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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알펜루트기행⑥]봄날 이색체험-눈의 대계곡을 걷다!

찰라777 2017. 5. 22. 14:15

따뜻한 봄날 이색체험-알펜루트 설벽 걷기

 

4월 22일 오전 1130. 우리는 다시 무로도에 도착하여 눈의 대계곡으로 갔다. 높이 20여 미터의 하얀 설벽이 눈의 궁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탄탄하게 양쪽을 가로막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눈의 계곡의 걷고 있다. 무로도에서는 500m 정도의 설벽을 거닐 수 있다. 따뜻한 봄에 눈의 계곡을 걸어보는 것은 이색체험이다. 우리도 하얀 설벽을 따라 걷기시작했다. 


▲따뜻한 봄날에 걸어보는 이색체험. 알펜루트 눈의 대계곡

 

양쪽에 높이 둘러쳐진 설벽을 걷는 느낌은 걸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특히 동남아시에서 온 여행자들은 신기한 듯 설벽을 만져보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사람은 설벽에 기념 글씨를 새겨 넣기도 한다. 녹으면 사라지고 말겠지만 신기한 눈의 벽에 추억을 남기고 싶은 모양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설벽을 걸어갔다. 아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200m)까지 올라 눈 덮인 히말라야를 바라보기도 했다. 허지만 지금 알펜루트 설벽을 걷는 기분은 그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두 손으로 설벽을 밀어붙일 듯한 포즈를 취한 아내의 표정이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보이기만 한다. 누구나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마음이 하얀 도화지로 변한다.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눈앞에 펼쳐진 설경에 푹 빠지고 만다. 여행을 별로 즐기지 않는 조카 부부도 놀라운 설경에 압도 된 듯 연신 아아!” 하며 감탄의 소리를 지른다.


▲두 손으로 설벽을 밀고 있는 아내의 표정이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사람은 놀라운 풍경에 압도되면 엔도르핀의 700배가 넘는 다이놀핀이 분비되어 모든 병의 원소가 소멸되고, 병든 세포가 새롭게 회복이 되어 치유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놀라운 설경을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에는 고통도 어두운 공포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에 압도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 상태에 젖어있다.


불과 한 달 전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아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불면증과 섬망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 놀라운 풍경으로 아내의 몸에 놀라운 치유 효과를 내는 다니놀핀이 분비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 눈의 대계곡을 걷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아내여! 오늘밤부터는 모든 시름을 떨쳐버리고 잘 먹고 잠도 잘 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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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들로 둘러싸인 알펜루트는 마치 소설 빙점의 무대를 연상케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은 원죄에 관한 인간의 내면의식을 치밀하게 다룬 소설이다. ‘빙점의 무대는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고향 일본 홋카이도 눈 덮인 도카치 연봉으로 둘러싸인 분지 아사히가와 마을이다.

 

저기 눈길을 걸어서 사람들은 어디를 가지요?”

저 길을 15분 정도 걸어가면 큰 연못이 있고 온천도 있다고 해요. 운이 좋으면 신의 심부름꾼인 뇌조라는 새도 만날 수 있데요.”

"심의 심부름꾼이란 새도 있나요?"

"뇌조라는 새가 서식을 한데요."


▲눈길을 걸어 미쿠리가이케 연못으로 가는 여행자들.

 

눈 덮인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간다. 하얀 도화지 위를 걷는 사람들! 저 길을 따라가면 미쿠리가이케 연못에 닿는다고 한다. 미쿠리가이케 연못은 둘레 600m, 수심 15m에 달하는 에메랄드빛의 신비함을 간직한 고원위의 연못이다. 이 연못에는 천연기념물인 뇌조(rock ptarmigan, 雷鳥)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미쿠리가이케 연못(*알펜루트 홈피 참조)


옛부터 '신의 심부름꾼'이라고 여겨진 뇌조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완전히 다른 색으로 바뀌고 빙하기부터 멸종되지 않는 새로 일본에서는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 무로도 주변에 240여 마리의 뇌조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신의 심부름꾼이라고 부르는 '뇌조'. 무로도 주변에 약 24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알펜루트 홈피 참조)

 

그러나 우리가 미쿠리가이케 연못으로 걸어가기엔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눈길을 걷는 장비도 갖추지 않았지만, 체력이나 시간도 부족하다. 미끄러워서 눈 길에 서 있기도 힘들다. 연못을 일주하는 데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또 연못 인근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쿠리가이케 천연유황온천 있다. 뜨끈한 유황온천에서 설경을 바라보는 것도 별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기온 섭씨 -4, 설벽 높이 19m, 표고 2390m(422일 현재)라는 푯말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눈의 계곡을 500m까지 걸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날씨는 그리 춥지 않다. 설벽을 산책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눈의 계곡을 걷다가 문득 히말라야 눈의 계곡에 갇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 아내와 나는 인도 라다크를 여행하고 버스를 타고 마날리 고개를 넘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로땅 라라는 마날리 고개에서 눈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하루 종일 눈속에 갇혀 있다가 겨우 트럭을 얻어 타고 눈길을 가까스로 넘어 올 수 있었다. 한여름 6~9월까지만 열리는 로땅 라 고개는 인도의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로땅 라 눈의 계곡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곳 알펜루트 눈의 계곡은 다소 인위적으로 설벽을 쌓아 놓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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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야마 알펜루트는 ‘6개의 일본제일이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운행되는 트롤리 버스, 일본최고의 높이에 있는 무로도 전철역(2450m), 도중에 지주가 없는 일본 최장의 다타야마 로프웨이, 일본최고의 낙차를 자랑하는 소묘다키(350m), 일본에서 가장 높은 구로베댐(186m), 일본최고의 높이에 있는 미쿠리가이케온천이 그것이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산악관광루트로 명성떨치는 알펜루트는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1시간 정도 눈길을 산책하다가 고원버스와 케이블타를 타고 다타야마역으로 내려왔다. 다테야마 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 알펜루트를 무사히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오사카 조카 부부와 다테야마 산신에게 감사드린다. 조카의 차를 타고 오사카에 도착하니 밤 8시다. 정말 긴 하루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놀라운 설벽을 걸었던 벅찬 감동이 눈에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