라리 남의 집 머슴으로 일을 해서라도 배를 채울 음식과 따뜻한 의복을 구하지 그러셨습니까? 다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상하고 비참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 친구들이여, 그런 말마시오. 나는 생을 받은 중생 가운데 가장 행운아이며 이 세상의 뛰어난 사람들 주의 하나요. 나로 말하면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수행 생활에 만족하고 있소.”

 

그러면서 그는 그들에게 <다섯 가지 즐거움>이란 시를 들려주었다.

 

여기 다까루 단 암굴 한가운데에

티벳의 수행자 밀라레빠는

세속의 모든 욕망과 망상을 떠나

위없이 높은 깨달음을 구하며 사네

 

즐거움은 밑에 까는 조그만 방석

즐거움은 위에 걸친 누더기 면포

즐거움은 무릎을 받치는 명상대

즐거움은 배고픔을 잘 견디는 이 몸뚱이

즐거움은 바로 이 순간에 머물며

궁극의 목표를 인식하는 빈 이 마음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즐거움의 원천

즐겁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네.

 

 

▲티벳 갼체 팡고 초르덴에 있는 밀라레빠 동상

 

그는 용맹정진하여 오랜 명상과 수행 끝에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는 마법사, 요기, 시인, 은둔자 등 많은 이름들로 우리에게 알려진 티벳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특히 밀라레빠의 '십만송'은 그의 영적인 헌신과 지혜에 대한 신성한 가르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1135년 겨울, 정월 열나흘, 84세의 세수로 깊은 삼매에 들어 평온하게 입멸하였다. 입명의 순간 맑고 깨끗한 허공은 꽃잎 위에 펼쳐진 지극히 아름다운 만다라로 채워졌으며, 오색구름이 산봉우리를 에워싸고 그윽한 향 내음과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천상의 노랫가락이 들려왔다.(이상은 롭상라룽파 지음 티벳불교의 성자 밀라레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풀 한포기 없는 티벳의 척박한 산

 

밀라레빠는 그 때도 현재도 미래에도 티벳에서 가장 존경 받는 성자로 추앙을 받을 것이다. 나는 핑큐오린 사원을 들리고 싶었으나 그럴 시간이 없다. 오늘은 에베레스트 입구인 쉐가르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깡파의 지프를 타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기어코 깡파의 지프가 덜덜거리는 험한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고 만다. 이번에는 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