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경기도

생태계의 보고 광릉 숲

찰라777 2005. 2. 23. 07:40
광릉 숲길을 거닐며(2)

‘숲의 천이’에 따라 이루어진 생태계의 보고


 




우린 봉선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예전처럼 전나무 숲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비포장 도로였던 광릉 숲길은 철책으로 둘러진 채 생태 띠를 차단하는 아스팔트로 덮여있다. 아름드리 전나무들의 허리엔 폐타이어와 나무 발이 흉물스럽게 달려 있다. 이제 이곳에서 흙길을 걸어 다녔던 고요한 정취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하늘로 치솟아 오른 전나무의 웅장한 기운은 아직 남아 있다. 지금 남쪽에는 꽃 소식이 한창이겠지만 광릉 숲은 아직 조용하다. 북쪽에 있는 탓에 꽃 소식이 남쪽보다는 더디지만, 만물이 생명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모습들이 역역이 보인다. 광릉 숲에 들어서면 언제나 생태계의 백화점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참나무의 겨울눈(頂芽)에서는 연둣빛 새순이 움트고, 서어나무의 새순도 홍조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겨우내 푸른 잎을 달고 있던 전나무에도 연초록의 새순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 계곡 가까이에 있는 노랑말채, 황매화, 영산홍 등 관목들의 줄기는 벌써 새순을 돋아내며 푸르러지고 있다.

낙엽은 이제 눈 녹은 물에 분해 되면서 모락모락 열을 방출하고 있다. 그 열은 언 땅을 녹이고 대지를 질척질척하게 적시고 있다. 그 대지 속에서는 키 작은 식물들의 새순이 맨 먼저 움터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복수초, 얼레지, 현호색, 피나물, 앉은부채 등…

 

 


 

들꽃들이 꽃 순을 터트리고 나올 것이다. 그 놈들은 키 큰 식물들이 잎을 돋아내어 햇빛을 가리기 전에, 먼저 빛을 받아 성장하여 꽃을 피워야 한다는 생존의 법칙을 알고 있다. 키 큰 식물들이 흙 속의 잔뿌리에서부터 물을 빨아드려 공중에 있는 가지로 긴 여행을 가는 동안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다.

식물사회는 1년생 식물, 다년생식물, 관목림, 성숙림, 극상림 단계 순으로 시간에 따라 순서대로 ‘숲의 천이’가 이루어진다. 숲 속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존을 위한 질서가 매우 정연하다. 광릉 숲은 한해살이인 들꽃식물에서부터 소리봉 주위에 극상림(極上林)을 이루고 있는 서어나무 군락에 이르기까지, ‘숲의 천이’에 따라 형성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생태계의 보고다.

 

 


'아름다운우리강산 > 경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수리 두물머리 "늦가을 풍경"  (0) 2005.11.16
오오, 나무의 힘이여!  (0) 2005.11.08
알몸으로 걷고 싶은 광릉 숲길  (0) 2005.02.23
이상한 은행나무  (0) 2005.01.23
억만송이의 코스모스  (0) 200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