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Mongolia

[7]울란바토르의 전설-푸른천, 꽃, 금 컵

찰라777 2006. 8. 19. 10:15

울란바토르의 전설

푸른 천, 꽃 한 송이, 금 컵


▲울람바토르 보그드산에 세원진 공산혁명기념 승전탑 '자이슨 톨드고이'

   이곳에 오르면 시내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간단사원에서 나와 정치문화의 중심무대인 ‘수흐바타르’광장에 이른다. 광장 중앙에는 몽골 공산 혁명의 영웅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말을 탄 채 우뚝 서 있고, 뒤편에는 정부청사가 있다. 광장 센터에는 칭기즈칸 기념관이 한창 건설되고 있다. 주변에는 문화궁전, 중앙우체국, 증권거래소, 역사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 주요 건물이 운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공룡의 뼈는 최대의 볼거리다.

 

 

▲시내 중심가 수흐바타르 광장. 칭기즈칸 기념관 한창 건설중에 있다.(상)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거대한 공룡의 뼈(하)


 

“중심가의 식당에 화장실이 없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광장 주변에 있는 몽골 전통식당으로 들어간 아내는 화장실 때문에 짜증을 부린다. 울란바토르의 중심가에 있는 식당조차 화장실이 없다니…. 이는 아직도 상하수도 시설 등 사회 간접자본 투자가 미흡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히스키는 미안해하며 화장실이 있는 다른 건물로 우리를 안내하여 일을 보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화장실 사용료로 200투그릭을 지불해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보그드산 근처에 있는 ‘자이슨 톨드고이’ 승전탑에 오른다. 승전탑 아래에는 거대한 불상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불상 우측과 좌측에는 누각에 북과 종을 걸어놓았는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북도치고 종도 친다. 종각으로 가서 종을 한 번 쳐 보려고 한데 놀랍게도 종에는 한글 이름이 빼꼭히 들어차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인 불교신도들의 시주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화교류에 이어 종교적인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는 한 단면이다. 몽골에는 유난히도 한국인 선교사들과 미션계통 자원봉사자 들이 많다.

 

 ▲한국 불교 신도들이 시주한 종

 

승전탑은 몽골의 공산혁명 성공을 기념하기 위하여 소련이 기증한 것이다. 보그드산 중앙에 세워진 공산혁명 승전 기념 승전탑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도입한 지금의 몽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산당시절에는 칭기즈칸의 이름조차 입에 올릴 수 없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승전탑의 오른쪽 동산에 칭기즈칸의 거대한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역사의 질곡 속에 무언가 변화를 시도하려는 몽골인들의 기상이 엿보인다. 


 


   ▲톨 강을 사이에 두고 울란바토르는 과거와 혐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톨 강 건너편에 있는 울란바토르의 현재(상). 반대편에 있는 유목민 촌(하)

 

“전설에 의하면 왕은 세 수도를 정하기 위해 전국 각지로 사자를 보냈는데, 지금의 울란바토르 근처에서 만난 어떤 노인이 사자에게 푸른 천과 꽃 한 송이, 그리고 금으로 된 컵을 주면서 왕에게 전해주라고 했대요. 왕은 노인이 보낸 선물을 받은 왕은 푸른 천은 톨 강, 금 컵은 둥그런 분지, 꽃은 보그드산의 상징이라는 심오한 숨은 뜻을 알아냈답니다. 그리고 으로그를 이곳으로 옮겨 정착을 하게 되었지요. 그게 바로 이 울란바토르랍니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전승 기념탑에서 시내의 전경을 바라보며 히스키는 울란바토르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 한다. 울란바토르의 원래 지명은 ‘후레’였다고 한다. 후레는 원래 정착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왕들이 기거하던 겔을 높여 부른 ‘으르그’(궁전)가 집단화되자 붙여진 이이다. 


울란바토르가 몽골의 수도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7세기 초부터 울란바토르의 서쪽 아르항가이 아이막에 있던 으르그가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정착민들은 1778년 톨 강 유역에 도착하여 지금의 울란바토르인 ‘후례’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그 후 1921년 공산혁명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서 ‘붉은 영웅’이란 뜻을 가진 울란바토르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

 

▲보그드산에서 녹색의 융단처럼 드리워진 초원으로연결되는 길 

 

승전탑에 서니 톨 강을 사이에 두고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초원을 뒤 덮고 있는 것은 녹색의 융단이다. 녹색의 융단은 몽골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긴다는 성산인 보그드산 정상에서 흘러 내려 도시의 끝자락인 툴 강까지 닿아있다. 


툴 강이 가로 지르고 있는 울란바토르는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병존하고 있다. 툴 강의 건너편에는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벽을 쌓듯 도시를 점점 가로 막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승탑 반대편의 산등성이 초원에는 하얀 겔들로 이루어진 집단촌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있다. 어디를 보아도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초원위에는 어김없이 하얀 겔이 점점이 이어지고 있다.

 

▲복권을 사고 있는 가이드 히스키. 몽골은 1990년 자유화이후 곳곳에서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어?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내. 빨리 내려가야겠군요.”


히스키는 사진을 찍는 나를 재촉한다. 부처의 상이 보이는 곳에서 히스키는 차를 잠간 멈추라고 하더니 복권을 산다. 


“히스키 내가 행운을 기원해 줄께.”

“오케이! 고마워요.”


해맑게 웃는 히스키의 모습이 싱그럽다 못해 순진하게만 보인다. 복권을 사며 행운을 기대하는 습성도 우리네와 닮은 모습이다. 70년 동안 소련의 통치를 받다가 1990년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몽골은 지금 개방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자유화 이후 자본주의 폐해가 곳곳에 스며들어 전통적인 몽골인들의 삶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서민들은 오히려 공산화 시절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돈벌이에 여념이 없어져 암거래와 매춘 등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물불을 가리 않고 서슴없이 행해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 복권을 사는 히스키의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