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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구의 물빛은 왜 파랄까?

찰라777 2010. 6. 5. 09:20

 

"황산을 보고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나면 다른 물을 보지 못한다"

黃山歸來不看山, 九寨歸來不看山

 

 

▲ 구채구 장해 물빛

 

▲ 구채구 장해 

 

▲ 구채구 장해 

  

▲  구채구 장해

  

 

 

114개의 오색영롱한 호수 물빛 향연

 

구채구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에서 북쪽으로 435km 떨어진 해발고도 2000m~4000m에 이르는 석회질의 민산산맥에 위치한 카르스트 담수 호수지대이다. 산골짜기는 "Y"자 모형으로 분기되고, 민산산맥에서 흘러나온 물은 114개의 오색영롱한 호수와 13폭포로 이루어진 중국제일의 명승지다.

 

수정구에 이르니 벌써 오색영롱한 물빛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바람조차 정지한 호수에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운 물빛이 면면히 흘러가고 있다. 승객들의 입에서 저마다 저절로 "와아!"하는 감탄의 소리가 나온다. 중국을 수차례 여행을 하여보았지만 구채구의 아름다움엔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리사는 "오마이 갓, 원더풀!"을 계속 쏟아냈다.

 

"이곳은 지금까지 다녀본 중국 중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워요. 이처럼 고운 빛깔의 물을 본정이 없어요."

리사의 말이다.

"정말 그렇군요!"

구채구는 "Y"자 모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구 쪽으로부터 수정구(樹正溝), 좌측 남동쪽에 즉사와구(則査와溝), 우측 남서쪽에 일즉구(日則溝)가 있다. 셔틀버스는 한번 입장권을 사면 타고 가다가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자유롭게 탈 수 있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계곡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정자가 호수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먼저 일즉구로 간 후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내려 온 다음, 오후에는 즉사와구로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걸어서 내려오기로 했다.

 

 

구채구의 물빛은 왜 파랄까?

 

▲장해

 

 

물의 영혼처럼 보이는 구채구의 물빛! 구채구는 크고 작은 114개의 색채가 현란한 고산호수가 숲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호수들을 바다의 아들 "해자(海子)"라고 부른다. 해자의 물은 투명하다. 너무나 투명해서 호수바닥에 있는 자갈이며 수초, 마른 나뭇가지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물의 색깔 또한 변화무쌍하여 어떤 것은 푸른 보석 같고, 어떤 것은 녹색의 비취 같으며, 가끔 화려한 노란색의 물빛도 볼 수 있다.

 

구채구의 현란한 물빛은 대자연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빙하와 칭장판, 양쯔판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빙하가 유빙이 되면서 대부분 석회암, 혈암, 사암 등으로 이루어진 구채구를 여러 층으로 만들었다. 카스트지질 특성이 있어 칼슘, 마그네슘, 탄산입자가 물색에 함유되어 있다.

 

카스트 지질에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눈 녹은 물과 빗물 등에 반응을 하여, 탄산수소칼슘이 되면서 용해된다. 용해된 탄산수소칼슘은 빙하나 지각변동 활동에 의해 생긴 층에 침전되면서, 보(洑-저수시설)를 형성하게 된다. 보에 물이 채워지면서 호수를 이루게 된다. 일부 호수들은 짙은 탄산수소칼슘 농도를 갖고 있어 물이 매우 맑아 종종 바닥이 아주 깊게 보인다. 호수는 수심, 잔류물,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장해

 

 

재미나는 전설 한 토막, 먼 옛날 남신 '다게'가 여신 '우뤼세'를 사랑하여, 바람과 구름으로 거울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우뤼세가 실수로 거울을 주자이거우에 떨어뜨리자 그만 거울이 깨지면서 5여울, 12폭포, 10물길, 수십 개의 샘 등 108개의 명소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호호, 그럼 거울을 일부러라도 깨드려야겠네요."

"하하, 사랑은 깨져도 아름다운 풍경은 남는다 이거지?"

우리는 장해(長海, Long Lake)에서 내렸다. 장해는 구채구에서 가장 크고 깊으며, 높은 곳(3150m)에 위치한 호수다. S자형의 호수 길이가 이십리가 넘는다고 한다. 파란 물빛이 바닥까지 꿰뚫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맑은 물빛에 푸른 산이 거꾸로 명경처럼 비추어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를 연출한다. 호수는 눈 녹은 물이 흘러 저장되며, 저장된 물은 지하로 스며들다가 오채지(五彩池)에서 밖으로 흘러나온다.

 

▲티베트 전통 복장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리사(장해)

 

 

장족들이 전통복장을 빌려주고 있었다. 리사가 장족 옷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늘씬한 키에 춤추듯 포즈를 취하는 리사는 모델처럼 예뻤다. 예쁜 건 예쁜 것이다. 우리는 장해의 물빛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오채지로 내려왔다.

