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바람이 머무는 곳

찰라777 2011. 3. 22. 09:06

봄비가 내리니 대지가 춤을 춘다. 추운 겨울 동안 건조하고 메말랐던 대지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빗소리다. 대지는 밤새 봄비에 촉촉이 젖어 열아홉 가시내의 입술처럼 부드러워진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하얀 운해가 지리산 노고단을 휘감아 돌며 선경을 이루고 있다.

 

▲수평리에서 바라본 지리산. 산수유 너머로 운해가 물결치고 있다.

 

 

운해는 섬진강 자락을 적실 듯 춤을 추며 백운산으로 계족산으로 자유자재하며 여인의 길고 흰 저고리처럼 치렁치렁 너울너울 춤을 춘다. 아름답다. 이럴 때는 집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밤새 내린 비는 황사도 방사능도 거두어 내 버린 듯 하늘과 산천이 말끔하다. 카메라 한 대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선다.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산수유

 

 

 

섬진강변에는 매화며,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여기가 천국이 아니고 다기가 천국이더냐? 가슴 가득 풋풋하게 밀려오는 꽃 냄새, 푸른 섬진강을 날아가는 새들, 들 섶의 겨우내 웅크렸던 풀들은 봄비에 젖에 용수철처럼 고개를 디밀어 내고 있다. 봄비는 만물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산수유는 산동면에만 있는 꽃이 아니다. 이곳 수평리에도 노란 산수유가 지천에 널려 있다. 산수유 물결 위로 지리산 왕시루봉과 노고단으로 흘러 내려가는 운해가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멋지다! 아름답다! 빗물을 머금은 산수유의 샛노란 입술이 가슴을 자극한다. 곧 떨어져 내릴 듯한 물방울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바람이 산수유 봉오리에 머물고 있다. 과연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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