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강원도

아! 활활 타오르는 설악의 단풍이여!

찰라777 2004. 10. 23. 08:02
      설악산, 그리고 백담사!만해 한용운의 시심이 깊이 서려 있는 곳.새벽 3시 도량석을 도는 스님의 목탁소리에눈을 비비고 일어나 찬물로 세수를 한다.가슴까지 시려오는 수렴동 계곡 맑은 물이 미명에 헤매는 중생의 정신을 깨운다. 보현실에는 이 중생 말고도 각하와 함께 온 거사님 한분, 보살님 한분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들이 깨어날 새라 꽃발로 걸으며 미닫이문을 사르르 열고 밖으로 나온다.아직 하늘엔 눈썹을 그리고 있는그믐달과 북극성이 설악의 준령에마치 한 잎 단풍 잎새처럼 걸려있다.10월이지만 설악의 새벽은 차갑다.운기를 모아 기운을 차리고 새벽예불을 드리기 위해 대웅전의 문턱을 들어선다.젊은 시자가 법고를 힘차게 두들기며 수렴의 계곡에 꽉 차게 기를 불어넣고 있다.사바세계 중생을 깨우는 법고소리..........이어지는 목탁소리, 예불문, 천수경, 축원문……."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반야심경을 끝으로 새벽 긴 예불은 끝이 나고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서서히 거두어지며설악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백담사에 여명이 열린다.동해 바다에서 솟아오른 아침 해가설악을 타고 넘어 대청에 걸리더니마침내 백담사 지붕에 아침을 열고 있다.선열당(禪悅堂)에서 공양 한 그릇 받아먹고공양주 보살님이 정성들여 싸아건내주는 뜨끈뜨끈한 주먹밥을배낭에 챙겨들고 오세암을 향해 길을 나선다.백담사 일주문을 나서자 말자 계곡에 펼쳐진 아름다움에두 여인은 그만 넋을 잃고 물가에 털석 주저 앉고 만다냇가엔누군가 정성들여 쌓아 올린 돌탑들이 저마다 소원을 담고 있고...............계곡의 초입엔 아직 설익은 단풍들이아침 이슬을 털며 올라가는 우리에게신비한 모습을 드러내더니만,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길수록 붉은 선혈같은 단풍이 아, 그만 이 가슴을 적시고 마네!오!수렴동 계곡에 펼쳐진 단풍의 장관이여!반세기를 살아왔지만 설악의 단풍이 이리도 고울 줄이야정말로 참말로 예전엔 미처 몰랐더이다.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온통 붉게 타오르는 심산 유곡설악의 단풍앞에 서 있으면그 누군들 선남자 선여인이 되지 않으리오붉게 타오르는 단풍이시리도록 맑은 계곡의 물에 저를 닮은 수채화를 그리고 있네.물안개 피어나는 수렴동 계곡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누가 설악을 눈처럼 아름답다고 했는가!단풍 잎새 사이를 은삧으로 뚫고 나오는 찬란한 햇빛이여!가슴에 꽃처럼 피어나는 단풍 잎눈에 넣어도 여한이 없을 이 아름다움................그 단풍길 걷는 가을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운 단풍꽃이 되고 마는구나아, 단풍나무 사이에 끼어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우매한 중생이여!(2004년 10월 12일 설악산 백담사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