"하하, 리사, 여기 남아서 모델을 하는게 어떻소?"

"정말 그럴까 봐요. 누가 모델료만 두둑이 준다면."

 

여신 우뤄세가 머리를 감았다는 호수

 

오채지(五彩池, Five color pond)는 장해에서 189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호수는 매우 작다. 깨끗하고 맑은 물은 그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신 우뤄세가 이곳에서 머리를 감았다고 하는데, 이 때 얼굴에 바른 연지가 씻겨내려 아름다운 물빛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남신 다게가 매일 장해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발자국에 189개의 계단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신 우뤄세가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는 오채지

 

 오채지

 

 ▲오채지

 

 

"여보, 당신도 저 오채지에 세수를 한번 해보심이 어떨까?"

"난 연지를 바르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원래 아름다우니깐. 하하."

"그만 놀려요."

오채지는 작지만 정말 세수를 하고플 정도로 깜찍하고 아름답다. 오채지 밑으로는 지계하이(季節海)가 세 개의 호수를 이루고 있다. 말 그대로 계절에 따라 모양이과 색깔이 변한다. 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호수로, 가을에는 늪으로, 겨울에는 호수가 말라 사라졌다가 봄에는 다시 물로 채워진다.  

 

  ▲낙일랑 센터

 

우리는 "Y"자형에 위치한 낙일랑 센터에서 점심을 먹고 일즉구(日則溝)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해발 3000m가 넘는 일즉구의 끝자락에 내리니 숨이 가쁘다. 잘 보존된 원시삼림(原始森林)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고, 원시림 뒤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아득하게 보인다. 삼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원시림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산책로를 따라 서서히 걸어 내려왔다.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초해(草海)가 초목들로 덮여진 채 그림처럼 다가왔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녹색의 향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회백색의 자작나무 숲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이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준다.

 

 

 ▲원시림. 해발 3060m

 

 

 

초해를 지나 밑으로는 협곡이 이어지고 호수를 따라 대나무들이 바스락 거리며 중국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백조와 오리, 갖가지 새들이 날아든다. 천아해를 따라 긴 호수가 길은 계속 이어진다.

 

 

▲웅묘해

 

 

판다 곰들이 서식하는 웅묘해

 

전죽해(箭竹海)는 대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2002년 이곳에서 이연걸과 양조위가 주연한 영화 '영웅'이 촬영되기도 한 곳이다. 전죽해는 웅묘해(熊猫海)로 이어진다. 판다 곰이 산다는 호수다. 웅묘해는 귀여운 판다(熊猫)의 고향이기도 하다. 판다는 대나무 잎을 먹고 산다고 한다. 한때 40마리 이상의 판다가 서식을 했다고 하는데, 시끄러운 관광객들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

 

웅묘해에서 우리는 위그루인 여행자 베라를 만났다. 다부진 키에 타원형의 얼굴을 가진 베라는 우루무치에 살고 있는데, 우루무치에서 육로를 통해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 왔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이제 리사, 베라 이렇게 4명이 되었다. 우리는 파란색과 녹색 물빛이 아름다운 웅묘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구채구에서 함께 일행이 되었던 리사(우 두번째, 캐네디언)와 베라(좌 번째, 위그루인)

 

 

웅묘해에서 내려오면 바로 오화해(五花海)로 이어진다. 오화해는 즉사와구의 오채지와 함께 주자이거우의 2대호수로 손꼽힌다. 다량의 미네랄이 함유 되어 있어 물빛이 투명하고 영롱하다. "하늘빛인가? 물빛인가? 당채 구분이 안가네?" 호수바닥에는 오래전에 쓰러진 나무줄기들이 엉켜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 나무들은 탄산칼슘과 결합되어 석회화가 되어 썩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실세계라기보다는 어떤 가상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기분이다.

 

 

 

 ▲오화해

 

 

오화해와 연결된 공작하도(孔雀河道)란 수로를 따라 내려갔다. 약 300m의 수로는 진녹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채를 띤 물이 파란 물감처럼 흘러 내려갔다. 물결이 일면 물위에 비쳐진 그림자들이 흔들릴 때 그 모습이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편 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참 이름들도 잘 들 지었군요."

"리사, 당신은 마치 저 공작 물길처럼 보이는 군요."

"오우~ 땡큐. 그럼 초이 와이프는 공작새인가요?"

"하하, 그런가요?"

 

 

진주처럼 흘러내리는 진주탄 폭포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초록의 숲이 우거진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물길이 갑자기 급류를 이루며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지금까지의 잔잔한 호수 면과는 달리 울퉁불퉁하게 경사진 비탈을 흐르다가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에서 낙차를 이루며 떨어져 내렸다. 여울을 흐르는 물방울이 마치 진주를 연상케 한다.

