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Mongolia

[8]말을 탄 캐디와 목동 골프

찰라777 2006. 8. 22. 10:28

 

말을 탄 캐디와 함께하는  몽골 목동골프 체험

 

▲UB골프클럽에서는 목동말을 탄 기마병 캐디와 함께 하는 '목동골프'체험을 할 수 있다.

 

천둥이 치며 마치 도시를 집어 삼킬 듯 내리던 비는 오후 2시가 되자 어느 순간에 뚝 멈춘다. 그러나 울란바토르 시내의 도로는 마치 홍수가 범람하듯 물바다를 이룬다. 배수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렇단다. 거리의 자동차가 움직이질 않고, 시동이 꺼진 차도 많다. 
 

         ▲ 골프장 페어웨이에 핀 야생화

 

“계속 이렇게 죽치고 앉아있을 건가요?”
“흠, 여기 론리의 여행 안내서를 보니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퍼블릭 골프장이 있네. UB골프 클럽이라고.”
“그럼 골프라도 치자는 건가요?”
“자투리 시간에 멀리 갈수도 없고…. 한번 라운딩을 하는데 20달러라고 하니 값도 싸고…”
“왕 초보인데다 골프채와 신발도 없는데요?”
“모든 장비를 다 싼 값으로 빌려준대. 그러니 초원을 그냥 한번 걸어본다는 생각으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소?”
“허긴…”



▲골프장엔 말과 양, 소들이 가로히 풍를 뜯고 있다.

 

아내는 이제 막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왕 초보 골퍼다. 아직 정식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해본 경험도 없는 초자 중에 초자. UB 골프클럽으로 전화를 해보니 처음엔 영어로 말을 하던 상대편이 한국말로 날더러 한국인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한국 사람이란다. 하여간 반갑다. 택시를 타고 오면 30분 이내에 도착을 할 수 있고, 택시요금은 5천 원 정도 나올 거라고 한다. 밤 10시 반까지 라운딩을 할 수 있으니 지금 오면 충분히 라운딩을 할 수 있단다. 그곳에도 비가 마침 그쳐 있단다.

 

몽골의 여름 해는 길다. 밤 10시가 되어도 해는 지지 않고 초원을 훤하게 밝힌다. 우리는 UB골프장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UB골프장은 초원의 넓은 분지에 있었다. 비는 멎었지만 아직 먹구름이 낮은 구릉에 걸려 있어 금방이라도 다시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질 기세다. 골프장은 승마장과 함께 있다. 유목민들의 겔이 하얀 조개처럼 초원에 곱게 드리워져 있고 초원에는 야생화 천지다.

 


▲클러하우스 정면에 있는 토템플 조각

 

초원위의 그림처럼 생긴 클럽하우스에 입구에는 몽골 병정처럼 생긴 토템플 인형이 보초를 서듯 양편에 서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커피숍에 한국인들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비를 흠뻑 맞은 채 물에 빠진 생쥐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다. 라운딩을 하는 중에 비가 쏟아져 내려 흠뻑 졌었단다. 카운터에는 한국말을 더듬더듬 하는 몽골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아부 반갑게 우릴 맞이한다.

“비가 오지 않을까요?”
“글쎄요. 더 이상 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 우선 드라이브 레인지에서 공을 좀 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우린 골프채를 몇 개 빌려 드라이브 레인지로 갔다. 초원위로 날아가는 하얀 공이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하늘이 점점 벗어져서 정말로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다. 이왕에 여기까지 왔는데 목동 골프라도 한 쳐보자. 다시 클럽 하우스로 가서 클럽과 신발, 장갑, 골프공 일체를 빌렸다. 골프채는 아내와 둘이서 함께 사용하기로 하고 1세트만 빌렸다.


▲말을 탄 캐디가 공을 찾으러 가고 있다.

 

“저, 캐디는 말을 탄 캐디 1명을 포함하여 2명을 써야 합니다.”
“말을 탄 캐디라니요?”“초원에 풀이 너무 길어 공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말을 탄 캐디가 필요합니다.”
“히야! 캐디가 말을 탄다?”

초원으로 나가니 정말로 말을 탄 남자 캐디가 따라온다. 캐디 피는 5달러. 그렇게 해서 말을 탄 캐디와 함께 초원에서 목동 골프를 치게 되었다. 말이 골프장이지 페어웨이는 말 그대로 목장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골프장에 비교한다면 페어웨이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러프에 해당하고, 그린 상태는 우리나라 페어웨이와 비슷하다. 그러니 골프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더라도 찾기 어렵고 러프에 떨어지면 더더욱 찾기가 힘들 수밖에.

 

하여간 드라이브로 골프공을 치니 흰 공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더니 포물선을 그으며 초원에 떨어진다. 공을 치고 나면 그리고 말을 탄 캐디가 앞서서 달려간다. 그는 말위의 높은 데 앉아 있으니 공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귀신 같이 작은 공을 찾아낸다. 페어웨이에 떨어지던 러프에 빠지던 말 탄 캐디는 식은 죽을 먹듯이 공을 찾아낸다. 풀이 워낙 길어 정말 말을 탄 캐디가 없으면 공을 찾아내기가 힘들 것 같다.


▲골프장은 야생화 천지다.

