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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누볐던 애마 '로시난테'를 그리며...

찰라777 2013. 4. 6. 08:59

▲남미의 땅 끝 파타고니아 마젤란 해협에서

 

 

사람은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글루미' 족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모진 세파를 헤쳐가다보면 한 번쯤은 세상을 등지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등지는 것은 너무 비겁하지 않는가? 그럴 땐 오히려 홀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다만, 흔해 빠진 패키지여행이나 편한 여행이 아니라 극한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미지의 땅으로 모험적인 여행을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미지의 땅 중에 하나가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남미의 파타고니아다.

2003년 12월, 나는 아내와 단 둘이서 세계일주 여행을 하던 중 칠레 산티아고에서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로 떠났다. 그 여행은 난치병 아내와 함께 떠나는 끝없는 '힐링'여행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지도 모르겠지만, 멀쩡한 직장을 그만 두고 모든 것을 내려둔 채 아픈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정은 말로는 다 할 수가 없는 힘든 모험이다. 어쩌면 그때가 남자로서 내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긴 여행 중 때로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기도 했으며, 우울하고  절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다가 몇 번 바닥을 친다고 해서 결코 슬퍼할 수만은 없다. 바닥은 더 이상 밑으로 떨어질 곳도 없으며, 재기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끝'이라는 말은 '세상의 시작'이라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나에게 강한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었다.

'세상의 끝'이라는 말은 '세상의 시작'이라는 신호

▲ 나의 애마 로시난테 10년 전 남미의 땅 끝 파타고니아를 누볐던 1975년 산 도요타 포터 고물 렌터카. 나는 이 낡은 차를 <로시난테>라고 명명했다.

 


그 당시 세계 일주 여행도 끝나갈 무렵이라 여행 비용도 거의 바닥이 나고 있었다. 푼타아레나스에서 우리는 하루에 5달러짜리 민박집에 머물며, 끼니는 손수 지어서 해결했다. 그렇다고 우리는 민박집에 그냥 박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푼타아레나스에서 우수아이아로 2박 3일간의 여행을 하기로 하고 자동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민박집 주인 마뉴엘에게 값도 싸고 성능도 좋은 차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다음 날 아침 마뉴엘은 덜덜거리는 낡은 도요타 포터를 몰고 나타났다.

- 도요타 포터
- 차량번호 AE-96-18,
- 1975년산
- 하루 렌트 비용 30달러, 무제한 마일리지

마뉴엘이 소개한 도요타 포터 렌터카의 신상명세다. 차를 보자마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자동차는 마치 누더기를 기워 입은 듯 여기저기 녹이 슬어 흠집이 나 있었다. 내가 자동차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자, 마뉴엘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미스터 초이, 디스 이스 베리 굿 카(이것은 매우 좋은 차)."
"마뉴엘, 어떻게 이런 차가 '베리 굿 카(매우 좋은 차)'냐?"
"내 차는 1970년 산이라오. 그런데 이 차는 1975년 산이니, 내 차에 비하면 성능이 훨씬 좋은 차다."
"호호, 마뉴엘씨, 그런데 이 차가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까요?"
"굴러가고 말고요. 일단 한 번 운전을 해보세요."

타이어 바람 상태를 점검하는 척하며 발로 바퀴를 몇 번 걷어찼더니, 사방에서 녹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마뉴엘은 아내와 나에게 운전석에 올라 타라고 손짓을 하며 시동을 걸어보라고 했다. 시동을 걸고 수동식 기어를 조작해 보았더니, 잘 먹히지가 않았다. 마뉴엘은 옆 좌석에 앉아 "이렇게 조작하라. 저렇게 조작하라"며 마치 운전교습을 하듯이 조작법을 자세하게 일러 주었다.

"1975년산 도요타 포터...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까요?"

▲ 푼타아레나스 고물차 로시난테를 렌트해준 민박집 주인 마뉴엘 부부와 함께

 


그래도 그 고물자동차는 일단 굴러갔다. 나는 어쩐지 이 낡은 자동차가 파타고니아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뉴엘의 제의를 받아드리기로 했다. 마뉴엘은 고장이 났을 때를 대비하여 연장도구와 팬 벨트 한 개를 여벌로 챙겨주며 씩 웃었다. 만약을 대비해서란다.

"미스터 초이, 행운을 빌어요."
"이거야 정말, 병 주고 약 주고네..."

론리 풀래닛에 의하면 푼타아레나스에서 우수아이아까지는 자동차로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고물 자동차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는지는 솔직히 의문이 되었다. 일단 아내를 옆 좌석에 태우고, 우수아이아를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푼타아레나스를 벗어난 자동차는 덜덜거리며 황량한 파타고니아 팜파스 벌판으로 진입했다.

기어를 바꾸어 액셀러레이터를 가속해도 워낙 낡은 차라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동차를 탄 게 아니라 돈키호테가 타고 다녔던 애마 '로시난테'를 탄 기분이 들었다.

