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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우는 사연

찰라777 2017. 7. 6. 06:50

요즈음은 새벽 3~4시 사이가 되면 금굴산에서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에 잠을 깬다. 올빼밋과에 속하는 녀석은 야행성 동물로 밤에만 슬피 운다. 소쩍새는 아까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금굴산으로 찾아와 초가을 무렵까지 서럽게 울어대다가 겨울 추위가 오기 전에 어디론가 떠나가 버린다.

 

소쩍새는 여름철새로 한국, 일본, 중국, 아무르 강 유역에서 번식을 하는데, 4월쯤 날아와 10월까지 한국 등에 머물고, 겨울에는 남하하여 중국 남부, 인도 등에서 지낸다고 한다.


나는 소쩍새가 우는 소리를 듣기만 했지 한 번도 본적은 없다. "소쩍 소쩍"하고 가냘프고 구슬프게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원앙새처럼 어여쁘러니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올빼미처럼 무섭게 생긴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가냘픈 소리에 비하여 강열하게 생긴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한다(두산백과 참조).


소쩍새는 몸길이 20cm정도로 작은데다가, 회갈색 바탕에 검정과 흰색의 얼룩무늬로 침엽수 수피와 비슷하게 위장하고 있어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더구나 야행성인 녀석들은 주로 높은 나무의 구멍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소쩍새는 수컷들이 주로 짝을 찾기 위해서 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밤마다 저렇게 서럽게 우는 녀석은 아직도 짝을 찾지못했던 말인가?

 

특히 그믐달이 뜬 새벽녘에 소쩍새 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면, 어스름한 그믐달에 닿을 듯 말 듯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는 더욱 애간장을 끓게 한다. 깜깜한 야밤에 피를 토하듯 울어대는 소리는 참으로 처량하고 애닮프다. 소쩍새는 한맺힌 시를 많이 남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린 고려 충렬왕시대에 충신 이조년(李兆年:1269~1343)의 '이화에 월백하고'란 시조는 누구나 한번쯤 읊어 보았으리라.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을 자규(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서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 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양, 잠을 이루지 못하여 하노라.


이 시조는 그가 귀양살이를 하던 중 임금에 대한 충성심으로 지었다고 한다. 자신을 <이화>에, 간신들과 궁궐은 <삼경>에, 충성심은 <일지춘심>에, 왕은 <자규>에다 비유하며 만년의 고뇌와 심경을 소쩍새 울음소리에 털어 놓으며 귀양살이의 마음을 달랜 시조이다. 


소쩍새에 대한 전설은 그 울음소리만큼이나 구슬프다. 옛날에 소화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천성이 밝고 착한 소녀였다. 소화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다. 시집을 온 첫날 시어머니는 소화를 불러놓고 일러주었다.

 

오늘부터 너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밥을 많이 하면 찬밥이 생기니 꼭 한 번만 하도록 해라소화는 혹시 밥을 태울까, 질게 되지 않을까 하면서 밥을 딱 맞게 하여, “이건 시부모님 진지, 이건 서방님 진지, 이건 시누이 것하면서 정성으로 밥을 담았다. 그렇게 담고 나면 정작 자기 먹을 밥이 없었다. 그렇다고 시어머니 명을 어기고 밥을 두 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소화는 부잣집으로 시집보낸 부모님을 원망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가 그만 굶어죽고 말았다. 한 많은 소화는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 못하고 한 마리 새가 되어 '솥적 솥적'하고 울고다녔다. 그래서 그 새를 '솥적새'라 하였다.

 

컴컴한 한여름 밤에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으면 나역시 왠지 마음이 슬퍼진다.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은 추억이 있어서일까? 막내로 태어난 나는 나이가 꽤 들었는데도 엄마 품에서 잠이 들곤 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요람은 역시 어머니의 품이다. 윤달이 낀 금년은 아직도 5월이다. 음력 5월은 어머님께서 별나라로 가신 달이어서 그런지, 바람소리에 끊어질 듯하면서도 아련히 이어지는 소쩍새 소리가 더욱 구슬프게 들린다.

 

소쩍새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우려보면 솥적다, 솥적다’라고 들려온다. 예부터 소쩍새가 솥적다하고 울면 솥이 너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고 전해 내려온다. 반면에 솟쩍하고 울면 다음해에 흉년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새벽 소쩍새 우는 소리는 솥적다 솥적다하고 울어대니 금년에는 풍년이 들 모양이다. 나라가 어지러운 이때에 제발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