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시골의 향기-깻묵퇴비

찰라777 2016. 5. 12. 23:23

시골의 향기-깻묵퇴비

 

5월 11일


오늘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에 웃거름으로 깻묵 퇴비를 주기로 했다. 작년 가을에 전곡 방앗간에서 깻묵을 사다가 물을 부어 발효를 시켜 놓았는데 팍 삭아서 거름으로는 최상급이다. 그러나 냄새는 엄청 지독하다. 영양분이 많을수록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깻묵퇴비는 시골의 진짜 향기를 느끼게 하는 냄새다.


 


시골의 향기가 무엇이겠는가? 이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안다. 시골의 향기는 인분, 계분, 돈분, 우분 등이다. 모두가 먹고 난 후 배설을 한 똥이다. 똥은 더럽다. 그런데 이 더럽고 냄새나는 똥이 농작물을 키우는 거름이 된다.

 

나는 젊은 시절에 시골에서 똥장군을 지게에 지고 밭에다 뿌려준 경험이 있다. 사람이 먹고 난 배설물은 냄새가 참으로 고약하다. 그 어떤 동보다도 사람의 똥이 가장 악취를 풍기는 배설물이다. 그만큼 사람은 영양소가 들어 있는 음식물을 먹는다는 증거다. 거기에 절반은 구더기가 버글버글하다. 똥 반 구더기 반인 안분을 똥장군에 지고가면 똥장군 안에서 출렁거리며 고약한 악취가 온 천지를 진동시킨다. 옛날에는(옛날도 아니다. 불과 4~50년 전이다) 농촌에서 그렇게 채소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깻묵퇴비도 인분 못지않게 냄새가 고약하다. 방앗간에서 사올 때는 온 집안이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찬다. 그러나 깻묵과 왕겨를 50:50으로 섞어서 물을 부어 발효를 시키기 시작하면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로 점점 변해간다. 따뜻한 날씨에 통에 넣고 물을 부어 놓으면 발효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술 찌꺼기 비슷한 냄새가 나다가 점점 고약한 냄새로 변한다.

 

거기에다가 깻묵퇴비에고 구더기가 생겨난다. 3년 전 처음 깻묵퇴비를 만들 때에는 밀봉을 하지 않고 뚜껑만 덮어 놓았는데, 채소밭에 주려고 뚜껑을 열었다가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다. 옛날 시골의 측간처럼 구더기가 버글버글 꿈틀거리고 있질 않겠는가? 나는 악! 소리를 지르며 그만 뚜껑을 닫고 말았다.

 

지금은 깻묵퇴비통을 비닐로 덮고 틈이 없도록 단단히 묶어 놓고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는다. 그래도 열어보면 구더기가 몇 마리씩 눈에 띤다. 어쨌든 이렇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깻묵퇴비는 잎채소를 키우는데 아주 좋은 친환경 거름이 된다.

 

나는 깻묵퇴비를 물로 희석을 해서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 케일 등에 주기 시작했다. 뿌리에서 15~20cm 떨어진 곳에 호미로 구덩이를 파고 글라스로 1컵 정도의 깻묵퇴비를 준 다음 다시 흙으로 덮어주었다. 뿌리에 직접 닿으면 양분이 일종의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식물이 죽고 만다.

 

식물은 뿌리털을 둘러싼 세포막을 경계로 안쪽은 땅에 비해 여러 가지 유기물과 무기물들이 더 많이 섞여 있어서 뿌리 바깥보다 용액의 농도가 더 높다. 이 때 균형을 맞추기 위해 흙 속에 있는 물 분자는 뿌리털의 세포막을 거쳐 물 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뿌리 내부로 들어간다. 이처럼 농도가 낮은 흙 속의 물이 농도가 높은 뿌리 족으로 이동하는 것을 삼투 현상이라고 한다. 즉 삼투현상(Osmotic pressure)은 반투막을 경계로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깻묵퇴비는 양배추 뿌리 안쪽보다 농도가 짙은 양분으로 가득 차 있다. 깻묵퇴비가 뿌리에 직접 닿으면 삼투현상에 의해 양배추의 양분이 역으로 물기가 말라가며 이동해 타죽고 만다. 그러므로 깻묵퇴비를 물로 희석하여 농도가 옅게 만들고 뿌리에서 멀리 떨어지게 주어 뿌리가 천천히 양분을 빨아드리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연천군 농업대학에서 퇴비는 만드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