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꽃잔디 같은 여인, 혜경이 엄마

찰라777 2015. 4. 19. 04:40

꽃잔디의 전설

 

 

주 먼 옛날에 하늘과 땅이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았을 때 하느님이 그 혼돈의 질서를 잡으려고 해에게 따스한 봄볕을 세상에 골고루 뿌려주라고 했다. 해님이 햇살을 뿌려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 소나기를 마구 퍼부었다. 구름의 심술 때문에 강물이 넘치고 둑이 무너져 봄에 돋아나던 새싹들까지도 다 떠내려 가버렸다.

 

이를 보다 못한 하느님이 구름을 타이른 후에 봄의 천사를 보내 망가진 산야를 가꾸게 하였다. 그러나 너무나 많이 망가져버려 봄의 천사 혼자서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봄의 천사는 예쁜 꽃들에게 황폐해진 땅으로 내려가 꽃을 피워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꽃들은 저마다 핑계를 대며 다 거절을 해버려 봄의 천가가 한 숨을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봄의 천사님 그 일을 우리한테 맡겨주시지 않을래요?" 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잔디들이 겸손하게 웃고 있었다. 천사의 허락을 받은 잔디들은 황폐한 들판과 산기슭을 푸르게 뒤 덮어주었다.

 

너무도 고마운 나머지 봄의 천사는 잔디에게 선물을 주실 것을 하느님께 요청했다. 봄의 천사의 요청을 받은 하느님은 잔디의 머리위에 예쁜 꽃 관을 씌워주었는데, 그 꽃이 꽃잔디가 되어 지금까지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고 있다고 한다.

 

꽃잔디 같은 여인, 혜경이 엄마

 

전설처럼 아름다운 꽃잔디가 금가락지 화단을 다 덮고 있다. 이 꽃잔디는 몇 해 전 구례 수평리마을에 살고 있는 혜경이 엄마가 몇 포기 보내 준 꽃이다. 그 꽃잔디를 울밑에 듬성듬성 심었더니 이렇게 확 번져나며 무더기로 피어나고 있다.

 

 

▲구례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혜경이 엄마(아래)가 보내 준 꽃잔디가 그녀의 미소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평생을 남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는 혜경이 엄마는 꽃잔디 같은 여인이다.

 

꽃잔디의 꽃말은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잔디를 보면 일생을 희생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혜경이 엄마가 생각이 난다. 그녀는 정말 꽃잔디 같은 여인이다. 피치 못할 사연으로 일찍이 남편과 헤어져 살고 있는 그녀는 홀로 살아가고 있다.

 

 

 

▲2012년도에 심은 꽃잔디가 2013년도 피어난 모습

 

▲2015년 4월 18일. 화단을 온통 덮고 있는 꽃잔디

 

 

 

 

그녀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차례로 앓아눕게 되자 수 년 동안 똥오줌을 받아내며 정성스럽게 수발을 들었다. 그리고 홀로 장례까지 치러냈다. 그녀의 효행은 구례군은 물론 전라남도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어 도지사로부터 효행 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동네 노인들이 일을 좀 도와 달라고 하면 자기 집 일을 뒤로 미루고 다른 사람 일을 먼저 거들어 주곤 했다.

 

 

 

정말이지 혜경이 엄마는 꽃잔디처럼 남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 혜경이 엄마와 아름다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는 혜경이 엄마로부터 두릅과 표고버섯이 가득 든 상자 하나가 왔다. 그녀가 키운 야생 두릅과 버섯이다. 그 두릅을 고추장에 찍어먹는데 혜경이 엄마 향기가 진하게 번져 나왔다.

 

 

혜경이 엄마는 꽃잔디 같은 여인이다. 구례에 살 때에 혜경이 엄마가 이웃집에 없었더라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우리네 삶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땀을 흘리며 텃밭 일을 하다가도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꽃잔디를 보면 피로가 눈 녹 듯 풀려 나간다. 혜경이 엄마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