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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갈래

찰라777 2009. 7. 10. 18:39

제주갈래?

 

  

 

 

제주갈래?

조오치요!

그래서 제주로 갔다.

제주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짠 바다 냄새가 폐부 깊숙이 찌릅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오는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돌하르방, 야자나무와 낮은 건물, 알아들을 수 없는 원주민들의 사투리, 풋풋한 바람… 이런 것들은 분명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국의 풍경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이국적이야, 여긴!”

 

제주시내에서 성게미역국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오우, 원더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즐겁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해주더니 성게국은 미각을 감질나게 해줍니다. 시장이 반찬이겠지만 성게국은 정말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황금빛 성게가 부드럽게 혀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워 줍니다.

 

한라산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한라산 중턱에 이르니 방목하는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아휴, 귀여워요. 저 망아지들!” 망아지들이 엄마 말 옆에서 재롱을 피우며 풀을 뜯습니다. 차를 세우고 한참동안 망아지들과 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풀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군.” 그들은 귀금속도 돈도 필요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저 풀, 공기, 물만 있으면 모든 것이 더 바랄게 없는 것 같습니다.

“걱정이 없는 것 같아요.”

“녀석들을 닮아야 해요.”

 

 

그렇습니다. 더 많이 욕심내어 저장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잠을 자는 저 말들을 닮은 다면 인간에게도 불행은 근접을 하지 못할 텐데, 그렇지를 못하는 인간이 참 부끄럽습니다. 한 고개를 넘으니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피톤치드를 함유한 신선한 공기가 온 몸에 덮쳐옵니다.

 

“기가막한 삼림욕이네!”

“아예 옷을 벗을까?”

“아서요, 아서.”

 

다시 차를 멈추고 편백나무 숲에 기대에 눈을 감았습니다. 숲속의 정령들이 슬그머니 다가옵니다. “한 숨 자고 가시게.” 정령들은 그렇게 속삭입니다.

 

“아아, 달콤해! 조금만 더 함께 이어 줘.”

“이제 그만 가야 되요.”

“그래도 조금만 더…”

 

필사적으로 숲속 요정의 치마폭을 붙잡았으나 그녀는 슬그머니 빠져 나가 버렸습니다.

 

“으으으~”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습니다. 편백나무에 기대어 있는 동안 깜빡 졸고 말았는데 그새 요정의 꿈을 꾸었습니다.

중산간 도로를 달려 남원읍 위미 항 바닷가에 있는 “바다에 누워”란 펜션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바로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조그마한 펜션은 정말 바다에 누워 있습니다. 파도가 바로 머리맡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문득 남태평양의 고도 ‘이스터 섬’에서 지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거기, 이스터 섬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바다에 누워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지금, 이곳이 그렇습니다. 돌하르방과 모아이 상은 사촌지간인가 봅니다. 서 있는 모습, 돌의 색깔. 조각의 선… 이런 것들이 아주 닮아 있습니다. 다만 눈만 서로 다릅니다. 돌하르방은 왕방울 눈인데, 모아이의 눈은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습니다.

 

 

 

섬에서 보이는 것은 수평선 밖에 없습니다. 그 수평선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와 자꾸만 파도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파도는 속절없이 바위에 부딪히며 쏴아 쏴아 소리를 냅니다. 그리곤 흰 모말을 일다가 사라져 버립니다. 바람의 신이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말이 없는데 바람이 언어를 불어넣어 여러 가지 소리를 내게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아주 습합니다.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아니, 빗방울이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