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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최고의 전망대, 팡 라(Pang-la)

찰라777 2015. 6. 17. 06:28

에베레스트 최고의 전망대, 팡 라(Pang-la)

 

팡 라(Pang la) 고개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파노라마

 

 

▲팡라 전망대(5120m)에서 바라본 초모랑마(에베레스트)

 

 

창고처럼 생긴 쉐가르(New Tingri, 老定日)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하늘이 티 없이 맑다. 티벳의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다. 진한 잉크를 풀어 놓은 듯한 하늘은 너무나 투명하여 눈이 부실지경이다. 진한 잉크를 풀어 놓은 것 같은 바다 같은 짙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아마 내 생애 가장 푸른색을 보는 순간이 아닐까? 티벳인들은 저 눈부신 태양과 맑은 하늘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많다고 한다.

 

 

 

 

 

 

독일 출신 시각장애인 사브리예 텐베르겐이 쓴 책 타쉬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이란 책을 보면 티벳 아이들이 유난히 시각장애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저 투명한 하늘과 눈부신 햇빛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티벳을 여행할 때는 선글라스와 선크림, 마스크가 필수이다.

 

푸르디푸른 하늘

그것은 넓은 바다

까마득히 멋 옛날

히말라야는 바다였다네.

-쉐가르에서

 

 

 

 

하늘이 아니라 푸른 바다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바다 속이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질학적으로 히말라야는 아시안 판과 인도양 판이 떨어져 나가 2~3000km를 이동했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하여 두 대륙판이 충돌하여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두 대륙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네팔에 대 지진이 일어나는 것도 이무관하지 않다않다.

 

 

▲하루밤 머물렀던 허름한 쉐가르의 숙소

 

아침 9시 우리는 다시 깡파의 고물 지프를 타고 에베레스트로 출발했다. 오늘따라 운전사 깡파는 중절모를 쓰고 다소 긴장한 자세로 지프를 몰았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은 공안원이 수시로 검문을 하고, 검문소도 통과해야 한다. 운전석 위 백미러에는 불경을 새겨진 타르초와 신의 축복을 내리는 카타가 걸려있다. 티벳인들은 거의 다 라마교를 믿는다. 지프는 넓은 벌판을 건너 초모랑마 공원을 향하여 경쾌하게 달려갔다 

 

 

▲초모랑마 공원 입장권 매표소

 

 

티벳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마지막 로망은 성산 카일라스(수미산)와 에베레스트로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수미산을 갈 수 없었던 아내와 나는 티벳 여행을 대미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정했다. 세상에 태어나 인생은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짧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다 손 댈 것이 아니라 뭔가 이미 시작한 것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 각자 자신의 취향에 가장 알맞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남김없이 맛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선택한 일은 오직하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오르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모험을 즐기는 여행가라 할지라도 에베레스트는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신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와 함께 해발 5200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오른다는 것은 큰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나보다 더 고산증세가 없다. 사람의 몸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히말라야 초모랑마의 여신이 아내를 기꺼이 받아드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난 45일 동안 중국 차마고도와 쓰촨성, 간쑤성 등 해발 3000~5000m의 고지를 육로를 통해서 트레킹을 하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오를 준비를 해왔다. 고산증세에 천천히 적응을 하며 겸허하게 신의 허락을 기다려왔다.

 

 

 

 

 

대지의 여신 초모랑마

 

히말라야는 눈의 집이란 어원을 갖고 있지만, 내 눈에 비친 히말라야는 신들의 정원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티벳인들은 늘 신들과 함께 산다. 그들에게 신들은 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을 뒤 설산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처럼 살기 좋은 기후,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신을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척박한 설원고원에 사는 티벳인들은 신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존재다. 그리고 아무리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도 만년설에 뒤덮인 히말라야에 오면 저절로 신성의식을 갖게 된다.

 

 

 

 

쉐가르를 출발하여 지프는 적갈색 산야를 달려갔다. 풀 한포기 없는 산과 들판, 우리는 마치 외계의 어느 혹성에 불시착을 한 느낌이 들었다. 6km를 달려가자 작은 강이 하나 나왔다. 노노하 강이다. 강파는 강변 옆에 위치한 공원입장권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야 한다고 했다. 빠이 빠(Bai Ba)란 마을에 위치한 초모랑마 서비스 센터(Qomolangma Service Center)에서 우리는 차량 1405, 1인당 입장권 65을 지불하고 에베레스트 공원 입장권을 샀다.

