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오지 속 겨울나기, 야생동물에게 배워요!

찰라777 2014. 12. 11. 17:21

들고양이 밥통과 새들의 모이그릇

 

강추위를 이겨내는 나만의 법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비교적 내륙지방에 속하는 연천은 그 동안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 어제 밤에 내린 눈은 올 들어 가장 많이 내린 눈이다. 날씨가 잔뜩 흐려있어 눈이 더 내릴 것 같은 느낌이다.

 

 

▲ 밤새 하얗게 내린 눈

 

기온도 뚝 떨어지고 있다. 경기도 최전방에 위치한 연천 임진강변은 12월 초부터 연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내지 15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 중인 연천은 낮 최고기온도 영하의 날씨다.

 

12월 들어 지속되는 한파에 임진강도 얼기 시작했다. 한번 얼기 시작한 임진강은 내년 봄 우수가 지나가야 녹는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도 야생동물들도 잔뜩 움츠려 들고 만다.

 

▲ 얼어붙기 시작한 임진강. 지금 얼어붙기 시작하면 내년 봄 우수가 지나야 얼음이 녹는다.

 

그렇다고 계속 방안에만 웅크리고 있을 수만 없다. 벌써 3년째 이곳 임진강변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나름대로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것은 야생동물의 삶을 닮아가는 방법이다.

보일러를 계속 켜두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난방비를 감당을 할 수가 없다. 우리 집은 축열식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고 있는데, 심야전기료도 크게 올라 기름보일러와 별로 차이가 없다.

 

그래서 보일러를 가동하는 시간은 해가 질 무렵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만 두 시간에 한 번 가동을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것도 방 전체를 가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방과 거실 한 쪽만 난방 스위치를 열어놓고 있다. 축열 된 뜨거운 물을 최대한 아껴 쓰기 위해서다.

 

실내에서 내의를 입는 껴입는 것은 기본이고, 덧신을 신고 그 위에 실내화까지 걸친다. 그래야 발이 시리지 않다. 솜바지를 입고 카디건을 걸치거나 스웨터를 껴입는다. 몹시 추울 때는 실내에서도 방한재킷을 입을 때도 있다. 그리고 추울수록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는다. 이는 야생동물들이 겨울에 털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과 같다.

 

내의를 한 벌 착용하면 체온을 3도 이상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러 겹으로 옷을 껴입으면 이중창 효과를 가져와 찬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동시에 몸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 몸 자체가 36.5도로 난로와 같은 역할을 하니 보온을 잘하면 몸의 체온이 식지 않는다.

 

밖으로 산책을 나갈 때는 발목과 팔에 토시를 끼고, 목에는 목도리를 두른다. 마스크를 걸쳐서 찬바람이 직접 코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털모자를 귀까지 내려 눌러 써서 머리와 귀에서 열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보호한다. 특히 모자는 머리 전체와 귀를 감싸주기 때문에 보온효과가 가장 크다.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니 꼭 검은 9월단 같은 모습이어서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낫다.

 

 

▲ 추운 겨울에 산책을 할 때 사용하는 겨울 월동장비

 

 

이렇게 안전무장을 갖추고 나면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산책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러시아에서는 영하 30~40도의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을 하루에 몇 번씩 밖에 나가 뛰어 놀게 한다. 추위에 적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추위 속에서 운동을 하며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추운 한 겨울에도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정도는 임진강변을 산책을 한다.

 

다음으로 겨울을 나는 먹을거리다. 가장 기본적인 식량인 쌀은 한 가마 정도 비축을 해둔다. 라면도 비상식량으로 한 상자 정도 사 둔다. 눈이 많이 쌓이면 식량을 사러 전곡까지 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농사를 지은 콩은 잘 말려서 저장을 하고 고구마는 얼지 않게 건조한 거실 한쪽에 보관을 해둔다.

 

배추김치, 무김치, 홍당무 등은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어 저장을 해 둔다. 생 배추와 양배추도 신문지로 싸서 얼지 않게 김장독에 묻어둔다. 그렇게 보관을 잘 해두면 한 겨울에도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고, 냉장고를 덜 사용하여 전기료도 아낄 수가 있다. 이 정도로 준비를 하고 나면 겨울 동안 먹을거리는 큰 걱정이 없다.

 

겨울을 이겨내는 야생동물은 위대하다

 

사람인 나는 이렇게 월동준비를 하는데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도시에 살 때에는 텔레비전에서 겨울을 나는 야생동물을 보더라도 무심코 지나쳤는데, 시골 오지에 살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최전방 오지인 연천은 매일 야생동물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고라니, 멧돼지를 비롯해서 들고양이, 산새, 너구리, 족제비 등 늘 주변의 야생동물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이 추운 날 야생동물들이 겨울을 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야생동물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고라니는 의심이 매우 많은 동물이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섰다가 슬쩍 인기척이 나도 금방 달아나 버린다. 너구리나 족제비는 어두울 때만 살살 다닌다. 멧돼지는 드물게 출현을 하지만 포악해서 매우 조심을 해야 할 경계해야 할 야생동물 1호다.

 

가장 많이 접하는 야생동물은 들고양이와 산새들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 집 앞뒤를 서성이며 먹이 깜을 찾는다. 이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생각 끝에 두 개의 밥통을 준비했다. 하나는 들고양이를 위해서 거실에서 멀리 떨어진 두엄 곁에 고양이 밥통을 놓아두고 매일 먹다 남은 음식을 그곳에 부어 준다. 두엄 곁에 고양이 밥통을 놓아두는 것은 마음 편하게 음식을 먹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다. 들고양이들도 의심이 꽤 많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양이들은 교대로 살그머니 와서 음식을 뒤져 먹곤 한다.

 

 

▲ 두엄 앞에 놓아둔 들고양이 밥통

 

 

▲ 고양이 밥통에서 먹이를 뒤져 먹고 있는 검은 들고양이

 

 

 

우리 집에는 세 마리 정도의 들고양이가 수시로 드나든다. 검은고양이, 표범고양이, 쥐색고양이가 교대로 순찰을 돌듯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맴돈다. 저 고양이님들 덕분에 서생원님들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고양이는 채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떨 때는 까치들이 먼저 선수를 치며 고양이 밥을 전부 먹어버릴 때도 있다. 까치들은 정말이지 잡식동물이다.  

 

또 하나의 밥통은 현관 테라스에 놓아두고 있다. 새들을 위해서 모이를 담은 그릇이다. 모이 밥통에는 콩이나 쌀을 조금씩 부어둔다. 지금은 타작을 한 콩 중에서 찌그러지거나 벌레들이 먹다 남은 콩을 담아 놓고 있다.

 

▲ 새들의 모이그릇

 

아직 이곳에는 눈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아 새들의 모이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논밭에 떨어진 이삭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새들이 수시로 두리번거리며 찾아와 모이를 쪼아 먹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날이 밝으면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 찾아올 것이다. 야생동물들이 살수 없는 곳은 이미 오염이 된 땅이다. 야생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 할 때에 지구는 건강하다. 추운 겨울에는 사람을 거의 구경 할 수 없는 이곳은 야생동물들이 나의 유일한 겨울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