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너구리야, 제발 계속 좀 속아주렴!"

찰라777 2012. 9. 5. 11:58

너구리 쫓아내는 토끼허수아비

 

모래밭을 일구어 만든 우리 집 텃밭에 땅콩을 20여 평 정도 심어 놓았습니다. 땅콩은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을 이겨내고 생각보다 잘 자라 땅콩 알이 알알이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너구리가 땅콩 맛을 알고는 매일 밤 슬금슬금 찾아와 땅콩을 하나 둘 파헤쳐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너구리가 땅콩을 다 먹어버릴 것 같아 약 1m 높이의 망사를 땅콩밭 둘레에 빙 둘러 펜스를 쳐 놓았습니다.

 

 



 밤마다 너구리가 땅콩을 파먹어 1m 높이의 망사를 쳐 놓았다.

 


너구리는 망사 밑을 발로 파헤친 자국이 있었지만 한동안 펜스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너구리는 망사를 이빨로 찢어내고 개구멍을 내어 또 다시 땅콩을 파먹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너구리가 싫어하는 빈 개집, 헌장화나 신발, 흰 비닐봉지, 헌신문지를 놓아두면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망사를 한 번 더 두르고 땅콩 밭에 위 방법으로 대비를 해 놓고 너구리와 2차전에 돌입하였습니다.

 

 

 
 너구리가 망사를 찢고 들어온 후 헌장화, 비닐 등을 걸어 놓았다.

 


아내는 이 방법만으로는 불안하다며 토끼인형을 세워두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마침 저희 집에는 너구리보다 더 큰 토끼인형 두 개가 있어 너구리가 지나다닐만한 길목에 허수아비처럼 세워두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 토끼인형은 전체가 새하얀 색깔로 컴컴한 밤에도 눈에 잘 띄어 효과가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  토끼인형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후부터 너구리가 얼씬을 하지않고 있다.

 


앞발을 들고 떡 버티고 서 있는 하얀 토끼인형 허수아비를 보고 너구리가 하얗게 질려 버렸을까요? 토끼인형을 세운 지 6일째인 오늘 아침까지 아직 너구리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귀엽기 짝이 없는 너구리는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아랫집 현희네 땅콩밭은 너구리가 벌써 절반 이상 서리를 해먹어버려 헛농사를 지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너구리가 절반은 서리를 해먹은 현희네 땅콩밭

 


그러나 땅콩을 수확을 하려면 아직도 한 달 가량이나 남아있어 아직 안심을 하기에는 이릅니다. 땅콩 파먹는 너구리 기사를 보고 누리꾼들은 '소리 나는 라디오 틀어놓기', '펜스에 방울 달아놓기', '크리스마스 트리 전등 걸어놓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토끼인형 허수아비가 약효가 떨어지면 누리꾼들께서 제공한 아이디어를 3차로 실시해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도 너구리를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구리가 계속 토끼인형에게 속아주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