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서울

나무들의 장렬한 월동준비-올림픽공원

찰라777 2007. 10. 16. 14:02

 

나무들의 장렬한 월동 준비

   올림픽공원의 가을 풍경

 

 

 

 

씨를 뿌리는 마음

 

서울 도심의 올림픽공원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오고 있다. 그곳, 잔디밭 한편에는 철따라 농작물을 심는 조그만 밭이 있다. 공원을 산책을 하다가 이 밭에 다다르면 나는 먼 과거로 돌아간다. 아스라이 살아나는 추억! 사계절 철따라 땀을 흘리며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을 하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이 공원 중에서도 늘 이쪽을 택하여 산책을 한다.

 

지금 밭에는 그동안 알알이 익어갔던 벼를 거두어들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농작물 씨앗을 뿌리고 있다.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한줌의 추억을 안고 가슴으로 다가온다. 나에게는 밀레의 만종보다도 더 성스러운 장면이다. 뿌린 대로, 가꾼 대로 거두어들이는 대지의 섭리! 우린 후손들에게 이 섭리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억새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능선에 하늘거리는 억새도 좋다. 바람결에 산들거리며 춤을 추는 억새는 가을, 그대로다. 가을이 왔음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억새는 자연의 숨결이다. 푸른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를 향해,  태양과 구름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억새는 우리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잔디밭에 들어가 억새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한 때의 젊은이들이 보인다. 요리저리... 억새의모습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억새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것만이 아니다. 억새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어린 새싹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이들아, 억새처럼 자유로워라! 하고…

 

 

 

 

 

 

나무들의 장렬한 월동준비

 

도심의 공원엔 드디어 나무들이 색동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단풍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그저 아름답다는 것만으로 단풍을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바야흐로 나무들은 월동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들 입장에서는 단풍이 든다는 것은 살아가기 어려운 계절이 돌아온다는 아주 비장한 신호다.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더 이상의 생장을 포기해야 한다. 초록색이었던 엽록소에 노란색소가 발현되면 은행나무 잎처럼 노란 단풍이 들고, 붉은 색소가 생겨나면 붉은 단풍이 드는 것이다. 단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무서운 겨울이 도사리고 있다. 나무들은 동장군이 다가오기 전에 장렬하고도 슬픈 공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연 뒤에 올 장렬한 전사! 그것은 낙엽이다.

 

 

 

  

낙엽은 나무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순응하며 올 때와 갈 때를 안다.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가지에 달린 잎자루에 '떨켜'라는 코르크 막을 형성하며 잎을 나무에서 떨어뜨린다. 그리고 물과 양분이 오가던 연한 통로를 차단한다. 겨울에 얼어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나무들은 현명하다. 겉으로 보기엔 가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들의 월동준비는 매우 바쁘다.

 

 

   

 

사람들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나무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월동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은 아름답고 슬프다. 그러나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그저 슬퍼 할 일 만은 아니다. 떨어지는 낙엽들은  다시 돌아올 새 생명 잉태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토록 철저하게 월동준비를 하며, 새생명을 위해 장렬하게 전사를 하고 있는 나무들의 섭리를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렇게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잔디광장으로 나오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은 연도 날리고, 공도 차고, 술래잡기도 하며 마냥 즐겁게 뛰놀고 있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다. 그러나 잔디에서 뛰어노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발에 밟힌 잔디들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서 잔디라는 생명을 마구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차분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하늘이 높고 푸르다.
공원은 우리들의 휴식 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 산 교육 장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