"여보, 이 차를 지금부터 로시난테라고 불러요."
"로시난테라니요?"
"돈키호테가 타고 다녔던 늙은 애마 말이요. 이 차가 꼭 그 늙은 로시난테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당신도 참…. 그런데 과연 이 고물차가 우수아이아까지 굴러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글쎄, 하여간 굴러가는 데까지 가봅시다."

우리는 이 고물차를 '로시난테'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푼타아레나스에서 9번 도로를 타고 북상을 하다가 255번 도로로 접어드니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오, 나의 로시난테여, 우리를 제발 우수아이아까지 데려다 주오!'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며 고물차를 살살 달래면서 바람이 윙윙 불어대는 황량한 팜파스를 달려갔다. 파타고니아는 강한 바람이 많기로 악명이 나 있는 곳이다.

"여보, 어쩐지 으스스 해요."
"뭐가?"
"원…. 이렇게 마을도 없고... 자동차 한 대도 구경하기가 힘드니 말이에요."
"하하, 하지만 이런 게 진정한 여행이 아니겠소?"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덜덜거리며 2시간쯤 갔을까? 감자기 엔진 쪽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로시난테, 무슨 일이지?' 자동차를 세우고 보닛을 열어보니, '오, 마이 갓!' 팬 벨트가 끊어져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마치 어린왕자가 사막에 불시착하듯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팜파스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앞을 살펴보니 다행히 100여 미터 전방에 트럭 두 대가 멈춰 있었다.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 '로시난테'를 살살 몰고, 그 트럭이 있는 곳까지 갔다. 사실 나는 운전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 팬 벨트를 한 번도 교체해 본 적이 없었다.

"이를 어쩌지요?"
"어떻게든 고쳐보아야지."

트럭으로 가까이 가보니 고장이 난 것으로 보이는 트럭을 두 운전사가 수리하고 있었다. 내가 떨어진 팬 벨트를 들고 어이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트럭을 수리하던 운전기사 중 한 사람이 내게로 다가왔다. 스페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내가 영어로 인사를 하자, 그도 서툰 영어로 손짓 발짓을 하며 여분의 팬 벨트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출발하기 전에 마뉴엘이 건네준 팬 벨트가 생각이 났다. 그 팬 벨트를 찾아 그에게 건네주었더니 너무 크고 헐거워서 낄 수가 없다고 했다.

"기브 미 유어 와이프 스타킹(당신 아내 스타킹을 달라)?"
"왓? 스타킹? 오케이(뭐? 스타킹?)."

아내가 차 안에서 스타킹을 벗겨주자, 그는 팬 벨트 대신 조심스럽게 스타킹 두 개를 펜 벨트를 낀 자리에 동여맸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내가 우수아이아까지 간다고 했더니, 그는 하늘을 보고 웃으며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로 빨리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시방편으로 동여맨 스타킹 벨트가 곧 끊어질 수도 있으니 자동차를 살살 몰고 가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라시아스! 그라시아스!"

내가 아는 스페인어는 고작 이 정도뿐이어서 그에게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표시를 여러 번 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서양인들은 남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를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대고 비까지 슬슬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데다가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도 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을 가다가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서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GPS는 물론이고 오두막 한 채도 발견할 수 없는 망망한 벌판인지라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 그렇게 비포장도로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리는 검문소 같은 건물을 발견하였다. 그 건물은 칠레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넘어가는 검문소였다. 길을 잘못 들어 푼타아레나스 반대 방향으로 오고 만 것이다.

"푼타아레나스로 가려고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길을 잘못 들었군요. 지금까지 타고 온 255번 도로 반대방향인 서쪽으로 계속 가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서 내려가시오."

그런데 마뉴엘이 가득 채워 넣었다는 기름이 거의 바닥까지 와 있었다. 검문소 직원에게 주유소를 물으니 그곳에서 70km 떨어진 산 그레고리오(San Gregorio) 지역에나 가야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국경수비대 직원이 일러준 대로 자동차의 방향을 돌렸다. 비포장도로는 도로 번호표시도 없고, 도중에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도 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거 큰일 났군요. 기름까지 떨어지면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럴수록 침착하게 살살 가 봅시다."

스타킹으로 팬 벨트를 끼고 기름까지 바닥이 났으니, 이대로 차가 멈춘다면 큰일이었다. 자칫하면 파타고니아의 미아가 되고 말 상황이었다. 나는 살얼음판을 밟듯 액셀러레이터를 살살 밟으며 칠레 국경수비대 직원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우리의 로시난테는 참으로 신통방통했다. 계기판은 진즉부터 바닥까지 내려와 있는데 자동차는 계속 굴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마침내 산 그레고리아 지역 팜파스에서 주유소를 발견하였다. 바닷가에 있는 터미널 그레고리아(Terminal Gregorio)라는 작은 주유소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다.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 듯 할아버지에게 기름을 가득 채워달라고 했다. 가까스로 주유하고 나니 마음이 다소 안정이 되었다. 할아버지에게 푼타아레나스까지 거리를 물으니 100km 정도 된다고 했다.

