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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환자들, 설악산 대청봉 등정에 성공하다

찰라777 2009. 10. 15. 19:06

 

설악산 대청봉 등정으로 삶에 자신감 얻은 심장이식환자들

 

 

▲10월 12일, 설악산 대청봉 등정에 성공한 심장이식환자 박주락씨(56세)와 현종실씨(45세).

 

 

박주락(56세), 현종실(45세), 김성곤(50세), 박정희(61세)씨 등 4명의 심장이식환자들이 지난 10월 11일 설악산 대청봉 등정 도전에 나서, 이튿날 12일 드디어 해발 1,708m의  대청봉 등정에 성공을 했다. 건강한 일반인들도 선 듯 나서기 어려운 난코스인 대청봉 등정을 심장이식환자들이 도전한 것은 다소 무모하고도 위험한 등정이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 아산병원에서 심장을 이식한 환우들의 모임인 '다시 뛰는 심장으로(http://cafe.daum.net/ASANheart)' 카페회원들로 심장을 이식한 후 건강한 일반인들처럼 대청봉을 오르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지난여름 카페 모임에서 이번 가을에 아름다운 설악산 대청봉 등산에 오르자는 박정희 씨의 제안에 현종실 씨는 제주도에서, 박주락 씨 부부는 울산에서, 김성곤 씨는 청도에서 올라왔고, 숲 해설가인 찰라는 이들을 보호하고 취재할 겸 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오세암에서 대청봉으로 출발하기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심장이식환자들.

좌로부터 박주락, 현종실, 박정희, 박주락씨 부인, 김성곤씨. 

 

 

등산 첫날인 10월 11일 오후 1시 이들은 백담사를 출발,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까지 6km에 이르는 산길을 4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여 오세암에서 1박을 했다. 둘째 날인 12일에는 오세암에서 싸준 주먹밥을 들고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여 봉정암을 지나 6.5km에 달하는 가파른 대청봉 등정 길에 나섰다.

 

수차례의 깔딱 고개와 긴 코스에서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이들이 대청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동병상련의 정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강한 정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세암을 출발한지 7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박주락씨와 현종실씨는 대청봉 등정에 성공을 했고, 김성곤 씨는 중청봉에서 발에 쥐가 나 애석하게도 도중에 포기를 해야 했으며, 박정희 씨는 봉정암 적멸보궁에 머물러 부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2006년 10월 심장을 이식한 현종실 씨는 "2007년도에도 오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등정을 시도했으나 갑자기 눈보라가 내려 중도에 포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대청봉 등정에 성공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2007년 6월 심장을 이식한 박주락 씨는 "이식후 봉정암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대청봉에 오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는데, 이번에 아내와 함께 그 소원을 풀게 되어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청봉에서 발이 쥐가 나서 대청봉을 코앞에 두고 애석하게도 대청봉에 오르지못한  김성곤씨를

박주락씨와 현종실씨가 위로 하고 있다. 김성곤씨는 심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한 듀얼 이식환자다.

 

 

우연히도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박주락 씨와 함께 심장을 이식한 김성곤 씨는 심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을 한 듀얼 이식환자다. 그는 중청봉에서 발에 쥐가 나서 비록 대청봉을 코앞에 두고 중도 포기를 하게 되었으나 설악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을 하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박정희 씨는 2008년 6월에 심장을 이식한 후 1년 밖에 안 된 환갑을 넘긴 고령의 여성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녀는 "심장을 이식한 후 새로운 삶을 얻게 되어 봉정암에 올라 부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 그 소원을 이루게 되어 너무 기뻐요. 무엇보다도 심장을 기증해 주신 기증자님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한없이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들은 모두 심장을 이식하기 전에는 숨이 가빠 한걸음도 걷지 못했으며,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중환자들이었다.

 

심장이식으로 새로운 제3의 생명을 얻게 된 이들은 이식한 심장이 몸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매일 4~8km를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으며, 한 주일에 1~2번은 가까운 산에서 등산을 하는 등 체력과 심장을 단련해 왔다.

 

이들은 아직도 주기적으로 심장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아가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감염과 거부반응에 대한 투병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대청봉 등정으로 삶에 자신감을 얻은 심장이식환자들이 봉정암에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환한미소를 짓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제3의 삶을 얻게 해준 기증자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건장한 일반인들도 해내기가 결코 만만치가 않은 장장 23km에 달하는 대청봉 등산을 강한 정신력으로 이들이 해낸 것은 감동적인 쾌거요 인간승리다. 이들의 쾌거는 심장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투병을 하고 있는 환우들에게도 큰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봉정암에서 주먹밥으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번 대청봉 등정으로 삶에 자신감을 얻게 된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에게 심장을 기증한 고인들에게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며,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감사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2009.10.13 설악산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