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50년 전통의 맥주집 세일앵커-서호주 프리맨틀

찰라777 2008. 8. 18. 08:54

  

       맥주 맛이 좋은 항구, 서호주 프리맨틀

 

여름은 맥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행중에 마시는 맥주 한잔은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서호주의 프리맨틀은 맥주와 피자 맛이 좋은 중세풍의 멋진 항구다.

 

 

 

 ▲19세기 중세기풍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프리맨틀은 맥주 맛이 좋은 항구다.

1854년부터 문을 연 맥주집 세일 앵커의 맥주잔과 1897부터 개장된 프리맨틀 시장

 

 

중세풍의 시장과 카푸치노의 거리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계절 여름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 여름! 서호주의 매력을 한껏 진하게 느끼고 싶으면 맥주 맛이 좋은 항구도시 프리맨틀로 가야한다. 맥주와 피자, 피시 앤 칩스 맛이 좋고 먹 거리가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퍼스에서 불과 20km 정도 떨어진 프리맨틀은 호주 철도의 서쪽 종점이다. 19세기 금광이 많은 서호주까지 대륙횡단철도가 이어진 것이다. 퍼스에서 인도양으로 흐르는 스완강을 따라 크루즈를 이용하여 프리맨틀에 가는 방법도 있다. 허나 우리는 퍼스 역에서 프리맨틀로 가는 기차를 탔다. 어쩐지 19세기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기차가 좋아서일 것 같아서다.

  

▲사진; 프리맨틀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도착한 퍼스역은 텅텅비어 있다.

 

휴가철이어서 역시 사람이 없고 역사도 기차도 텅텅 비어 있다. 프리맨틀은 퍼스와는 달리 19세기에 건설된 중세풍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역에서 내리자 곧 바로 마켓거리로 이어진다. 빅토리아풍의 고풍스런 건물이 시장이라니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든다.

 

"시장 건물이 궁전 같은 분위기네요."

"서울역을 생각나게 하는 건물인데…"

 

시장을 발견한 아내는 신이 나는 모양이다. 여자는 천성적으로 쇼핑을 좋아하니 어디를 가나 시장만보면 환성을 지른다. 1897년부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시장 안에는 없는 게 별로 없다. 수백 개에 이르는 가게는 각종 기념품을 비롯해서 보석, 야채, 장신구, 카우보이모자, 풍부한 먹 거리 등…  

 

  

▲1897년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프리맨틀 시장은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 

  

하기야 여행은 보고, 먹고, 쇼핑을 하는 데서 묘미가 있지 않겠는가. 아내는 기념으로 티셔츠를 몇 개 고른다. 티셔츠를 사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 없다. 가볍고 값도 싸고 기념도 되고.

  

장 뒷문으로 빠져 나오니 진한 카푸치노 향기기 코를 찌른다. 사우스 테라스 거리는 '카푸치노 스트리트'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노천 테이블을 죽 펼쳐 놓은 카페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우리는 잠시 노천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향기를 즐기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여행이란 이렇게 거리에 앉아 카푸치노 한잔을 하면서 노닥거리며 오가는 사람구경을 하는 것도 별미중의 별미다

 

 

150년 전통의 맥주집 세일앵커Sail Anchor  

 

"오늘 점심은 세일 앵커로 모시겠습니다."

"무슨 앵커를 세일 하나요?"

"흠, 가보면 알아요."

 

프리맨틀에서 유명한 맥주집의 하나가 '세일 앵커(Sail Anchor)'다. 1854년에 세워진 이 술집은 원래 여관이었다고 한다. 선원들이 바다를 항해 하다가 닻을 내리고 상륙을 하면 제일먼저 생각나는 것이 맥주가 아니었을까?  

 

세일앵커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무슨 수다들을 떠는지 맥주는 조금씩 마시면서 길게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게 오스트랄리안 라이프스타일이다.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면 아마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는 모양이다. 조그마한 화제도 서로 재미있어라하며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미풍양속이 그들의 생활을 살찌게 하고 있다(▲여관이 맥주집으로 둔갑한 150년 전통의 세일앵커 맥주집).

 

 

 ▲종류별로 맥주를 늘어 놓은 세일앵커의 맥주 바

 

대화란 상대방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경청 자가 있어야 풀리는 것이다. 너는 이야기 하고 나는 딴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보면 대화는 단절되고 더 이상 진전이 안 된다. 이게 코리언 스타일이 아닐까?

 

그러나 둘만 떠나는 여행은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된다. 이야기 상대가 거의 단 두 사람 뿐이니 억지로라도 대화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대화가 없는 부부라면 단 둘이서만 여행을 한 번 떠나는 것을 시도해 보라. 물론 싸우고도 돌아오는 수도 있겠지만 싸우는 것도 서로 대화를 한 결과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테이블에 앉은 나는 우선 프리맨틀 맥주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패일애일(Pale Ale)을 주문했다. '앵커(닻)'가 그려진 맥주잔이 퍽 인상적이다. '닻을 내리고 맥주를 마시자!' 19세기 이곳을 항해하는 선원들은 이 항구에 닿으면 아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맥주는 프리맨틀에 있는 '리틀 크리에이쳐 브루어리(Little Creatures Brewery)'에서 직접 생산되는 호주의 일품 맥주다.

