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아름다운우리강산

용추폭포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이 사람

찰라777 2018. 10. 31. 15:29

 

 

용추폭포로 가는 길에는 사과밭이 지천이다. 여기저기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마치 사과의 숲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함양군에 사과밭이 이렇게 많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매년 사과 축제를 열릴 만큼 사과를 생산 고장이라니. 함양군은 1027~28일 수동면 도북마을 200ha규모의 사과단지 일원에서 사과축제를 열고 연다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고 깊었다. 바래기님의 봉고차를 따라 사과밭 터널을 지나 계곡 깊숙이 들어갔다. 좁은 골짜기는 끝이 보이지 않고 지우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용추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니 지축을 흔드는 폭포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노란 단풍 사이로 하얀 포말을 그리며 떨어지는 용추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가 내리지 않는 늦가을에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이 어디서 흘러내려올까?

 

 

 

 

이 용추폭포는 지리산보다는 덕유산에 가깝다. 용추폭포는 기백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좁은 골짜기를 따라 흘러 내려오다가 용추사 화강암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며 생긴 폭포다. 지우천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남강의 최상류 지류이다

 

남덕유산 동사면에 위치한 지우천 유역분지는 기백산(1330.8), 거망산(1184), 금원산(1352.5), 월봉산(1281), 황석산(1192.5) 1000m가 넘는 산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산이 높고 계속이 깊어 건기인 가을철에도 물의 양이 생각보다 풍부하다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마치 용이 지축을 흔들며 승천하는 것처럼 들린다하여 용추폭포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폭포주변에는 울창한 삼림이 곱게 단풍이 들어 용추폭포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 준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와 C선생님을 부축하여 조심스럽게 폭포 아래로 내려갔다. 무릇 폭포는 떨어지는 폭포 아래서 올려다보아야 그 진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반암이 윗부분을 깎아 내리듯 침식이 되어 있고, 그 절벽을 용추폭포가 용틀임을 하듯 힘차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소가 푸르고 맑았다. J, C 두 선생님은 절경 속에 떨어져 내리는 폭포를 바라보며 아아,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두 손을 번쩍 들고 포즈를 취했다. 환희에 찬 그 모습이 폭포와 단풍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다. 그냥 두 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용추계곡은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이라 불린다. 심진동은 안의삼동(심진동, 원학동, 화림동)과 더불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폭포 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너럭바위는 펀펀하여 앉아서 쉬기에 편해보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폭포위에서 서성거리던 한 중년 남자가 보였다. 마침내 그는 너럭바위의 옴팍 패인 펀펀한 곳에 앉더니 가부좌를 틀고 삼매경에 들어갔다. 그는 가부좌를 한 자세로 꿈쩍하지 않고 돌부처처럼 앉아있었다.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들어 있는 계곡, 우람하게 떨어져 내리는 용추폭포, 그 절경 속에 가부좌를 틀고 선정삼매경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마치 산에서 내려온 도인처럼 보였다. 마조 도일은 '평상심이 곧 도'리거 했거늘, 저 폭포 위 너럭바위에 앉아 선정에 들어간 그는 도대체 어떤 색각을 하고 있을까?

 

도는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오염시키지만 마라. 무엇을 오염이라고 하는가? 다만 생사심을 조작하여 나아가는 것은 모두 오염이다. 평상심이 곧 도다. 무엇을 평상심이라 하는가?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고, 취사가 없고, 단상이 없고, 범부와 성인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 말하기를 범부의 행동도 아니며 성현의 행동도 아닌 것이 보살의 행이라고 하였다.

-마조도일, <직지심경>

 

참다운 보살의 행이란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어서 일체의 명상을 초월하여 일체에 걸리지 않고 일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삶이라고 했는데, 우매한 이 중생은 걸리는 것이 너무 많구나! 폭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선정삼매에 들어 있는 이 사람을 보니 문득 반야심경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났다.

 

심무가애(心無罫碍) : 마음에 걸림이 없고

무가애고(無罫碍故) : 걸림이 없으므로,

무유공포(無有恐怖) : 두려움이 없다

 

반야의 지혜를 이루면, 번뇌는 있어도 없는 것과 같이 초월을 할 수 있고, 번뇌를 초월하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폭포 위에서 선정삼매에 든 저 처사님은 걸림과 두려움이 없을까? 나는 우당탕탕 떨어지는 폭포소리를 들으며 바래기님과 해어져 세 보살들을 모시고 오도재로 향했다. 어둡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