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 15]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

찰라777 2004. 9. 6. 05:39
● 스파르타


□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 레오니다스 왕




불과 300명의 스파르타 군을 이끌고 몇 십만명의 페르시아
대군과 싸우다가 장렬항게 전사한 스파르타의 영웅 레오나디스 왕



“여보, 소변이 전혀 나오지를 않아요?”
“아니, 왜 그럴까?”
“올림포스 산을 오르느라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그럼 약국엘 가봐야 하겠네.”

너무 피곤하면 소변을 제대로 누지 못하는 아내는 몹시 지쳐보였다. 우리는 이뇨제를 구하기 위해 약국을 찾아 시내 중심가 거리로 걸어갔다. 한영사전에서 이뇨제라는 단어를 찾아 안경을 낀 여자 약사와 겨우 의사소통을 한 우리는 이뇨제를 구했다.

사실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이나 산도리니 섬으로 가서 시원한 바다와 하얀 집들에서 휴식을 취하자는 아내를 달래며 버스나 기차를 타고 산과 고지대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은 힘든 강행군이었다. 약국에서 이뇨제 반 알을 먹고 밖으로 나오는 아내의 표정이 자못 불만스럽게 보였다.



마치 창고처럼 생긴 스파르타의 박물관.
그러나 잘 분수가 솟아나오고 정원은 가꾸어져 있었다.



“이건, 정말 스파르타식 여정이에요!”
“허지만 이런 유적지는 마음먹고 오지 않으면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지 않소. 스파르타와 올림피아 같은 역사 유적지를 어릴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거든.”
“아이고, 당신이 뭐 역사가나 고고학자나 되는 것 같구려.”

허긴 아내의 불평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스파르타엔 정말 볼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창고처럼 생긴 작은 규모의 박물관으로 들어가 고대 스파르타에 대한 유적을 관람했다.

여러 가지 유적들을 그런대로 잘 보관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레오니다스 왕의 강열한 두상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박물관 정원에는 분수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었다.

레오니다스 상이 있는 유적지로 가기위해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시내 중심가를 가로 질러 약 2km 정도 걸어가니 축구장 스타디움 앞에 레오니다스 왕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여보, 이 사람 누군지 알아?”
“누군 누구에요. 스파르타 장군 중에 한 사람 정도나 되겠지요.”
“맞았어. 허지만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 중의 남자지.”
“도대체 어떤 남자인데요?”

방패와 칼을 든 레오니다스는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스파르타의 군인상과 아주 비슷했다.
레오니다스! 그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페르시아 전쟁 때 불과 4000명의 군대를 이끌고 테르모필레의 좁은 협곡에서 수십만 페르시아 대군과 전투를 벌여 이틀간이나 진지를 고수했던 스파르타의 전쟁영웅이다.

그 당시 그의 진지 중에는 적과 내통하는 자가 있어 그의 군대는 페르시아 대군에 포위 되어 흩어졌으나, 그는 단 300명의 스파르타 군을 이끌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전원이 장열하게 전사했다.

그 결과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연합군은 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들은 고대 스파르타 군 중에서 가장 용감한 군인이었다. 그 뒤 그는 스파르타의 전쟁 영웅으로 추앙되었다.

“나도 저 레오다니스처럼 강한 남자가 되고 싶소.”
“당신은 이미 강한 남자가 되어 있잖아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움직이는 종합병원을 이끌고, 지구촌을 정복한 남자가 아닌가요?”
“허, 그렇던가.”

레오다니스 동상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한 나를 아내는 웃으며 카메라로 잡았다. 레오니다스 상을 뒤로 하고 스파르타의 고대 유적지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몹시 힘이 든 듯 말했다. 하기야 멀리 바라다 보이는 유적지는 돌무더기와 돌무더기 사이로 자란 잡풀만 보였다.



스파르타의 거리 표정. 그 옛날의 강한 도시국가의 면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읍 소재지 같은 작은 도시는 한가롭게만 보인다.



“여보, 도저히 더 이상 걷지 못하겠어요.”
“그럼, 시내의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으며 좀 쉴까?”
“아니 그냥 버스를 타러 가요. 아까 버스가 몇 시에 있다고 했나요?”
“1시 15분. 지금 올림피아로 가자는 건가? 힘들지 않소?”
“괜찮아요. 왠지 이곳을 빨리 뜨고 싶어서요.”
“좋아, 그럼 출발하지.”

사실 코린토스를 출발할 때부터 나는 미케네를 들려서 오고 싶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에 얽힌 유적지를 들러보고 싶었던 것.

그러나 우리는 코앞에 있는 스파르타의 유적지와 중세기의 비잔틴 유적지 미스트라까지도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올림피아로 가기 위해 트리폴리 행 버스를 타고 있었다.

스파르타에서 올림피아로 가는 직행버스는 없다. 도중에 트리폴리에서 다시 갈아타야만 한다 . 때로는 이렇게 여정을 과감하게 변경할 필요도 있다. 마음이 가는대로…
그래야 빠진 곳은 다음에 다시 찾아올 여지를 남겨두지 아니하겠는가? - 계속 -



스파르타의 한적한 거리 표정



(2002. 10. 23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