 

“호호 정말 진풍경인데요?”
“뭐가?”
“말을 탄 캐디와 함께 다 공을 치다니요!”
“그러게, 말 탄 캐디는 세상에 몽골밖에 없을 끼라.”
“길이 기록에 남겠군요.”
“허지만 몽골은 화장실에 갈 때도 말을 타고 간다는 군.”
“에게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정말이래, 시골의 초원은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 말을 타고 가야 할 정도래.”



▲골프를 치는 것은 뒷전이고 야생화 관찰하고 찍기에 여념이 없어...

 

말을 탄 목동과 함께한 목동골프! 정말 희한한 체험이다. 골프장은 그야말로 야생화 천지다. 소와 양떼, 말들이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골프의 원조인 스코틀랜드보다 더 멋진 목동골프를 치는 느낌이 든다. 사실 몽골은 초원 전체가 골프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초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아마 수천 개의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말게다.

 

 

다행히 9홀을 다 돌도록 비가 오지를 않는다. 캐디가 골프스코어 카드를 적어서 넘겨준다. 저녁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정확히 적으라고 했더니 꼼꼼히 기록한 9홀의 실적은 내가 50타, 아내가 54타다. 72홀을 기준으로 한다면 100타가 넘는다. 아마 이 스코어도 많이 봐준 것 같다. 허허, 당신 목동 골프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 호호, 초원에서는 보통이 정도 실력이지요. 당신에게 10타를 접어주었으니 오늘 저녁은 내가 내야겠는걸. 기꺼이 받아드리지요.

 

오후 6시다. 클럽하우스에서 김치 찌게를 시켜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시 9홀을 돌려고 첫 티업을 하는데 아내가 발에 쥐가 나서 걷지를 못하겠단다. 저런, 오랜만에 목동골프를 치더니 무리를 했나? 골프치기를 중단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니 마침 비가 내린다. 에그 잘 됐네.

 

천둥과 함께 광풍이 휘몰아치더니 비가 다시 억수같이 쏟아진다. 그런데 아까부터 클럽하우스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종업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중년의 한국인이 보인다. 반가워서 인사를 건네니 뜻밖에도 낮에 그가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다.



▲클럽하우스 주변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겨울에는 스키장을 운영한다고...

 

조상현 사장. 그는 UB골프장을 경영하는 한국인이다. 골프장뿐만 아니라 승마장과 게스트 하우스를 겸해서 운영하고 있다. 겨울에는 초원의 언덕에 스키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는 영남대학교 봉사단원30여명이 이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되어 있단다. 그래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봉사단원에게는 거의 무료로 겔과 통나무집을 빌려 준단다.



▲게스트 하우스는 몽골 전통 유목민 생활을 할수 있는 겔도 있다.

 

5년째 이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 사장의 가족은 모두 서울에 있다고 한다. 몽골의 거친 초원에서 목동골프장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텐데 봉사단원들을 위해서 애를 쓰는 조 사장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는 발에 쥐가 난 아내를 위해서 각별히 배려를 해준다. 혹 심하면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국인 한의에 가서 침을 맞으라고 전화까지 해주고 전화번호를 적어서 건네준다.

 

골프장은 여름 한철인 6월말부터 9월초까지 운영을 하고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스키장을 운여하며 승마장을 겸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텁텁한 그의 인상에서 몽골의 한국인 기상이 엿보인다. 몽골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이하는 생각이 든다.



▲승마체험을 겸하여 할수 있는 승마장도 있다.

 

울란바토르로 돌아갈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영남대학교 봉사단원들이 들이 닥친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광풍이 더욱 세게 몰아친다. 문을 열기조차 힘이 들 정도다. 좁은 클럽하우스에 영남대학교 젊은 남녀들이 금방 가득 찬다. 비를 맞고 들어온 그들은 몽골의 초원만큼이나 싱그럽다. 몽골의 여름비는 차갑다. 그러나 그 차가운 비를 맞고도 좋기만 하는지 그들은 뭐라 환호를 지르며 떠들어 댄다. 역시 젊음은 좋다.



▲몽골에서 승마체험은 빼어 놓을 수 없는 체험이다.

 

마침내 택시가 도착하여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데 폭우는 멈추지를 않는다. 번개 불이 번쩍번쩍하며 컴컴한 하늘을 가른다. 천둥 속에 불어오는 일진광풍은 택시는 물론 온 초원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정말 몽골의 천둥은 무섭군요!”
“막힌 데가 없는 초원이어서 천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게 아닐까?”


▲다시 번개와 천둥 광풍이 휘몰아 치는 초원의 골프장. 수례처럼 이동식 겔도 있다.

 

말을 탄 기마병과 함께한 목동골프와 천둥과 번개와 함께 초원에 휘몰아치는 광풍은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

 


*초원에 세워진 드라이브 레인지

 

 

 

* 한 여름에만 피어나는  골프장의 야생화는 매우 강열한 색을 발산하고 있다.

 

 

 

☞ UB Golf Club


-전화 9979 9945/3377
-울란바토르에서 20km, 택시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함
-그린피 20달러(9홀), 캐디피 5달러, 볼보이 1달러, 골프장비 20달러(클럽, 장갑, 신발, 골프공 일체 18홀 기준)
-골프장 상태 : 한국의 골프장과 비교를 하면 페어웨이를 러프로, 그린을 페어웨이로 생각하면 됨. 그러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야생화의 물결 속에서 말을 탄 기마병 볼보이와 함께 목동골프를 체험하는 것도 별미 중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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