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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말라푸람의 석조 사원들-가네샤 라타

찰라777 2016. 1. 3. 07:33

석조예술의 극치, 가네샤 라타

 

 

 

아르주나 고행상을 뒤로하고 위대한 언덕으로 올라갔다.

지금도 석공들이 돌을 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눈앞에 한 폭의 그림 같은 조각품이 다가온다. 가네샤 라타라고 불리는 이 사원은 건축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조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해안에 위치한 파이브 라타와 함께 남인도 드라비다 건축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소중한 유적이다. 남인도 건축양식을 드라비다 양식이라고 칭한다. 드라비다 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비마나(성실) 상부의 시카라()와 고 푸람(대문)이다. 학자들은 이 양식적 기원을 이곳 마말라푸람 라타에 두고 있다.

 

하나의 바위에 쪼아 만든 가네샤 라타는 지붕에 9개의 물병이 조각되어 있다. 칼라샤라고 부르는 물병은 비를 담는 물병이다. 건기가 긴 인도에서는 칼랴사는 감로수의 용기로 사용되며, 길상의 조각으로 사원을 장식하고 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생명수인 물을 이 물병에 담아 감로수로 마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 물병에 든 물을 마시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물병을 지붕에 이고 있는 3층 석조사원은 석조예술의 극치를 이룬다.

도대체 전기와 기계도구가 없었던 시절, 어떻게 사람의 원시적인 힘으로 저렇게 돌을 깎아 빚어냈을까?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불가사의하게 여겨지기만 한다.

 

가네샤 라타를 지나 좁은 바윗길을 걸어간다. 여기저기에 석조사원이 숨바꼭질을 하듯 연이어 조각되어 있다. 사원의 벽이나 기둥 밑에 조각을 해 놓은 동물들도 정겹게 보인다.

 

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성소다

 

 

 

 

 

각 사원마다 모시는 신이 다르다. 사원의 전면에는 개방형 기둥을 설치하고 내부에는 은밀하게 신을 모신 참배실과 가르바그리하라는 성소가 있다. 사원에서 가장 중요한 성소를 가르바그리하(태궁)이라고 부른다. 힌두교의 모든 현상세계는 자연의 어머니인 태궁에서 생긴다고 본다.

 

시바 사원에는 사바의 상징인 링가를 어김없이 모시고 있다. 링가 밑에는 요니가 받치고 있어 합궁을 하고 있다. 고대인들에게 생명 탄생의 영역은 가장 신비한 인간이나 신의 영역으로 여겼으리라.

 

힌두교 부조상으로 유명한 <바라하 만다파>는 비슈누 신을 위한 신전이다. 내부에는 <가나의 화신><바라하의 화신>이 좌우 벽감에 조각되어 있다. 후면에는 코끼리가 정화한 <락슈미 여신>과 전쟁의 여신 <두르가>가 조각되어 있다.

 

바라하의 화신 부조상은 비슈누의 세 번째 화신인 멧돼지(바라하)가 우주의 심해에서 지모신을 구한다는 스토리다. 화면 중앙에 인신 멧돼지가 오른손으로 여장 지모신을 안고 용신과 인간들의 숭배를 받고 있다. 네 개의 팔을 가진 바라하는 두 팔로는 여신을 구하고, 다른 손은 위로 향해 소라를 수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원래 비슈누임을 암시한 장면이라고 한다.

 

우주를 창조하는 비슈누의 화신들

 

 

반대편에는 비슈누의 다섯 번째 화신인 트리비크라마의의 부조상인 <가나의 화신>이 조각되어 있다. 비슈누가 난쟁이의 모습으로 태어나 강력한 발리 왕에게 당을 부여받는 스토리다. 발리 왕에게 세 걸음을 허락받은 난쟁이 신은 거대한 전사로 변신하여 왼쪽 다리를 위로 번쩍 치켜들고 있다. 머리에 비슈누를 상징하는 높은 관을 쓰고 여덟 개의 팔에 각종 무기를 들고 있다.

 

비슈누의 화신 가나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세 걸음에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다리를 힘껏 치켜들고,

첫걸음으로 땅을 만들고,

둘째 걸음으로 바다를,

세 번째 걸음으로 발리 왕의 머리까지 도착을 했다고 한다.

 

비슈누 화신 사상은 8세기경에 10개의 화신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3화신인 물고기, 거북이, 멧돼지는 베다의 우주 창조 신화에 등장하며,

네 번째 사자 인간은 악마로부터 세계를 구하고,

다섯 번째 난쟁이는 전 우주를 세 걸음으로 걸어 인간에게 이 세상을 내려준 가나이다.

여섯 번째 화신 파라슈라마는 오만한 귀족과 전사를 많이 죽인 도끼를 든 모습으로 나타나고,

일곱 번째는 라마,

여덟 번째는 크리슈나는 <라마야나><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붓다는 아홉 번째 화신으로 깨달은 각자로 나타나며,

마지막 열 번째는 미래의 화신 칼키로, 그는 세상의 종말에 출현하여 선악을 가려 벌을 주며 이 우주를 브라흐만에게 돌려준다고 한다. 이처럼 창조의 신 비슈누는 이 열 개의 아바타스로 변신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이렇게 많은 신들이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