 

"흠, 톡 쏘는 맛이 일품인데."

"난, 그 맛이 그 맛 같은 데요."

 

술맛을 전혀 모르는 아내는 모든 맥주는 쓰기만 하단다. 맥주 맛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술 맛은 이렇게 차이가 크다. 패일애일은 거칠고 톡 쏘는 터프한 맛을 내는 맥주라고 한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 시켜 만든 맥주라는 것. 영국에서는 '애일Ale'을 맥주라고 여길 정도이다. 톡 쏘는 맥주를 마시며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맛은 상큼하다.

(▲사진 : 톡 쏘는 맛을 내는 발효맥주 패일애일Pale Ale)  

 

 

▲리틀 크리에이쳐 브루어리 양조장은 엄청난 크기의 맥주통에서 직접 맥주를 따라준다.

 

맥주를 본격적으로 마시고 싶은 젊은이들은 '리틀 크리에이쳐 브루어리'양조장으로 간다. 두 동의 유리건물은 엄청난 크기의 맥주 통(저장고)과 피자화덕이 있다. 바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은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피자에다 맥주를 마셔댄다. 뮌헨에 있는 유명한 맥주 집 '호프브로이하우스'만큼 호화롭지는 않지만 항구 도시의 자유로움과 낭만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세일 앵커에서 한 참 휴식을 취하다가 우린 '라운드 하우스Round House'와 프리맨틀 감옥을 돌아보았다. 라운드 하우스는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831년에 지어진 감옥이다. 또한 프리맨틀 감옥은 1855년에 지어져 1991년까지 감옥역할을 했다고 한다.

 

 

 ▲ 프린맨틀 감옥. 퍼스와 프리맨틀은 개척시대 죄수들이 일구어 놓은 도시다.

 

가장 오래된 건물이 박물관도 아니고 감옥이라고 하니 섬뜩한 느낌이 든다. 호주 대륙에서도 가장 고립된 이 지역은 금광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죄수들이 일구어낸 도시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여느 도시가 그러하듯 이제 이 감옥 건물들도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운동장 벽에 죄수들이 그린 나무와 풀의 벽화, 수용소 내부의 방에 그려진 애보리지니 문양모양을 한 벽화는 당시 죄수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감옥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휴양과 해양스포츠의 천국 서호주 해변

 

프리맨틀 주변은 아름다운 해변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 많다. 지척의 거리에 있는 로트네스트 섬은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남쪽 해변으로 내려갔다. 퍼스에서 47km  떨어진 록킹햄Rockingham은 돌고래 쇼로도 유명한 곳이다.

 

 

 ▲프리맨틀 남쪽 해변 만두라Mandurah는 조용히 휴식을 하기에 좋은 휴양지다.

 

또한 퍼스에서 74km 떨어진 만듀라Mandurah는 그야말로 청정 해역으로 조용한 휴양지다. 맑고 푸른 물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은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 며칠 푹 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곳까지 퍼스에서 시내버스처럼 연결되어 교통도 편리하다. 우리는 만듀라까지 가서 해변에서 늦은 오후의 휴식을 느긋하게 취하다가 다시 프리맨틀로 돌아왔다.

 

 

'피시 앤 칩스' 맛과 밤이 좋은 해변

 

 ▲1903년부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피시 앤 칩스 맛이 좋은 시셀레로스Cicerello's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프리맨틀 항구의 매력은 밤에 있다. 석양노을이 질 무렵 피싱 보트 하버 Fishing Boat Harbour를 서성거리다 보면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레스토랑과 퍼브Pub에 불이 훤하게 켜지기 시작하며 바닷물에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낸다. 정박해 놓은 요트 안에서 서호주의 부자들은 맥주와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를 느긋하게 즐긴다.

프리맨틀의 유명한 먹 거리는 이 곳에 다 운집해 있다. 그 중에서도 1903년부터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시세렐로스Cicerello's가 서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서비스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조이면서도 가장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제공한다는 시세렐로스에 들어가니 역시 젊은 기운이 가득 차 있다. 종이에 아무렇게나 돌돌 말아주는 피시 앤 칩스 맛은 고소하고 싱싱하다. 바삭거리며 입에 살살 녹는다.

 

"여행은 바로 이 맛이에요."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

 

시세렐로스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시원한 밤 바다를 바라보며 그 열기에 끼어 있다보면 밤이 깊은 줄은 모른다. 프리맨틀은 맥주와 피시 앤 칩스, 그리고 피자가 맛있는 곳이다. 아침에는 노천 카페에서 진한 카푸치노 향을 맛보고, 저녁엔 '시셀레로스'나 '세일 앵커'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톡 쏘는 맥주를 한잔 하고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여행은 때로는 모든 걸 잊어버리고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그냥 휴식을 하는 것이다. 프리맨틀 같은 중세 분위기가 풍기는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취하는 편한 휴식이야말로 여행의 진수가 아니겠는가?

 

 

 

(서호주 프리맨틀 항구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