 

 

 

 

 

그곳에서 좌회전을 하여 6km 정도를 달리니 검문소가 나타났다. 이 검문소에서 여권, 중국비자, 여행허가증을 검사했다. 좌회전을 하여 4km쯤 달리니 초모랑마 공원 입구가 나왔다. 검표원은 운전사와 승객을 다 내리게 하고 입장권과 인원수를 일일이 확인했다. 입장권 검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초모랑마 공원 게이트에서 잠시 기념 촬영을 했다. 황량한 벌판에 작은 성처럼 쌓아 올린 초모랑마 공원 게이트는 회색 벽에 티벳 양식 건물로 맨 위에는 진한 밤색을 칠해 놓았다.

 

 

 

 

오래 전부터 티벳에서는 에베레스트는 초모랑마(Chomolangma)’는 불려왔다. 티벳어로 대지의 여신이란 뜻을 이다. '초모(Chomo)'여신’, '랑마(Lungma)'산골짜기, 지역, 경지를 뜻한다. 그러므로 초모랑마는 대지의 여신을 의미한다. 네팔에서는 에베레스트를 사가르마타(Sagarmata : 세계의 정상)’로 불러왔다. 네팔어로 사가르(Sagar)'세계, '마타(Matha)'는 정상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초모랑마를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불렀다.

 

 

 

 

 

영국의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에베레스트란 이름은 잘 못 된 이름이다. 대지의 여신이란 듯을 가진 <초모랑마>, 아니면 세계 어머니 여신이란 의미를 가진 <사가르마타>란 이름으로 되돌려 주은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나는 이번 여행이 티벳 땅을 여행하고 있으므로 에베레스트란 말 대신 티벳어의 초모랑마로 표기를 하고자 한다.

 

 

 

 

 

트레킹 마니아 들은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이하 EBC)까지 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혹은 조랑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기도 한다. 공원입구에는 화려한 치장을 한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 주변에는 작은 티벳 마을이 있는데 마을 아이들이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구경하고 있기도 했다.

 

 

 

 

 

공원 입구를 지나 지프는 뱀처럼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지그재그로 계속 올라갔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오르막 비포장도로를 지프는 끙끙거리며 기어갔다. 지그재그 길 꼭대기에 이르니 초모랑마의 놀라운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팡 라 전망대 가는 길

 

 

 

 

 

 

에베레스트 최고의 전망대, 팡 라(Pang-la) 

 

초이 , 저기가 초모랑마!”

와아, 에베레스트다!”

 

지프에 탄 일행 모두가 함께 탄성을 질렀다. 지프는 팡 라(Pang-la, 5120m) 고개 전망대에서 잠시 멈췄다. 깡파의 말로는 이곳이 초모랑마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한 가운데 대지의 여신 초모랑마를 중심으로 좌우에 초오 유(Cho Oyu, 8201), 로체(Lhotse, 8516), 마칼루(Makalu, 8463)8000m급 설산이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초이, 유 베리 럭키!”

깡파, 고마워요!”

 

깡파는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우리가 매우 운이 좋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중에 오늘처럼 맑고 투명하게 초모랑마를 바라 볼 수 있는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거기, 홀라당 벗은

대지의 여신, 초모랑마님이

활짝 웃으며

눈의 집, 히말라야의 중심에 서서

우리들을 반겨주시네.

아아, 초모랑마! 대지의 여신이여!

이렇게 무릎을 꿇고 엎디어

초모랑마 연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팡 라 전망대(5220m)에서

 

 

 

 

 

 

나는 초모랑마를 향해 엎디어 감사를 드렸다. 티벳에 전해 내려오는 창세기 전설에 의하면 초모랑마는 다섯 여신 중에서 가장 큰 언니라고 한다. 원래 히말라야 설산은 망망대해였다고 한다. 그 망망대해에 바람이 일고 큰 파도가 치자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쌓이고 쌓여 점차 굳어지면서 해안선과 육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곳에 풀과 꽃과 나무가 생기기 시작하고 벌레와 동물과 새가 나타나 지상 낙원으로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가 다섯 개 달린 독룡이 나타나 헤집고 다니면서 이 지상낙원을 폐허로 만들자,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나타나 다섯 여신으로 변화하여 독룡을 항복시켰다. 낙원은 다시 평화가 깃들고, 할 일을 끝낸 여신들이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자, 뭇 중생들이 몰려와 자비심으로 낙원을 지켜달라고 간청했다.

 

 

 

 

 

다섯 여신은 이를 받아들여 바닷물을 멀리 불어내자 동쪽은 울창한 삼림으로, 서쪽은 넓은 농경지, 남쪽은 기화요처가 핀 낙원으로, 북쪽은 광대무변한 목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섯 여신은 그곳에서 나란히 큰 산으로 변했는데, 그중 큰 언니가 바로 초모랑마 여신이라고 한다팡 라 고개에서 초모랑마 베이스캠프까지는 약 90km에 달한다. 그 뒤에 초모랑마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다.

