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걷는 행복

찰라777 2016. 7. 9. 06:40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걷는 행복


홀로 임진강변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장맛비로 강물이 잔뜩 불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황강댐을 열어 물을 방류한 탓도 큽니다. 백로 한 쌍이 주상절리 강물 위를 천천히 날아갑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얀 백로를 바라봅니다. 아름답습니다. 모든 생각이 정지되고, 넋을 잃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라봅니다.





꼭 풍경이 화려한 여행지에만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박한 길을 홀로 걸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에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다정하게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의 모습, 손을 맞잡고 강변을 산책을 하는 커플, 강물에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모습, 저녁식사를 요리하는 아내의 모습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홀로 천천히 걷다보면 얻는 교훈이 참 많습니다.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소박한 현실을 기쁘게 받아드릴 수 있습니다. 소박함을 받아들이면 적게 가질수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생활의 질서가 생기고 내면세계가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마음과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생활에 생동감을 느끼게 되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갑자기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지난날 숨이 차서 한 걸음도 걷지 못하던 아내를 생각하면 갑자기 캄캄한 먹구름이 마음속으로 몰려듭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매일 임진강변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아름다운 현실입니다.


천천히 걷다보면 빛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주변의 펼쳐진 색감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삶이 아름답고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뜰에 핀 접시꽃한송이도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접시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날갯짓 하나하나에도 너무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것의 환희입니다. 오후에 비스듬히 비추는 석양노을에서 품어내는 한줄기 햇살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노을 속에 화단을 손질하는 아내의 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다시 뛰는 심장으로 살아가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아내는 두 주일 전에 갑자기 머리에 대상포진이 걸려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재중 교수님께서 진단을 내리고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니 그 고통도 점점 사라져 지금은 괜찮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찌 고통이 없을 있겠습니까? 그래도 예전처럼 숨이 차지는 않습니다. 대상포진에서 회복된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 천천히 걸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삶은 '고해'요 '고통'의 순간들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겸허히 받아드리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삶은 아름다움으로 채워집니다.


심장을 바꾼 우리들의 몸은 아직 건강하지가 않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들의 몸에는 여기저기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숨이 차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숨이 차지 않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야겠지요. 그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삶은 여행입니다.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잊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할 수 있으니까요.


이층의 다락방 창문을 여니 마냥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접시꽃이 다소곳이 미소를 짓고 있군요. 나는 넋을 잃은 채 접시꽃의 아름다움을 취해 봅니다. 인생을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만드는 유일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넋을 잃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 순간 마음은 따뜻한 빛과 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으로 채워지고 맙니다. 마음 속에 아름다운 정원으로 채워진다면 우리들은 행복해 질 수 있겠지요. 이 아름다운 시간의 정원을 잡을 수만 있다면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습니다.


아내는 대상포진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의왕호 산책길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합니다. 아내는 가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말렸습니다. 오래도록 아내를 간병하고 지켜본 나는 아내의 몸의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몸의 한계를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무리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자신의 한계를 알지못하고 몸을 무리하게 부린다면 몸을 고장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곧 앓아눕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른사람보다 면역이 약한 우리들의 몸이니까요.


카메라를 메고 임진강을 떠나 의왕호로 향하는 마음이 행복합니다. 숨이 차는 고통을 잊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니까요.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순간순간을 내 네모상자에 가득 담아보려고 합니다. 덥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들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걸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행복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