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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만큼 아름답다!

찰라777 2009. 10. 20. 07:12

힘든 만큼 아름답다!

  

힘든 만큼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도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놀라울 만큼 아름답다.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풍경이 그렇다. 절경 그 자체다. 탄성과 감동의 연속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이번 등정은 심장병환우들이 동행을 했기에 그 감동은 더했다.

 

때로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봉정암 등정이 그렇다.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마음은 넘칠 만큼 행복하다. 그 행복 바이러스를 여행자 혼자 누리기엔 너무 안타까워 어쭙지않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여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붉게 타오르는 놀랄만큼 아름다운 단풍. 풍경은 힘든만큼 아름답다.

 

봉정암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극기 훈련이나 다름없다. 6시간여의 산행은 기본이고, 두 손을 이용하여 가파른 기암괴석을 기어올라야 한다. 수렴동계곡으로 오르든, 오세암 코스로 오르든, 그 어느 코스로 오르든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옛날에 봉정암을 오를 때에는 지켜야 할 법도가 있었다. 겨울철 전에 암자를 내려가는 스님은 땔감과 반찬거리를 구해놓고 하산을 해야하고, 암자에 오르는 스님은 한 철 먹을 양식을 등에 지고 올라가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앟으면 굶어 죽거나 얼어죽기 때문이다.

 

 ▲봉정암 가는 길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깔딱 고개를 넘어가는 가파른 언덕은 극기훈련과 같아 접근하기 어려운 암자다.

 

여행자는 15년 전에 오색에서 대청봉을 넘어 처음 봉정암에 올랐고, 두 번째는 10년 전에 용대리에서 수렴동계곡을 통해서 오른 적이 있다. 두 번 다 보통 정신력이 아니면 오르기 힘든 코스였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길을 70을 넘은 할머니들이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올라가는 것을 보노라면 불심(佛心)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도대체 가늠하기가 어렵다.

 

10년이 지난 후 세 번째로 올라가는 봉정암! 이번에 오르는 코스는 오세암에서 가야동 계곡을 지나 봉점암에 이르는 길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이나 하다가 마지막 깔딱 고개를 넘어 갈 때는 그만 '깔딱'하고 숨이 다 넘어갈 지경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숨이 차서 헐떡거리지만 경치 하나는 죽여준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어떤형태로든 나무는 추하지않다. 계곡 물속에 떨어져 내린 나뭇잎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모두가 한 폭의 산수화다. 저 놈의 단풍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까? 인생은 나이가 들면 아무리 곱게 늙어간다고 하더라도 추하게 보이기 마련인데, 나무는 늙어가도 추하지않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나무의 겸손한 자세 때문이리라.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시간의 흐름에 순종을 하고. 그러니 단풍은 저리도 아름다울 수밖에….

 

 ▲가을 설악산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 폭의 산수화다.

 

단풍은 가지에 달려 있을 때도 아름답고, 땅에 떨어져 굴러가거나 계곡의 맑은 물에 둥둥 떠갈 때도 여전히 아름답다. 고목이 되어 구멍이 뚫리고, 숨이 끊어져 밑 둥만 남아 있는 나무토막도 밉게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그것은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나무의 겸손함에서 오는 것일 게다. 

 

생멸멸이 적멸위락(生滅滅已 寂滅爲樂)이라고 했던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고목위로 단풍이 춤을 추며 떨어져 내린다. 단풍도 고목도 생과 사를 초월하여 열반에 들어가니 무상의 안락세계가 거기에 있다. 현상에 고집하기 않고 마음을 비운 자리는 이렇게 아름답다.

 

 ▲나무는 근심하지않고 그저 상처를 입으면 입은대로 제 천명 다하며 죽어가면서도 아름다운 향기를 발한다.

 

 

나무는 미리 근심하지않는다

 

그러니 나무에게서 삶의 진리를 배워야 한다. "나무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한 평생/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내며/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내며/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내며/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제 자리를 지켜서 솟아 있을 뿐……(조병화, 나무-외로운 사람에게)" 인생도 순리대로 살아가면 저렇게 아름다운 황혼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가야동 계곡에 이르니 물소리가 시원하다. 물소리, 바람소리,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도대체가 싫증이 나지 않는다. 걱정도 내려놓고, 근심도 내려놓고… 지금 동행자들의 표정이 그렇다.

 

일행들은 전후좌우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가을 풍경에 압도되어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를 지른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조병화, 나무-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 시인이 노래했던 것처럼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고,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어 환호하는 동행자들은 마치 미리 근심하지않는 나무들처럼 싱그럽다.

  

▲아름다운 풍경에 지칠줄 모르고 환호하는 동행자들. 이들은 미리 근심하지 않는 나무들처럼 걱정이 없어보인다.

 

 

엔도르핀의 4000배에 해당된다는 "다이돌핀"

 

사람은 풍경에 압도되었을 때 엔도르핀의 4000배에 해당되는 다이돌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을 때,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 즉 놀라운 감동을 받았을 때 우리 몸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풍경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람의 마음....

 

이런 감동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되게 된다. 놀라운 감동 속에서 지금까지는 전혀 반응이 없었던 호르몬 유전자가 활성화 되어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우리의 심신에 유익한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특히 굉장한 감동을 받았을 때에는 엔도르핀의 4000배 효과가 있다는 '다이돌핀'이 분비된다니 참으로 놀랍다.

  

        ▲풍경에 압도되어 근심 걱정을 놓아버린 동행자들의 표정이 마냥 즐겁게 보인다.  놀라운 풍경에 압도되었을 때

            엔도르핀의 4000배 효과를 내는 다이돌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지금 함께한 환우들이 그렇다! 심장병을 않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들, 천당과 지옥을 다녀온 사람들, 다시 태어난 사람들, 면역이 아기 같은 사람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오세암을 출발을 할 때 이들과 동반을 한 여행자는 혹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근심이 앞서 은근히 겁도 나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이 여행자보다 더 잘 걸어가니 걱정 뚝이다. 이게 다 자연이 주는 놀라운 감동때문이다. 

 

 ▲여러개의 방석을 얹쳐 놓은 듯한 바위에서 명상을 하며 기를 받기도....

 

"어? 여긴 명상 바위인가 보죠?"

"그러네! 자, 저 바위에 올라가 잠시 명상에 들어볼까?"

 

참으로 희한한 바위들이 많다. 분기탱천하며 하늘로 솟아오른 바위,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 호로병처럼 생긴 바위…. 자연이 연출해낸 조각술은 감히 그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연은 경이롭고 놀랍다.

 

▲서로 껴 앉 듯 포개져 있는 기암괴석.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연의 연출은 경이롭고 놀랍다.

 

방석을 여러 개 포개 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에 차례로 가부좌를 틀고 잠시 명상에 들었다. 바위의 기가 충천하여 몸이 공중에 둥둥 뜨는 기분이다. 방석 바위 뒤에는 거대한 기암괴석이 용틀임을 하듯 하늘 솟아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양기가 철철 넘쳐흐른다.

 

방석바위에서 기를 충전하고 마지막 깔딱 고개를 넘으니 드디어 봉정암이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어와 온 몸을 강타한다. 어떤 강한 기운이 대청봉을 타고 내려와 봉정암을 에워싼 괴암괴석에서 용틀임을 하며 소용돌이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