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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은 어디로 갔지?

찰라777 2010. 3. 11. 09:25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온세상이 하얗에 눈에 파묻혀 있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서둘러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지천으로 피어나던 별꽃과 병아리처럼 피어나던 할미꽃은 어찌되었을까?

 

병아리 털처럼 보송보송하게 피어나오던 동강할미꽃이 눈 속에 파묻혀 잔뜩 웅크리고 있다.

3일전에 찾았던 올림픽공원 야생화단지의 할미꽃 구근은 봄을 맞아 화사하게 피어나려고 병아리처럼 둥지를 펴고 있었다.

 

  

  

  

은하계의 별처럼 반짝 거리며 피어나던 별꽃도 갑자기 내린 눈 더미에 묻혀 자취를 감춰버렸다.

봄은 봄인데 봄 같지 않는 날씨다. 3월 중순에 내린 때 늦은 큰 눈이 온 천지를 하얀 도화지로 만들고 말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3월 초순부터 한동안 따뜻한 봄 날씨로 우니라라 내륙의 대기 하층(지면으로부터 약 1km 상공)의 낮은 지면 부근에는 습하고 온난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시베리아 고기압에 동반된 영하 35도 가량의 찬 공기가 마치 이단아처럼 따로 떨어져 나와 약 5km 상공에서 우리나라에 접근해 왔다고 한다.

 

마침내 다습한 공기와 찬 공기가 충돌하면서 대기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며 갑자기 눈구름이 형성되어 큰 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른 봄에는 눈이 내리는 경우가 겨울에 비해 드물지만 일단 오면 '폭설'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오랑캐의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아니하네.

자연의대완(自然衣帶緩) 자연히 옷과 띠가 느슨해진 것이지

비시위요신(非是爲腰身) 이것이 허리와 몸을 위한 것은 아니네.

 

당(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의 시대에 좌사(左史)란 벼슬을 역임한 동방규(東方虯)란 사람이 한(漢)나라의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읊은 시다. 한 나라 원제때의 궁녀인 왕소군은 절세 미녀였다고 한다. 그녀가 켜는 비파소리에 날아가던 기러기가 나래짓하는 것조차 잊어 땅으로 떨어졌다고 하여 '낙안(落雁)’ 절세미녀 왕수군은 후궁들의 질시를 받아 그 모함으로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이 시는 어제 내린 눈을 두고 읊은 시일까?

눈이 덮인 세상! 춘래불사춘의 의미는 회한이 깊다.

어쩌면 요즈음 시절과 딱 어울리는 구절이다.

세상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그 밥에 그 나물.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 늘어나는 범죄, 더욱 어려워지는 서민의 경제생활……

 

모든 것이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눈은 이를 경고함일까?

노란 산수유가 눈속에 파묻힌 채 몸부림치고 있다.

민초들은 이렇게 살아낙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경제파국으로 절망적 상태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기업들은 세계를 누비며 수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민초들의 생활은 너무 어렵다.

실업자는 늘고 돈은 돌지 않는다.

 

할미꽃의 구근처럼, 별꽃의 꽃잎처럼 민초들은 아직 추운 눈 속에서 떨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오, 대한민국이여! 우리 모두가 좀 더 솔직해 질 수는 없을까.

 

춘래불사춘!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로다.

때 아니게 설국으로 변한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며 이생각 저생각이 눈 송이에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