과연 스타킹이 끊어지지 않고 잘 버틸까? 하지만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하니 마뉴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벌써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2박 3일 여정으로 떠난 우리가 당일로 돌아오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처 초이, 왜 벌써 돌아왔지요?"
"마뉴엘, 말도 말아요. 가다가 팬 벨트가 떨어져 죽을 뻔했소. 게다가 길을 잃고 기름까지 떨어져 파타고니아에서 미아가 될 뻔했어요. 마뉴엘, 그래도 이 낡은 차가 베리 굿 카냐?"
"암, 그렇고말고. 베리 굿 카가 아니면 어떻게 이곳까지 다시 돌아올 수 있겠어. 아마 내 차라면 도저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그리고 이 자동차의 계기판은 고장이라서 늘 바닥을 가르치고 있거든. 하하하."
"뭐? 푸하하하하~ 계기판이 고장이라고? 그래서 계기판이 바닥인데도 자동차가 굴러갔구나!"

나는 마뉴엘의 익살에 그만 하늘을 보고 폭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웃기는 마뉴엘의 익살은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올까? 아마 파타고니아처럼 망망하고 험한 세상에 살다 보니, 이 정도는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모양이다. 바람이 점점 더 거세게 몰아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미스터 초이, 돌아오길 참 잘했어요. 이 차로 우수아이아까지 갔더라면 아마 저 비바람에 물귀신이 되고 말았을걸. 하하하."
"하하하, 마뉴엘 정말 그럴뻔 했네!"

 팬 벨트를 수리하여 푸에르트 블레스로 가는 길에 애마 <로시난테>와 함께.

 


마뉴엘은 떨어진 팬 벨트를 교체하며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 넉살을 떨었다. 그런 그가  왠지 밉지 않고 오히려 고맙게 생각이 되는 것은 왜일까? 그래,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저 여유 있는 넉살이다.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여유를 찾는 모습…. 나는 세상의 땅 끝에서 마뉴엘로부터 삶의 여유를 배웠다. 번갯불이 번쩍이더니 요란한 천둥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바람은 자동차를 날려버릴 듯 점점 더 거세게 불어왔다. 천둥소리와 빗소리를 들으며 아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마뉴엘의 말처럼 우수아이아를 안 가길 잘 한 것 같아요."
"흐음, 그럼 저 고장 난 로시난테가 오히려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준 샘이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마뉴엘이 수리를 해 준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푸에르테 블레스(Puerte Bulnes)로 출발했다. 아무래도 로시난테를 몰고, 우수아이아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서였다. 푼타아레나스의 12월은 봄에 해당한다. 그곳에 가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많은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뉴엘이 적극 추천을 해주었던 것.

"마뉴엘, 오늘은 왜 여분의 팬 벨트를 안 주지?"
"하하하. 초이 걱정말아요. 이젠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거니까."

남미대륙의 끝, 푸에르테 블레스... 야생화로 넋 잃고 '원더풀' 외쳐

 파타고니아에 끝 없이 펼쳐진 야생화

 


마뉴엘이 손사래를 치며 씩 웃었다. 푸에르테 블레스는 푼타아레나스에서 60km 정도 떨어진 마젤란해협과 인접해 있다. 육지로 치면 사실상 남미대륙의 끝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미뉴엘이 말한 대로 헤아릴 수 없는 야생화들이 땅에 바짝 엎드려 피어 있었다.

파타고니아는 사계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까닭에 너도밤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은 바람에 버틸 수 있는 자세로 땅에 누워 자란다. 식물들도 줄기가 작아지면서 땅에 납작하게 엎드리다시피 자라면서 꽃을 피운다.

 남미의 땅 끝 푸에르트 블레스 해변에 핀 야생화 들판에서 아내와 함께.

 


파타고니아는 봄과 여름의 구분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여름에 해당하는 계절이 우리나라의 봄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봄이 오면 꽃들은 그 짧은 순간에 생명의 싹을 틔우며 일시에 피어난다. 꽃들은 바람이 많은 대지에 밀착하여 바짝 엎드린 채 피어난다. 바람결에 일렁이며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수많은 꽃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게까지 보인다. "와아~ 원더풀!" 아내는 야생화로 천국을 이루고 있는 꽃들을 보자, 넋을 잃고 원더풀만 연발했다.

 파타고니아 야생화 푸치시아

 


 레드 파이어부시

 


 칼라파테꽃

 


 푸에르토 블레스에 걸린 무지개

 


벌판과 숲에는 푸치시아, 레드 파이어부시, 루핀, 칼라파테 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꽃이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애마 '로시난테'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켜 주지 않았다. 남미의 최남단에서 야생화 천국을 만끽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듯하더니 햇빛이 비치며 숲 속에는 무지개까지 걸렸다. 우리는 야생화 천국에서 무지개를 바라보며 어떤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에너지가 무한 '리필'되는 느낌이랄까?

'그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내 인생의 바닥에서 떠났던 파타고니아로의 여행! 그러나 그 여행은 내게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의 충전과 함께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아아, 로시난테도 그립고, 익살스러운 마뉴엘도 그립다! 칼라파테 열매를 먹으면, 파타고니아에 다시 온다고 했는데... 바람의 신이 우리를 다시 파타고니아로 데려다 줄까?

 남미의 땅 끝 파타고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