 

 

▲팡 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여기가 에베레스트라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여보, 당신의 인내력이 대단해요!

 

아내는 에베레스트가 손에 잡힐 듯 한 거리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다. 더구나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오니 숨쉬기가 더 벅차다. 아내와 나는 초모랑마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V자를 그은 왼손이 초모랑마 정상 끝에 닿는다. 과연 대지의 여신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저 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거기에 산이 있으므로 오른다.”고 말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등반가 조지 말러리의 명언이 떠오른다.

 

 

 

 

 

고개 마루에는 오색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마치 대지 여신이 치맛자락처럼불경이 새겨진 타르초와 룽다 깃발 사이로 초모랑마 정상이 신비하게 보인다. 티벳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로 이 고개를 넘었을까? 밀라레빠는 누이를 부처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라쁘찌 간(에베레스트 별칭)으로 가자고 노래를 하며 설득을 한다. 이 노래 내용을 보면 필경 밀라레빠도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 분명하다.

 

 

 

 

 

 

 

 

 

 

 

 

 

 

 

 

 

 

태어난 것은 죽지 않을 수 없고

죽을 때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

내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네.

누이여, 그대 또한 윤회의 굴레에 매일

세속 욕망 모두 버리고

라뿌찌 간으로 가자.

거기에 영원한 행복의 태양은

찬란히 떠오르리라.

-밀라레빠, '십만송' 중에서

 

 

밀라레빠의 십만송 중에 나오는 이 시는 지금 우리가 초모랑마로 가는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속의 모든 욕망으로 버리고 초모랑마로 향하고 있다. 세속과 연결 된 모든 잡다한 코드를 뽑아버리고 오직 초모랑마 여신의 품으로 들어가고 있다. 

 

 

▲라싸에서 에베레스트까지 함께 지프를 타고 간 일행, 양군, 하 선생과 함께

 

 

 

투뵈(티벳)와 네팔의 경계지, 놀라운 도시 팅마진(Ting Ri)

거기 주민들을 수호하는 약사신이 사네.

장려한 백설의 여왕 산봉우리에

장수의 상서로운 쩨링마 여신은

머리를 곱게 늘어뜨리고 금강같이 오래 사네.

오늘 아침 저희들은 하늘 궁궐에서

구름의 문을 열어젖히고 햇빛을 타고 내려왔어요

오늘 저녁엔 사늘한 화장터 정원에서 베풀어질

향연에 참석하려고 인도로 갑니다.

 

중략

 

흰 구름은 지붕 위에 맴돌고 산자락엔 언제나 안개가 깔려 있지요.

이곳은 설산의 푸른 여왕의 이름난 성소, 저희들이 사는 궁전이지요.

-밀라레빠 십만송(The Hundered Thousand Songs of Milarepa’ 중에서-

 

 

 

 

 

 

 

 

 

 

 

 

 

 

그가 노래한 시 중에서 쩨랑마 여신초모랑마이고, ‘다섯 신녀는 쿰부히말(Kumbu Himal)의 다섯 봉우리(초모랑마, 샤르체, 눕체, 로체, 창체를 말하고, ‘팅마진은 지금의 '팅그리(Tingri, 定日)' 마을을 뜻한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밀라레빠는 팅그리을 거점으로 초모랑마 인근 동굴에서 쐐기풀로 연명하며 9년간 수행을 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며 초모랑마의 여신을 노래했다고 한다.

 

 

밀라레빠는 열반 직전에 고통을 벗어나 영원한 축복을 얻기 위한 방법을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은 최종적으로 아쉬움만을 가져온다. 얻은 것은 사라지고, 쌓은 것은 무너지며, 태어난 것은 죽는다.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얻는 것과 쌓는 것, 만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올바른 스승의 지시에 따라 시작도 끝도 없는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한다. 이것 하나만이 최선의 행법[또는 과학]이다."

-티벳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빠 중에서

 

 

내 생애에 진정한 스승은 누구인가? 또 올바른 스스을 찾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을 했는가? 팡 라 고개에서 초모랑마로 가는 길은 실타래처럼 얽혀진 꼬불꼬불한 언덕 길이다. 우리는 천 년 전 밀라레빠가 걸어서 갔을 이 길을 깡파가 운전하는 고물 지프를 타고 좁고 굽어진 가파른 길을 마음을 졸이며 초모랑마로 향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여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