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에베레스트 산이 보인다!

찰라777 2015. 6. 13. 05:17
 

해발 4000m 고원에 멈춰버린 지프차

시가체-라체-쉐가르(뉴 팅그리)

 

 

 ▲중고 지프로 해발 5220m의 갸쵸 라 고개를 넘었다.

 

우리는 강물을 따라 에베레스트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며 거센 모래먼지를 일으킨다. 떠꺼머리에 네모난 선글라스를 쓴 깡파는 매우 낙천적이다. 그는 덜덜거리는 험한 길을 운전하면서도 틈만 나면 카세트음악을 틀어 놓고 티벳 노래를 불렀다 룰랄라~

 

그런데 깡파가 유쾌하게 노래를 부르며 몰고 가던 지프가 갑자기 멈추고 만다. 라싸에서 출발할 때부터 지프가 말썽을 부렸다. 여행사에서 렌트 계약을 할 때에는 성능이 아주 좋은 새 차(very new car)라고 했는데, 출발시간보다 무려 1시간 늦게 온 지프는 오래된 고물차(very old scendhand car)였다.   

 

 

▲고장난 지프에 올라 수리를 하고 있는 운전사 깡파의 엉덩이. ㅋㅋ 몇 번이나 저렇게 올라간 깡파의 엉덩이를 보았는지... 저 엉덩이를 보면 지금도 쿡쿡 웃음이 나온다.

 

라싸를 출발하여 몇 번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을 하더니 이제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을 한 모양이다. 몇 번이나 시동을 걸어보던 깡파마저 심각한 표정이다. 이 산간 오지에 오가는 자동차도 없는데 지프가 고장이 나면 어쩌지 

 

"깡파, 어찌 된 거지?" 

"노 프로블램. 잠깐만 기다려요." 

 

 

▲깡파는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는 마술사와 같다.

 

그놈의 노 프로블램은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한다. 몇 시간 동안 오도 가도 못하며 기다리게 해 놓고도 깡파의 대답은 여전히 "노 프로블램!" 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가고 못 가고는 깡파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을... 우리는 깡파가 차를 고치는 동안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시동이 꺼져 그 때마다 깡파가 고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심각한 모양이다. 깡파는 본 네트를 열고 지프에 올라타 엔진부위를 살펴본다. 입으로 주유호스를 빨고 난 뒤 시동을 걸어도 부르릉 부르릉 하다가 멈춰버린다.

   

깡파가 운전을 하는 지프는 사륜 구동 도요타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거의 수명이 다한 고물차다. 그런 지프를 몰고 이렇게 험한 오지를 오고가는 티벳의 운전사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싸에서 네팔 국경인 코다리까지는 엄청난 거리다. 길은 거의 비포장도로에 험하기로 유명하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험준한 티벳 고원 비포장도로. 대부분 해발 4000~5000m 고도다. 

 

 

어쨌든 우리의 깡파는 마술사다. 엔진 부위의 여기저기를 만지고 급유 호스를 입으로 빨기도 하며 무려 2시간 정도 자동차에 붙어 있다. 저렇게 해서 시동이 걸릴까? 하여간 그는 운전사 겸 자동차 수리 마술사이다. 깡파가 어찌어찌해서 여기저기를 만지며 시동을 걸자 신기하게도 시동이 걸렸다 

 

깡파, 당신은 대단해! 다시는 고장이 안 나겠지?” 

그건 나도 몰라요. 자동차가 알지. 히히.” 

“하하, 허긴 그렇군.” 

 

그의 말대로 지프만이 안다. 아니 자동차의 신만이 알 것이다. 깡파는 옴 마니 반메 훔이란 주문을 외우며 지프를 다시 몰기 시작했다. 나도 깡파를 따라서 "옴 마니 반메 훔" 주문을 염송했다. 그 주문의 힘일까? 우리의 지프는 시동이 꺼지지 않고 덜덜 걸리며 잘도 굴러 갔다 티벳을 여행할 때는 그러니 독자들이여, "옴마니 반메 훔" 주문을 외워라. 그러면 히말라야 신이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갑자기 몰려오는 먹구름.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릴까? 우박이 내릴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하늘이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설원의 고원 티벳의 날씨는 예측을 할 수가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어 티벳의 날씨는... 티없이 맑은 하늘인가 하면 갑자기 우박이 내리고 천둥이 친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 탈 없이 구름이 다시 벗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중간에 샤카(Sakya)에 들리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샤카는 사원 도시로 갼체보다 더 중요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하긴, 티벳의 사원은 신물이 날 정도로 돌아보았지 않은가? 우리는 라체(4050m)에서 잠시 쉬며 한 그릇에 10위안 짜리 야크누들로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다. 시장이 반찬이 아니던가? 이 길은 워낙 오지인지라 먹을거리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야크 우유 한잔에 보리빵 하나, 혹은 야크누들이 전부다. 그러나 이러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실제로 나는 귀국 후 대상포진에 걸렸다. 의사의 진단은 영양실조에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신은 맑고 투명하다. 수행은 '배고품'에서 온다. 성공도 '헝그리 정신'에서 온다. 배가 부르면 잠을 자던지 헛 생각(?)만 떠오른다. 티벳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는 쐐기풀로 연명하며 수행을 했지 않았던가?

