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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별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심장이식

찰라777 2014. 12. 30. 23:25

수술 전 3천만 원 내야...가난한 서민들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워

 

 

권투선수 최요삼 씨의 장기기증 이후 심장이식도 크게 늘어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팀장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은 지난 11월 선천성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던 3살 강모군의 심장이식에 성공함으로써 500번째 심장이식을 달성하게 되었다.

 

1992년 국내에서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을 한 이후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했던 심장이식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7년 동안에는 계속 3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고, 2012년부터는 연간 50건 이상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심장이식을 받는 것은 여전히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 심장은 다른 장기와는 달리 한 사람의 생명이 죽기 직전 뇌사상태에서 생체로 장기를 기증을 받아 시간을 다투며 이식을 해야 하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액의 수술비용이 들어가는 심장이식은 가난한 서민들에겐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1218일 심장이식 500례 기념행사를 하던 날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을 이끌고 있는 김재중 교수(심장내과)를 만나 국내 심장이식 실태와 장래 전망을 들어보았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 500례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을 시행한 이후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했던 심장이식이 최근에는 30건 내지 50건으로 크게 늘어나며 22년 만에 500례를 달성하게 되었는데 그 주된 요인은 무엇인지요?" 

"감사합니다. 1992년 최초로 심장이식을 할 당시 500례 달성은 제가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도 이룰 수 없는 요원한 것으로만 생각되었어요. 그런데 22년 만에 500례를 달성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이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과를 이룩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2008년 권투선수 최요삼 씨의 장기 기증과, 2009년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을 하시며 각막을 기증한 이후 국민들의 장기기증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장기 기증이 크게 활성화 된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식 통계를 살펴보니 2006년도까지는 국내 총 심장이식 건수가 30건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했으나, 2008년도부터는 80건에서 100건 정도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권투선수 최요삼 씨가 뇌사 상태에서 신장, 심장, , , 췌장, 각막 등 6개의 장기를 말기환자들에게 기증하며 새 생명을 얻게 해주고, 이듬해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을 하며 각막을 기증 한 이후 장기기증이 크게 활성화 된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장기기증이 크게 늘어나 그만큼 심장이식을 받을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19922월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하였지만 사실 장기기증 현황은 아주 미미 했어요. 그러다가 최요삼씨가 6개의 장기를 기증했던 2008년 이후부터 뇌사자 장기기증이 25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어요. 그러나 심장이식을 받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다른 장기이식은 날짜를 정해서 하지만 심장이식은 생체이식이기 때문에 시간을 다투는 수술로 언제 수술이 진행될 지 예측을 할 수도 없고, 한 생명이 뇌사 상태에서 죽기 직전에 기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거액 수술비 부담으로 가난한 서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해

 

2013년도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은 총 416건으로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장기에 비해 한 생명이 죽기 직전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장이식은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더구나 거액의 수술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서민들이 심장이식을 받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군요. 심장은 기증 받기도 어렵지만 심장이식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렇습니다. 현재 수술비용은 약 3천 만 원으로 심장이식 초창기 때 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지요. 거기에다 수술을 받고나서도 처음 1년 동안은 치료와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천만 원 정도 소요되고 있어 심장이식은 환자들에게 여전히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앞으로 의료보험 수혜 범위를 더 늘려서 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주어야 가난한 서민들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과제를 안고 있지요." 

 

1992년도 최초로 심장이식을 받을 당시에는 거의 1억 원 정도의 거액 들어갔다고 한다. 심장이식을 받으려면 기증자 수술비용 400만원(장기등이식에관한 법률,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규정), 본인 수술비용, 수술 후 감염예방차원에서 한 달간 사용해야 하는 1인 무균병실료와 치료비, 약제비 등 이식을 결정하고 검사 후 이식등록하면서 기증자가 발생하여 이식을 받을 때 소요되는 비용을로 약 3천만 원 정도 준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의료보험 수혜가 늘어나 초창기보다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거액의 수술비용 부담으로 가난한 서민들에게 심장이식은 여전히 그림의 떡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의료보험 수혜범위를 더 넓혀 수술비용 부담을 대폭 줄여야만 서민들도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은 다른 병을 않고 있는 환자들에게 비해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의료보험 수혜를 더 늘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이 심장이식을 받은 후에 얼마만큼 더 살수 을까 하는 생존율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어떻게 되는가요?"

