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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황금소로

찰라777 2010. 2. 13. 07:16

 

 

▲왕그러우 전망대로 올라가는 골목길은 마치 프라하의 황금소로를 연상케 한다. 

 

 

리장고성의 또 다른 맛은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며 골목에 산재해 있는 공방을 구경하는 재미다. 쓰츠산 왕구러우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가장 원시적인 공방과 토속적인 음식점이 늘어 서 있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며 작은 공방과 골동품을 팔고 있다.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오래된 문화재급니다. 이런 길을 걸으면 어쩐지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진다.

 

"난 도대체가 이런 길을 걷는 것이 좋아!"

"누군들 좋아하지 이 고풍스런 길을 않겠어요?"

 

좁은 언덕길은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마치 프라하의 황금소로를 걷는 기분이다. 공방에서는 장인들이 나무에 조각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목판에 둥파문자나 그림을 새겨서 기념품을 만들고 있다. 작업을 하는 표정이 매우 진지하다. 특히 서양의 여행자들은 신기한 듯 작업 광경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골목길을 걸으며 서울의 북촌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북촌도 잘 보존하고 전통을 살리면 이곳 리장 못지 않는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않을까?

 

 ▲손수 만든 리장의 기념품 가게

 

 

  ▲작은 공방에서 나시의 기념품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는 장인들

 

골목에서는 화덕을 놓고 나시 고유 음식인 '바바'를 굽고 있다. 바바는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로 만든 호떡처럼 생긴 리장의 고유 음식이다. '나시 샌드위치'와 '나시 오믈렛'도 만든다. 두 조각의 바바 사이에 염소 치즈, 토마토, 계란 프라이를 넣은 나시 샌드위치는 꼭 먹어볼만한 나시의 고유음식이다. 

 

"오늘 점심은 저 '바바'로 해결하자고."

"그래요. 난 바바가 좋아요!" 

 

 

  ▲골목길에서 나시 전통음식 '바바'와 샌드위치 등을 굽는 나시의 여인

 

 

나시 음식인 '바바'와 '나시 샌드위치'를 길가에 앉아서 먹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나시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리장에서만 먹볼 수 있는 나시의 토속음식이다. 연탄불에 양념을 넣어서 음식을 만드는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그러나 음식 맛은 낯설다. 짜고 이상한 향냄새가 난다.

 

이윽고 왕구러우(望古樓)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여 보인다. 왕구러우는 리장고성을 가장 잘 조망 할 수 있는 곳이다. 4층 높이의 왕구러우는 윈난 북부의 오래된 숲에서 벌채를 하여 지은 목조 건물이다. 망루에 오르니 리장고성이 한 눈에 보이고, 야트막한 기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시멘트로 지은 신시가지와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푸른 초원을 지나 멀리 위룽쉐싼이 구름에 덮인 채 신비하게 보인다.

 

  ▲지상 4층의 목조건물 왕그러우

  

  ▲왕그러우에서 바라본 5,500미터의 위룽쉐싼

 

  

천년 세월 이어온 나시 마을

강진에도 끄떡없이 버텨온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천천히 살아가는 느림의 여유,

옥룡설산 정기가 그대를 지켜왔구나.

 

왕구러우에서바라보는  리장고성은 마치 먼 과거의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지붕과 지붕이 다정하게 이마를 맞대고 있다. 지붕이 큰 건물은 목씨족장(목부木府) 저택이다. 목부는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리장을 다스리기 위해 건설한 행정관서이다. 13세기 독립을 누렸던 리장의 나시족들은 오랫동안 한족의 지배에 저항했다. 중국정부는 리장의 실력자인 목씨 가문을 토사(土司;중국변방지역을 다스리는 행정관료)에 임명하여 리장 일대를 대리통치하도록 하였다. 리장은 청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500여 년 동안 22대 목씨 가문에 의해서 통치되었다.

 

  ▲리장고성의 전통가옥. 가까이 있는 큰 건물은 목씨족장 저택이다. 

  

▲고성의 오래된 주택을 바라보고 있으면 먼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 든다.

  

목씨 족장 저택의 담에는 이상한 모형의 둥파문자가 새겨져 있다. 둥파문자는 비단 담벼락뿐만이 아니라 처마, 옷, 기념품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리장은 매력은 나시 건축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 풍속에 있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중에서도 자신들만의 문자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민족은 드물다.

 

 ▲벽에 새겨진 둥파문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