 

 

▲야크누들로 저녁을 먹었던 라체 게스트하우스. 혜초여행사 스티커도 보인다.

 

 

라체는 서부티벳 아리(Ali)와 카일라스 성산으로 연결되는 길목이다. 아아, 카일라스! 우리말로는 수미산이다. 당초 티벳 여행에는 수미산 순례를 포함했으나 허가서가 지연되고, 또 너무 험한 고행 길이어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수미산 대신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선택했다. 그러나 여행자에게는 다음은 없다. 그 다음으로 미루었던 수미산 순례는 아직까지 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미루면 죽은 후에나 가겠지.

 

갈 길이 바쁘다. 지금 생각은 하나다. 오직 에베레스트를 위하여!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간다. 밀라레빠도 죽기 전에 라뿌찌 간(에베레스트의 별칭)으로 가지 않았던가? 그는 단 하나 밖에 없는 누이를 불법으로 귀의 시키기 위해 라뿌찌 간으로 가자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누이여, 그대 또한 윤회의 굴레에 매일

세속 욕망 모두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거기에 영원한 행복의 태양은

찬란히 더오르리라. 

-밀라레빠 십만송 중에서

 

 

나는 밀라레빠를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내여, 에베레스트로 가자.

그곳은 설원의 무균지대다.

거기엔 어떤 병균도 꼼작하지 못하리.

 

 

해발 5220m 갸초 라 고개를 넘어서 에베레스트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라체를 출발하여 우리는 다시 어두운 길을 달렸다.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는 현수막을 통과 했다. 해발 5220m란 표지판이 보인다. 중니공로에서 가장 높은 고개다. 갸쵸 라 고개(Gyatso-la). 고우리는 "옴 마니 반메 훔"을 외우며 갸쵸라 고개를 넘었다. 석양이 하늘에 걸렸다. 찬란한 태양이 티벳의 설원 고원에 지고 있다. 저 빛은 희망의 빛이다.

 

갸쵸라 고개를 넘자 내리막길로 이어지며 아득히 먼 곳에 설산의 파노라마가 나타났다. 바로 위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 설산은 맑고 투명하다.

   

저기, 보이는 산이 에베레스트 산!” 

, 에베레스트!” 

와아~ 에베레스트다!” 

 

 ▲티벳 고원에 석양이 드리워지고 있다.

 

 

에베레스트 산이 보이자 우리는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깡파는 컴컴한 길에서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티벳 노래를 부르기 사작했다. 뜻은 알 수 없지만 마음은 통한다. 이심저심교외별전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일까? 우리는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오직 에베레스트를 위하여!

 

드디어 우리는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인 쉐가르에 도착했다. 쉐가르는 에베레스트 관문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마을이다. 중국인들은 에베레스트를 초모랑마라고 부른다. 깡파는 어느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 앞에 차를 멈췄다. 우리가 하룻밤 묵을 게스트하우스다 

 

컴컴한 밤이다. 지프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을 한 것이다. 쉐가르(Shegar, 뉴 팅그리 New Tingri)는 주로 에베레스트 지역으로 트레킹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전날 밤 머물며 산행을 준비 하는 곳이다. 

 

 

창문이 덜렁거리는 게스트 하우스는 추웠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생각하자. 하늘을 가리고 누울 자리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에 깡파의 지프가 고장이 나서 여기까지 오지 못했으면 우리는 추운 고원에서 얼어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일정상으로 녹초가 될 정도로 피곤해야 하는데, 이상하다. 정신이 맑고 투명하다. 세계 최고의 지붕 에베레스트 산의 기(氣)가 전달 된 탓일까? 아내도 별로 피곤한 기색이 없다. 피곤은 마음에서 온다. 내일 에베레스트를 만날 생각에 마음은 흥분이 되고 가슴은 뭔가 알 수 없는 충만감으로 가득 차 있다.

 

"여보, 잘 자요. 내일은 우리가 그렇게 염원했던 내일은 에베레스트 산에 도착할 테니."

"네, 그런데 잠이 잘 안 와요.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소녀처럼..."

"하하, 그래도 눈을 좀 붙여야 하지 않겠소?"

 

내일 아침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간다. 나 역시 가슴이 설레이고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사람은 마음으로 산다. 희망으로 산다. 내일은 에베레스트의 희망이 우리에게 다가 오질 않는가?

 

 

☞티벳 여행 경로

 

▲5월 25일 여행경로

 

 

▲4월 15일~5월 25일까지 여행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