 

"2012년 말 통계를 보면 저희 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195%, 586%, 1076%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에서 생존율보다는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현재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세계 유수의 심장병원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이나 텍사스 심장병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제심폐이식학회의 생존율은 179%, 566%, 1047%로 아산병원의 생존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만큼 이식 후에 환자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샘이다

 

생존율을 높이는 포인트는 환자들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것

 

"교수님께서는 환자들의 치료내용과 검사내용을 손수 노트와 수첩에 일일이 기록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 그건 제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에서 배운 것인데요. 스탠퍼드 대학 심장내과 의사는 진료를 할 때 간호사에게 일일이 환자의 검사기록이나 처방내용을 노트에 기록을 하도록 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 내용이 모두 컴퓨터에 기록이 되어 있지만 그렇게 기록을 함으로써 환자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기억을 하기가 더 쉽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귀국 후 저도 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제가 직접 기록을 하다 보니 환자에 대한 상태를 더 상세하게 파악을 할 수 있게 되고, 기억도 잘 되는 장점이 있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연구실에 있을 때에도 환자로부터 급한 연락이 오면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기록 파일을 쉽게 열어볼 수 있어 응급처방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줄 때가 많습니다." 

 

환자의 치료내용, 검사기록을 손수 일일이 별도의 노트에 기록하고 있는 김재중 교수

 

김재중 교수의 연구실에는 환자들 하나하나의 검사와 처방을 한 내용, 그리고 진단기록을 깨알처럼 기록한 500여 개의 파일이 빼꼭히 들어 있었다. 또 조직검사 같은 중요한 검사 일정은 휴대용 수첩에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손수 기록을 함으로써 이식환자 하나하나의 상태와 변화를 더 쉽게 기억을 할 수 있어 환자들과의 짧은 외래 진찰 시 상담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요즈음은 밴드나 카페, SNS등을 통해서 환자들과 수시로 교감을 하고 있다고 하시던데"

", 처음에는 환자들이 '다시 뛰는 심장으로'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밴드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투병 중 일어나는 자신들의 고충이나 고민을 서로 교환하고 있더군요. 인터넷 카페는 컴퓨터를 켜서 그 카페에 들어가야만 하는 볼 수 있는 물리적인 어려운 점이 있지만, 밴드는 스마트 폰에 실시간으로 뜨기 때문에 열어보기가 쉽고 접근하기도 용이하더군요. 그래서 환자들이 치료와 관련된 상담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간단하게 댓글을 달아주곤 합니다. 이렇게 환자들과 수시로 접촉을 하다 보니 그 환자가 다음에 외래를 올 때에도 여러 가지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 SNS를 통해서 환자들에게 상담을 해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심장이식 받는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그는 때로는 환자들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하여 환자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한 생명이 희생되어야 비로소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나는 심장이식환자들은 그에게 그만큼 소중한 것으로 이들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상태를 노트에 직접 깨알처럼 기록하여 환자들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 수혜범위를 넓혀서 가난한 사람도 이식을 받을 수 있어야...

 

"환자들이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 심장이식과 관련하여 바람이 있다면?" 

"물론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일이지만 특히 심장이식환자들은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첫째 약을 제때에 잘 챙겨서 복용을 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고요. 이식 후 1~2년이 지나면 나태해져서 이를 소홀이하여 더 큰 어려움을 당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의사의 처방이나 치료보다 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치료 자세가 더 중요하거든요 

국내 장기이식 문화도 더욱 활성화되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보다 점점 더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보험 수혜 범위도 더 크게 늘려서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서민들도 큰 부담 없이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교수님의 희망처럼 앞으로 장기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의료보험 수혜도 늘려 가난한 서민들도 심장이식을 받았으면 좋겠군요. 바쁘신 중 장시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과대학 재학시절에도 그의 관심은 오로지 심장이었다고 한다. 방학 때에도 도서관에서 심장 관련 서적을 읽으며 보낸 그는 지난 83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심장내과를 선택했다. 그가 심장내과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의 형이 생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청색증'이라는 심장병을 않다가 세상을 뜬 데 있기도 하다. 그 당시 의료기술로서는 청색증 치료가 어려웠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그는 기회가 되면 신학을 다시 공부해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동시에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환자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생존율을 높이려는 김재중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과 자애로운 모습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