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감자이야기1] 하지감자

찰라777 2017. 6. 24. 07:12

씨감자 반쪽 심어 통감자 15개 수확


믿을 수가 없다! 썩은 씨감자 반쪽에서 이렇게 많은 감자가 주렁주렁 달리다니 말이다. 더구나 사상 최악의 가뭄에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황량한 사막 같은 모래땅에서 황금알처럼 쏙쏙 감자를 캐내는 재미는 캐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정말 모른다.


 


씨감자 반쪽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자신이 몸을 내 던져 썩어야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그런 교훈을 여실이 보여 주고 있다.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온 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하여 어딘가에 보시를 하였을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고 살만한 세상을 재창조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의 신세를 많이도 지고 있다. 나무와 , 풀, 곡식들, 삶의 고리를 이어가는 생태계, 물, 공기, 햇빛, 그리고 여기 감자까지도... 날마다 하고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데도 세태에 찌들다 보니 크게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아간다. 아니,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더 그것을 잊고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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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에서 감자를 캐는데 뜨거운 지열에 손을 그만 데일 것만 같다. 하짓날 캐내는 감자는 캘 때부터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 땡볕에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구슬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를 캐다보니 이거야 정말, 열사의 사막 속에서 감자를 캐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모래 속에서 감자 줄기를 잡아당길 때마다 연한 줄기에 열 개 내지는 열 댓 개 정도의 크고 작은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재미에 그만 더위를 잊고 만다.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감자 캐는 재미에 흠뻑 젖어든다. 이건 정말 모래땅에서 황금 알을 캐내는 기분이다. 기적이 따로 없다! 저렇게 연약하고 부드러운 줄기에 이렇게나 큰 감자가 열리다니!


 

 

지난 3월 하순에 남작(흰 감자)과 자주감자를 각각 3kg씩 쪼개 두 이랑에 나누어 심었다. 꽃도 따주지 않았다. 꽃을 따 주어야 감자 씨알이 굵어진다고 했지만, 소금처럼 하얀 꽃과 자주색으로 피어나는 꽃이 관상용으로 볼만했기 때문이다. 꽃은 꽃대로 날마다 감상하며 그대로 두었는데도 이렇게 크고 작은 감자가 열리다니. 원더풀! 남작 씨감자 3kg을 심어 20kg 정도의 감자를 캐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6개월 동안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는 칠레의 메마른 산과 남부지역 섬의 습기 많은 숲에서 똑같은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남미를 탐험할 당시 메마르고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자라나는 감자를 보고 이같이 감탄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실감 난다.

 

강원도의 척박한 고랭지에서 자라는 강원도 감자와 제주도의 습한 저지대에서 나는 제주도 감자도 같은 이치다. 감자는 고산, 저지대, 극서, 극한지방과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다.

 

감자가 주는 교훈은 실로 크다. 인간은 이 감자처럼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바르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 다가오더라도 <감자의 희망>을 버리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

나는 고마운 감자 이야기를 더 이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