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희망의 씨앗' 네팔방문기

가장 순수하고 기뻤던 최초의 장학생 열 두명

찰라777 2016. 7. 28. 06:23

장학금 요청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저녁밥을 먹고 나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버드러칼리 교장선생님, 그리고 퍼삭 선생님과 함께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드러칼리 학교는 초중고와 전문대학까지 학생수가 600명이 넘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학교로 우리가 최초로 장학금을 지원한 학교이다. 시토울라도 이 학교의 출신으로 현재 그의 동창생이 교장을 맡고 있고, 여러 명의 동창생들이 이 학교의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다.

    

 ▲ 좀 더 많은 장학생을 후원해달라는 버드러칼리 교장선생님과 함께 밤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자비공덕회는 현재 이 학교에 65명의 장학생을 후원하고 있고, 컴퓨터도 50대 후원해 컴퓨터 교실을 열어주었다. 장학금 후원은 1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여 전문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후원하고 있다.

 

그런데 버드러칼리 학교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에 후원을 하는 것을 서운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자기네 학교에 후원을 해줄 학생들이 많은데 왜 다른 학교에 후원을 해주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사실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이 학교 만해도 지원을 해주어야 할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순수하고 기뻤던 최초의 12명 장학생 선발

6년 전 최초에 12명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원하고, 컴퓨터 10대를 후원할 때에는 그저 감지덕지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6배가 넘는 학생들을 후원하고, 컴퓨터도 50대나 후원을 하고 있는데도 선생님들의 불만은 크다. 크나 작으나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자꾸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불만이 없다. 불만은 상대적인 비교에서 나온다.


▲최초로 선정한 12명의 장학생들과 함께(2010년). 이 때가 가장 순수하고 좋았다. 지금은 125명을 후원하고 있지만 점점 요구가 많아지고 있어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버드러칼리 학교 주변에는 그 학교 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오지 학교들이 산재해 있다. 버드러칼리 학교가 한국에서 장학금도 후원해주고 또 컴퓨터도 배울 수 있다고 소문이 나자, 버드러칼리 학교로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컴퓨터도 배우고, 혹 장학금 후원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나 둘 학교를 옮겨 그 먼 길을 걸어서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자비공덕회는 버드러칼리 학교보다 더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장학금을 나누어서 후원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버드러칼리보다 훨씬 오지에 있는 3개 학교를 선정을 해서 60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후원을 해주게 되었다. 컴퓨터도 5개 학교에 55대를 후원해주었다. 어린이들이 전학을 하고 먼 길을 걸어서 다니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내용을 버드러칼리학교에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버드러칼리 학교 선생님들은 서운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들은 밤 10시가 넘어서 돌아갔다.

 

이곳 오지에 살고 있는 네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엄청나게 돈이 많은 부자들로 알고 있다. 한국을 뭐든지 요구만 하면 다 해줄 수 있는 부자 나라라고 알고만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재 100여 명의 자비공덕회 회원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를 하며 근근이 성금을 모아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기도하며 모아진 후원금

 

가난한 회원들도 많다. 부자라고해서 후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더 많다. 회원들은 조금만 용돈을 아끼면 네팔의 가난한 아이 한 명을 가르칠 수 있다는 보람으로 매월 조금씩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후원과 관련된 업무는 회원들이 전부 무료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아진 성금은 100%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네팔 사람들이 그 속사정을 다 알 수 있겠는가? 한국에도 끼니를 굶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우리들의 속사정을 좀 더 이해 시킬 수 있을까? 방문 마지막 날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학생들, 이 지역 유지와 교육청 관계들을 모아 세미나를 하기로 되어 있다. 그 자리에서 한국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해 왔다.


교육부에 부탁을 하여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일어선 한국의 기적을 담은 비디오도 준비해 왔다. 그런데 그 내용을 알린다고 해도 저들이 과연 이해를 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들이 돌아가자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