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767

느티나무 낙엽을 쓸며...

지난 10월 17일 64년 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추위가 덮친 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자 그렇게 무성했던 느티나무 잎새가 가을바람에 추풍낙엽이 되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앞뜰 정자 앞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는 정자 우측에 우람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경쟁이라도 하듯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런데 찬바람에 옷을 홀랑 벗어버린 느티나무는 이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나는 해마다 느티나무 낙엽을 쓸어서 화초들이 자라나고 있는 화단에 덮어주었다. 느티나무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떨어져 내린 낙엽을 갈퀴로 긁고 빗자루로 쓸어서 몇 무더기를 만든 후 큰 보자기에 싸서 화단에 옮겨서 뿌렸다. 낙엽은 푸석푸석 소리를 내며 힘없이 뒹굴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죽은 것은 힘이 없다. 사람은 죽으면 땅속에 묻히거..

못 생긴 꽃 최고의 향기, 야래향

야래향~ 바람에 실려 야래향~ 꽃잎에 담아 아아아 닿을 수 있겠지 꿈결 같던 그때로 나는 포르투갈을 여행하던 중 리스본 바이샤 거리의 중국집에서 우연히 주현미가 부른 노래 야래향을 처음 들었다. 중국 가수 덩리쥔이 부른 노래를 주현미자 우리말로 해석하여 부른 야래향은 꽃처럼 달콤하다. 향이 너무 강해서 모기퇴치에 매우 우수한 효능이 있기도 한 야래향의 향기는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묘한 향기를 내뿜는다. 밤에 향기를 내뿜는다고 해서 ‘야래향(Night Blooming Jasmine)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중국풍 이름 때문에 중국이 자생지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원산지는 서인도 제도와 열대 아메리카라고 한다. 9월 말부터 금가락지에는 야래향 향기로 사방이 그윽하다. 세상에 야래향보다 더 멋진 향수가..

삼팔선에 걸린 아름다운 무지개!

삼팔선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렸다! 7월 25일 오후 7시 46분, 비가 갠 후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 동이리주상절리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이곳은 위도 38°, 경도 127°가 지나가는 중부원점(中部原點)이다. 중부원점은 경도와 위도 좌표에서 평면 직교 좌표로 계산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상의 원점이다. 남과 북을 가르는 상징적인 위치인 삼팔선에 무지개가 걸리니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이곳은 DMZ를 가로질러 북한 땅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으로 동이리주상절리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병풍처럼 뻗어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2015년 한탄강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올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유서 깊은 명소다. 무지개는 ‘..

심장처럼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함양 바래기자연농원을 가다

날씨가 쾌청하고 하늘이 매우 푸르고 높았다. 대전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곧이어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바꾸어 탔다. 무주구천동 덕유산 줄기를 지나 함양으로 나아갔다. 평일인지라 자동차도 그리 많지를 않아 운전을 하기에도 편했다. 나는 제한속도인 100km에 크루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