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우리 몸속의 명의와 자연치유력

찰라777 2016. 5. 26. 09:21

경북 성주에서 열린 심장이식환자들의 힐링캠프에 참석하고

사정이 있어 곧바로 연천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제 오후에야 돌아왔습니다.

<다시뛰는 심장으로> 환우회 회원 약 60여명이 참석한 힐링캠프에는

주치의이신 김재중 교수님(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도 함께 참석을 했습니다.

 

 

-주치의인 김재중교수(서울아사병원 심장병원장, 우측 두번째와 함께 경북 가야산 숲속을 산책하고 있는 심장이식환자들

 

 

 

바쁘신 가운데 1박 2일 동안 환우들과 함께

숙식을 함께하며 1문 1답식으로 대화를 주고 받고

또한 환자와 의사가 함께 어울려 숲속을 산책을 하며

자연스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환우들에게는 저절로 심신이 치유되는 마음 뿌듯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아내 덕분에 명의와 함께하는 힐링캠프 행운을 누리고 있는 샘입니다.

 

 

-환자들과 1박2일 힐림캠프에 착석하여 1문 1답을 주고 맏는 김재중 교수

 

 

 

환자와 함께 힐링캠프를 동참하시는 김재중 교수님을 바라보며

문득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100명의 명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히포크라스를 떠올려 봅니다.

100명의 명의란 다름 아닌 자연치유력입니다.

 

히포크리스는 "의사인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이들 명의를 돕는 일이다"고 말합니다.

즉 의사의 임무란 인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작용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이로운 요법을 선택하고,

해로운 치료를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다.

의뢰 받아도 사람을 죽이는 약을 주지않는다.

평생을 순수함과 신성함을 지키며 의술을 행한다."

 

 

 

 

 

나는 환자와 함께 자연을 산책하며

그들의 묻는 말에 일일히 응답을 해주는 김재중 교수님을 보면서

정말 히포크라스를 닮아가는 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는 정말 환자에게 꼭 맞는 최소한의 약만 처방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손수 만든 풀스캡에

촘촘히 환자의 상태와 처방약을 기록하는 성실한 모습에서

고대 히포크라스의 마음을 엿봅니다.

 

"선서를 계속 지키는 나는 인생과 의술을 누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으리라

그러나 만약 맹세를 어길시 나는 반대의 운명에 처하리라."

 

 

-1박 2일 힐링캠프에 참석한 환우들과 함께

 

 

현대의 의사중에 이 선서를 지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의 의사는 무관심 속에 무심코 환자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의약품을

습관적으로 장기투여하여 죽음으로 몰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약물 때문에 부작용이 속출하여 또 다른 새오운 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아내의 경우도 <디곡신>이란 약을 과다처방하여

장기간 복용한 결과 심장병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나는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와

텃밭에서, 화단에서 쥔장을 기다리고 있는 작물과 야생화를 바라봅니다.

이들도 적당한 수분과 적당한 햇볕, 적당한 거름을 주어야만 제대로 성장을 합니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화근을 일으킵니다.

 

 

-잡초가 무성한 텃밭

 


그런데 일주일만에 돌아와 보니 텃밭이 작란이 아닙니다.
상추는 자랄대로 자라서 따주기를 바라고 있고
토마토는 곁순이 여기저기 튀어나온데다 훌쩍 커서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마늘은 동이 서고
브로콜리는 꽃이 피어 버렸내요.
잡초는 자랄대로 자라 무성한 수풀을 이루고 있습니다.
농부가 직무유기를 했으니 당연하겠지요.

 

 

 

 

 

 

 


아내는 상추를 따기 시작했고
나는 토마토와 오이의 곁순을 잘라주며 지지대에 묶는 작업부터 했습니다.

곁순을 잘라주며 키가 큰 잡초도 함께 잘라주었습니다.

 

 

 

 

토마토와 오이 곁순을 자르며 갈등을 참 많이 느낍니다.

꽃이 이미 피어있는 곁순을 잘라내야 할까 말까를

몇 번을 망서리다가 아깝지만 결국 잘라냈습니다.

내 농사 경험으로보아 똑똑한 한줄기만 키워야 열매가 튼실하니까요.

 

 

 

 

 

똑똑한 재목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꼭 다른 곁가지들을 희생시켜야만 하는가 하는

마음의 갈등속에서 다분히 철학적인 사고를 해봅니다.

우리 사회도 결코 필요한 재목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곁가지와 같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지요.

꼭 곁가지를 잘라내야만 하는 것이 정의인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서뿔리 판단하기 아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식물사회도 결국 잡초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올 봄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비가 내려

작물과 잡초들이 생장하는 속도가 참 빠릅니다.

블루베리는 알알이 익어가고 있고
양배추는 결구를 시작했으며
보리수나무 열매는 가지가 찢어질 듯 수없이 달려 여물어 가고
살구도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들이 굵어지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딸기는 잎속에 숨어 마치 보석처럼 익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딸기 잎을 이리저리 젖기고

잎속에 숨어있는 빨간 딸기를

한참동안 마치 보물찾기하듯 따냈습니다.

비록 알이 굵지는 않지만 맛이 상큼합니다.

2년 전에 다섯포기를 심었는데

딸기들이 새끼를 쳐서 20평 정도의 딸기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딸기들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해봅니다.

 

 

 

 

 

아내가 만든 화단에는
작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네요^^
흑장미 한송이가 고고하게 피어 있습니다.
쥔장이 없는 동안 집을 지키면서 ㅎㅎ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농부는 시기를 놓치면 수확을 거두지 못하지요.
우리네 인생도 마찮가지겠지요.
인생을 살가면서 주기별로
지금 내가 해야할 일들을 놓치면
영원히 그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요.

찰라농부는 지금 직무유기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