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방에 누워 있어도 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

찰라777 2015. 11. 19. 05:41

방에 누워 있어도 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연천 집은 잠을 자려고 내 작은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 빤히 보인다. 별이 뜨면 별이 보이고, 달이 뜨면 달이 그대로 보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하늘은 구름이 낀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다락방의 작은 창문을 열면 바로 산과 들판이 보이고, 굽이쳐 흘러가는 임진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손수 가꾸고 있는 텃밭 정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들 고양이가 야옹~ 하며 느리게 걸어간다. 가끔은 고라니 녀석들이 춤을 추며 밭에서 뛰어 놀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천장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드럼소리처럼 들려온다. 소낙비는 큰 드럼 소리를 내고, 이슬비는 작은 드럼 소리를 낸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내 영혼을 울리는 재즈소리처럼 들려온다.

 

현관문을 열고 텃밭으로 나가면 언제나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풀을 베고, 물을 주고, 밭을 갈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베어내고, 수확을 하고작은 텃밭이지만 밭에서 자라는 채소와 곡물들은 쥔장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텃밭에서의 일은 나만이 하는 운동이다. 육체의 운동, 정신이 운동, 내 영혼의 운동

 

 

 

 

나는 이런 시골생활이 좋다. 지리산에서 2, 이곳 연천에서 4. 벌써 6년 째 접어드는 시골생활이다. 이제 나는 시골 생활에 익숙하다. 도시는 어쩐지 낯설고, 시골은 정겹고 익숙하다. 그래서 도시에 가면 금방 시골에 오고 싶다.

 

내가 도시에 나가는 날은 아내가 병원에 가거나 친구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일, 한 달에 한 번 있는 봉사모임 등이다. 이 모임들은 거의 말일에 잡혀있다. 아내의 모임도, 내 친구들의 모임도, 봉사모임도 거의 말일에 몰아서 잡혀있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배려를 해 준 것이다. 그래서 20일이 지나면 한 일주일 정도는 도시에 머물게 된다. 한 달간의 내 생활은 20촌(村) 10도(都)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도시에 머무는 그 일주일이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빨리 시골 집으로 가고만 싶어진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J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하철 계단을 헛디뎌 그만 발목의 복사뼈가 부서지고 말았단다. 깁스를 하고 집에 누워 있다고 했다. 그래서 김장을 담그는 일을 도우러 가지 도못했다고 했다. 쯔쯔, 김장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넘어지지는 말아야지.

 

J선생님은 지난 13일 연천 우리 집에 와서 함께 김장을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복사뼈가 부러졌으니 깁스를 하고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약속을 칼 같이 지키는 그녀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찰라, 미안해요, 내가 이 지경이다 보니 김장도우미를 못 하게 되어 미안 허우.”

에고, 이제 백두대간은 물 건너갔네요. 너무 방방 뛰지 말고 좀 휴식을 취하라고 그런 일이 일어났나 봅니다. 김장 걱정일랑 놓으시고 치료나 잘 하세요. 김장 담그면 한 보시기 가지고 병문안 가리다.”

 

그리고 나는 지난 16일 김장을 한 김치 한 보시기를 들고 그녀의 병문안에 나섰다. 마침 서울에 한 가지 볼일 도 있어 당겨서 약속을 잡고 연천 집을 나섰다. 남양주 도농동 집에서 아이들과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 날 김치를 싼 보자기를 들고 J선생님 병문안을 나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