 

 

 

 

 ▲진주탄폭포

 

  ▲진주탄폭포

 

 

진주탄폭포는 폭이 200m나 되며 높이는 40m에 이른다.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진부발(珠簾)을 늘어뜨린 것 같은 수백 개의 폭포 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어찌 보면 물줄기가 용처럼 꿈틀거리며 연발탄처럼 소리가 울려 퍼져 옆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다.

 

시원한 진주탄 폭포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Y자 형으로 만나는 갈림길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니 또 하나의 폭포와 만난다. 낙일랑폭포(落日朗瀑布)다. 아무렇게나 놓인 바위들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겨울에는 목포가 얼어 수정처럼 보인다고 한다.

  

낙일랑폭포를 뒤로하고 밑으로 내려오면 접시처럼 생긴 서우해(犀牛海)와 만난다. 물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잔잔한 호수. 바람조차 불지 않아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화화해와 분경탄, 로위해를 지나 찰여사 쪽으로 내려왔다.

 

"엇, 티베트에 온 느낌이군요."

"마니차와 초르텐이 티베트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군요."

"정말 그렇군."

찰여사에 이르니 티베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치 티베트에 온 기분이다. 마니차 밑에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거센 시냇물을 가로 질로 나무다리가 멋지게 놓여있다. 찰여사 입구에 크고 작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빨강, 노랑, 흰색의 천에는 불경이 촘촘히 적혀 있다. 나부끼는 깃발은 옛날 토번 왕조(티베트의 옛 이름)가 흥성했을 때를 말해주듯 주변의 기운을 제압하고 있다.

 

 

 ▲서우해

 

▲티베트 사원 찰여사 

 

▲티베트 사원 찰여사 

 

▲티베트 사원 찰여사 

 

 ▲티베트 사원 찰여사

 

▲화화해 

 

▲화화해 

 

 

 

 

위그루인 베라가 들려준 뜨끈뜨끈한 여행정보

 

"에고, 이젠 다리가 아파요."

"그럴 만도 하지."

출구를 나온 우리는 리사와 베라랑 함께 중국음식점으로 갔다. 리사는 몸도 가냘프지만 채식주의 자였다.

토마토가 들어간 수프와 만두 몇 개만 집어 먹었다. 베라는 위그루 족답게 아무거나 잘 먹었다.

 

"미스터 초이, 이제 어디로 갈건가요?"

"저요? 일단 황룡을 들렸다가 육로를 통해서 라사로 가려고 해요."

"아하, 그렇다면 제가 온 코스를 따라서 가면 될 겁니다."

"그 코스가 어떻게 되지요?"

"이 지도를 보고 설명을 드릴게요."

 

베라는 너덜너덜 낡은 지도 한 장을 꺼내고 설명을 열심히 해주었다. 베라가 이야기한 경로는 이러했다. 쑹판에서 간쑤로 들어가는 북서 경로. 버스로 쪼이거로 가서 랑무쓰-샤허-란저우에서 기차를 타고 거얼무로 간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육로를 통해 라사로 들어간다. 베라는 자신의 낡은 지도에 색깔을 칠하며 자세하게 일러 주었다.

 

"저는 2년 전에 거얼무를 통해 라사를 다녀왔어요."

"아하 그랬군요."

간쑤 지역은 해발 3500~4000m의 초원습지대로 버스가 하루에 한 번 정도 밖에 없고, 도로도 자주 끊긴다고 했다. 대신 한적한 티베트마을과 티베트 사원은 라사보다 훨씬 더 원형을 그

 대로 유지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며 때가 묻지 않은 매혹적인 곳이라는 것.

"그런데요. 쪼이거에서 리위안 빈관은 절대로 가지 마세요."

"그건 왜지요?"

"트럭운전수들이 엄청 많이 오는 곳인데요. 시끄러운데다가 어찌나 치근대던지 혼났어요."

"하하, 그거야 베라 양이 예쁘니까 그렇지.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에겐 눈길이나 주겠어요."

"에고, 하여튼 거긴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베라, 정말 고마워요. 우리 언젠가 다시 맛나겠지요?

"그럼요. 이렇게 인연을 맺었으니 꼭 다시 만날 거예요."

(1년 뒤에 실크로드를 여행 하던 중 우루무치에서 베라와 다시 만났다)

 

베라는 교통, 숙소 등 따끈따끈한 여행정보를 지도와 함께 전해주었다. 여행지에서 바로 다녀온 여행지를 전해 듣는 것이 가장 생생한 여행정보다. 우리는 베라가 걸어온 길을 따라 가기로 결정을 했다.

 

베라와 헤어져 다시 어제의 숙소로 와서 리사와 함께 구채구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리사는 청두로 내려가서 윈난성으로 간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리사와 헤어진 우리는 황룡사로 떠났다.

 

 

 

 

● 구채구 산책로

 

▶위치 : 중국 쓰촨성 청두 북쪽 435km

▶가는 길 : 청두에서 비행기 1시간, 버스 10시간

 

(중국 구채구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