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찰라의영농일기] 영하3도! 벌써 겨울?

찰라777 2012. 11. 1. 03:56

10월 31일 수요일, 춥다

 

영하 3도!

아침에 일어나니 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내렸다.

벌써 겨울인가?

나는 오늘도 기적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우리 인생이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고

찬란한 태양을 맞이하는 것은 기적이다.

더구나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숨쉬는 아내를 바라보면서부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간다.

들이킨 숨을 내 쉬지 못하면 목숨이 끊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가?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위대한 기적이다.

 

여기,

최전방 연천에 살면서부터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지붕에 눈처럼 내려 앉은 서리

 

 

무와 배추는 괜찮을까?

쉐터와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차다

 

정말 서리가 눈처럼 여기저기 내려 앉아 있다.

정자에도, 지붕에도, 땅에도, 자동차에도...

국화는 서리를 맞고도 싱그럽게 피어 나를 반긴다.

서리가 내릴 때 피는 국화 향기와 꽃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테라스가 미끄럽다.

 

 

 

 

 

 

 

어제 무밭을 부직포로 덮어 놓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얼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부직포 위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다.

걱정이 된다.

머지않아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

계절의 변화란 참으로 무상하다.

만물은 계절의 변화를 알고 스스로 움직인다.

 

 

 

 

▲부직포를 덮어 놓은 무

 

 

배추밭에 가보니 배추잎에도 하얀 서리가 끼어 있다.

괜찮을까?

저 된서리를 맞고도 푸름을 유지하고 있는 배추를 보면 용하다.

어제 농촌기술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배추는 괜찮을 것이라고 하여

그대로 두었더니 잎새 가장자리가 흰물감을 칠한듯 하얗다.

 

"배추야, 어제밤에 얼마나 추웠니? 조그만 참아다오, 너를 따뜻하게 해줄게."

 

 

▲서리 맞은 배추 

 

 

시금치를 뿌려 놓은 곳에는 어제 정미소에서 왕겨를 얻어와 덮어두었다.

여린 잎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 있다.

한겨울도 나는 녀석이니 괜찮을 것 같다.

 

 

 ▲왕겨를 덮기전 시금치

 

▲왕겨를덮어 놓은 시금치

 

 

현희할머니 집에서 마늘 종자를 4만원을 주고 구해왔다.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심어야 한다고 하는데 너무 늦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당초에는 땅콩을 수확한 밭에 심으려고 밭에 거름을 주고 이랑을 골라 두었는데

마늘은 진흙이나 흙이 조금 무거운 곳에 심어야 한다고 한다.

땅콩 밭은 완전히 모래밭이라 마늘을 심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그래서 고추밭과 콩을 거두워 낸 흙밭에 심기로 하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서리가 하얗게 낀 땅을 쇠스랑으로 파내니 싱그러운 흙냄새가 난다.

쇠스랑으로 이랑을 만드는 작업은 그리 쉽지마는 않다.

 

먼저 윗고랑을 파고, 다음에 아랫고랑을 파고, 흙을 쌓아 올린뒤 가운데를 한번 더 파낸다.

그리고 흙을 잘게 골라서 마지막으로 갈퀴로 잔돌이나 검블을 거두어 낸 뒤 이랑을 만들었다.

그위에  퇴비, 복합비료, 고토석회를 골고루 뿌리고 다시한번 쇠스랑으로 땅을 뒤집어 골랐다.

무려 4번이나 흙을 골라내는 작업은 완전희 원시적인 방법이다.

 

 

 

▲이랑을 만들기전 콩밭

 

 

▲쇠스랑으로 세번을 파내고

▲흙을 뒤집어서 이랑을 만들고 갈퀴로 긁어내고 거름을 주었다.

▲완성된 마늘 밭

 

그리고 마늘은 반드시 굼뱅이를 잡는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고 한다.

지리산 혜경이 엄마도 마늘을 심기전 꼭 농약을 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늘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했다.

몇 번을 망서리다가 결국 농약을 사와 마늘밭에 조금씩 뿌렸다.

 

비닐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하고, 농약을 뿌리는데도 농약냄새가 지독하다.

얼마나 독하면 굼뱅이가 살지 못할까?

모래처럼 생긴 농약을 뿌리고 나서 다시한번 땅을 뒤집어 이랑을 만들었다.

농약을 뿌려놓고 괜히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절대로 농약을 뿌리지않으리라.

 

아침 7시부터 시작한 작업이 11시경에나 끝났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젠 등어리에 땀이 난다.

그래도 밭을 만들고 나니 기분이 좋다.

 

퇴비와 거름은 최소한 파종을 하기 2주 전에 뿌려 놓아야 하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

이제 거름을 주어 놓았으니 파종은 며칠 있다가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11월 2일부터 2주간 집을 비우게 되어

마늘 파종은 나의 농사 사부 응규에게 부탁을 했다.

응규는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마늘은 좀 깊이 심어야 한다고 한다.

더운지방보다 추운지방에 마늘을 더 일찍 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씩이 나서 얼어 죽어버린다고 한다.

늦게 심어서 뿌리만 살아나고 싹은 늦게 틔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늘 파종도 좀 깊게 4~5cm 정도 심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한다. 

 

하얗게 내린 서리를 보니

이곳에 이사를 온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금년 한해동안 작은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소꼽장난처럼 작은 텃밭에 지어보는 농사이지만

흙과 더부러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이 있는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육체적으로 힘은 들지만 내 손으로 농사를 지어 먹는 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150여평이면 내 수준으로는 작은 텃밭은 아니다.

그 텃밭에 여러가지 농작물을 심고 가꾸어 수확을 해보니

농부들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다.

하늘과 땅, 물과 바람에 늘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는 하늘과 땅, 날씨가 점지를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