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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땅' 라다크를 가다(2)-헤미스 축제

찰라777 2006. 9. 20. 23:50

지구촌 이색축제기행

 

 ‘축제의 땅’ 라다크를 가다(2)

 

 

 

□ 예수가 부활하여 머물렀다는 '헤미스 곰파'

라다크는 축제의 땅이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작은 마을과 곰파(Gompa-사원)엔 일 년 내내 늘 원시적인 축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중의 하나가 갖가지 신의 탈을 쓴 라마승들이 세상의 악귀를 몰아내고 평화를 불러들인다는 헤미스 사원의 가면 축제다. 이 축제는 라다크에서 열리는 축제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가는 성스러운 큰 축제다.

헤미스 곰파는 17세기 남걀왕조 시대에 세워진 사원으로 레에서 45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예수가 부활을 한 뒤 머물렀다는 기록이 전해 내려오며, 더욱 유명해진 사원이다. 환생한 스님을 가리키는 린포체(Rinpoche)가 대대로 주지를 세습하는 사원이기도 하다.

버스에서 내리자 노파의 갈비뼈처럼 빗살이 그어진 민둥산 산언덕이 요새를 이루고 있다. 그 빗살 위로 한없이 맑고 푸른 쪽빛 하늘이 티 없이 전개되고 있다. 하늘은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리다. 그 빗살 계곡 사이로 느리게 걸어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마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햇살은 너무 강열하여 피부를 벗겨버릴 듯 따갑기만 하다.

 


헤미스 곰파로 오르는 길에는 흰 탑들이 세월을 말해주듯 늘어서 있다. 마니차를 돌리며 ‘옴 마니 반메 훔’이란 진언을 끝없이 되풀이 하는 라다키들의 모습은 진지하기만하다.

‘옴 마니 반메 훔’이란 무엇인가? ‘옴’은 하늘세상, ‘마’는 아수라, ‘니’는 인간, ‘반’은 축생, ‘메’는 아귀, ‘훔’은 지옥으로 즉, 육도세계의 제도를 뜻한다. 육도의 중생들을 제도하여 육도의 문을 닫게 한다는 뜻이니 이 육자주문을 외우면 모든 위대한 공덕을 성취한다고 한다. 그래서 티베트인들은 틈만 나면 이 주문을 외우며 초르텐(탑)이나 사원을 돈다. 고통의 바다를 헤매는 현생을 뛰어넘어 내생을 기원하며 기도삼매에 든 그들은 과연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 우주의 평화를 불러들이는 ‘헤미스 가면 축제’

 


린포체 스님의 신호로 거대한 탕가(탱화의 일종)를 사원건물에 걸어 내리며 헤미스 가면축제는 시작된다.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된 탕가는 건물 전면을 다 덮을 정도로 크고 화려하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라디키들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의 관광객들은 이 유명한 탕가와 가면 춤을 보기 위해 헤미스로 몰려든다.

헤미스 축제는 원래 12년에 한 번씩 원숭이해에 치러지는 행사였다. 이는 티베트불교에서 석가세존 다음 가는 위치에 있다는 수행자 파드마삼바바가 바로 원숭이해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6~7월(티베트력으로 5월) 사이에 열린다.

아침 기도를 끝낸 린포체가 붉은 모자를 쓰고 사원 밖으로 나온다. 그 뒤를 이어 고승들이 조용히 줄을 지어 따라 나온다. 작은 종을 손에 든 린포체의 모습이 천진스럽게만 보인다. 그는 진정 환생을 한 육신일까?

 


나팔 소리가 시간의 정적을 깨고 울리고 탕가가 서서히 내 걸리자 가면을 쓴 동자승이 어슬렁어슬렁 춤사위를 추며 나온다. 동자승들의 춤이 끝나자 이어서 갖가지 가면을 쓴 라마승 들이 이상한 칼이나 창 같은 도구를 손에 들고 나와 어기정어기정 느리게 춤을 춘다. 우리네 봉산 탈춤과 비슷하기도 하고…

 


칼과 몽둥이와 창을 든 위협적인 모습은 우리나라 절 입구에 인상을 험악하게 쓰고 있는 사천왕의 모습을 닮았다. 그 춤의 뜻을 다는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현란한 색조와 이상한 춤사위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지구상의 악귀를 몰아내고 평화를 불러들인다는 이 춤 사위는 관음보살에게 공양을 올리고 공덕을 쌓아 풍요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화려한 색조의 움직임을 좇아 사진작가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따라 움직인다. 라마승들이 원색의 의상과 섬뜩한 탈을 쓰고 탈춤을 추는 모습은 두말할 것 없는 볼거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계 각처에서 은하계라도 찍어 낼 듯 한 고급 카메라를 몇 대씩 걸머지고 몰려든 카메라맨들 또한 볼거리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마당과 층계, 지붕에 빼꼭히 들어서서 경쟁하듯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대는 카메라맨들은 느리게 춤을 추는 라마승들과 정반대의 대조를 이룬다. 이것은 최첨단 장비를 갖춘 카메라맨들과 먼 태고의 원시 춤을 추는 라다키들과 충돌하는 묘환 문명의 조화다.

□ 동자승의 올가미에 걸리다

 

 


“우이~ 우이~"

갑자기 아귀의 탈을 쓴 동자승이 아내의 목에 이상한 올가미 같은 흰 채를 걸고 소리를 지른다. 아귀처럼 생긴 탈을 쓴 동자승에게 딱 붙잡힌 아내는 온 몸이 마비라도 된 듯 움직이지 못하고 쩔쩔맨다. 무슨 신통한 기가 통하는 것일까? 제발, 동자승의 신통한 기가 아내를 괴롭히고 있는 병마라도 거두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동자승의 올가미에 걸려든 사람은 그의 복채 주머니에 행운의 동전을 던질 때까지 그렇게 걸려 있어야 한다. 아내는 동자승의 복채 주머니에 몇 푼의 루피를 넣어준다. 복채를 받은 동자승은 다른 사냥감을 찾아 우우 하며 떠나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줄도 모른 채 축제는 계속 이어진다. 다시 동자승들이 맨발차림으로 뛰어나오더니 어지럽게 춤을 추다가 밀가루 같은 흰 가루를 관객들에게 뿌려댄다. 갑자기 흰 가루 벼락을 맞은 관람객들은 당황해 하면서도 몸에 붙은 잡귀라도 빠져나간 듯 즐거운 표정이다.

이제 그림자가 서서히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해가 축제의 땅을 비추기를 다한 모양이다. 린포체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팔소리가 길게 울려 퍼진다. 자리에 앉아있던 노승들도 일제 일어선다. 린포체 스님의 신호로 파드마삼바바의 초상이 그려진 탱화가 벽에서 내려진다. 이틀 동안 지속된 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라다크 헤미스 곰파 가는 방법

- 항공편 : 인천~델리 간을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고, 델리~Leh 구간은 인도 국내 항공을 이용한다. 육로로 가고자 하는 경우에는 델리에서 버스로 마날리 로당패스를 통해 가거나, 점무 스리나가르를 거쳐 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두 코스 다한 여름 7~9월 사이에만 에만 길이 열리고 나머지는 눈이 덮여 닫히고 만다.

- 헤미스 축제는 매년 6~7월 초 사이에 열리는데, 티베트 월력을 쓰므로 매년 축제일이 달라진다. 가기 전에 확인이 꼭 필요하다. 2006년에는 7월 6일과 7일 사이에 헤미스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파드마삼바바가 태어난 원숭이해에는 대규모의 축제가 열린다(2004년에 열렸고, 다음원숭이 해는 201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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