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연천허브빌리지를 수 놓은 한여름 밤의 DMZ음악회

찰라777 2017. 7. 27. 10:54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었던 화기애애한 음악회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었던 허브빌리지 DMZ음악회


 

7월 26일(수) 저녁 7시 반부터 허브빌리지 올리브홀에서 'Imagine 평화의 빛' 연천DMZ국제음악회  아티스트 콘서트가 열렸다. 특히 이날 연주회는 삼팔선 이북 오지인 연천 허브빌리지에서 러시아의 거장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막심 페도토프와 피아니스트 갈리나 페트로바의 듀엣 연주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연천 오지에 살고 있는 기자는 모처럼 국제적인 거장들이 펼치는 음악회에 참석하게 되어 마음이 설렜다. 앞집에 살고 있는 부부와 우리 부부 네 사람은 실로 오랜만에 격조 높은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허브빌리지로 향했다. 


"선생님 덕분에 이 오지에서 오랜만에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하게 되었네요!"

"하하,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콧바람도 쏘일 겸 이렇게 함께 화려한 외출을 하게 되니 기쁩니다."

 

 

▲모처럼만이 화려한 외출-연천허브빌리지 DMZ국제음악회에서


 

콘서트가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6시30분, 연천허브빌리지(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에 들어서니 가슴 깊숙이 허브향이 그윽하게 파고들었다. 삼팔선 이북 임진강변에 위치한 연천허브빌리지는 마치 지중해의 어느 휴양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1만7천여 평의 규모에 심어진 각종 허브의 향기는 남녘의 산야와 북녘 산하로 흘러들어간다.  


허브빌리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식당 '초리'에서 임진강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허브비빔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웠다. 우리는 잠시 허브빌리지를 산책하다가 콘서트가 열리는 올리브홀로 갔다. 화사한 조명등이 하나 둘 켜지는 허브빌리지는 한여름 밤의 음악회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올리브홀은 허브빌리지가 자랑하는 허브온실에 위치하고 있다. 3백년도 넘은 국내 최고령의 올리브나무와 100여 가지의 허브, 그리고 20여 가지의 난대수목이 자라고 있는 허브온실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매우 이색적인 연주회가 될 것 같았다.  

 

 

 

 


더구나 삼팔선 이북 최전방 접경지역의 한적한 허브마을에서 열리는 한여름 밤의 음악회는 그 발상부터가 매우 독특하다. 올리브홀에는 벌써 100여 명의 관객들로 작은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관람석에는 30여 명의 국군장병들도 눈에 띄었는데, 인근에 위치한 제28보병사단(태풍부대) 윤의철 사단장을 비롯하여 동 사단 소속 국군장병들이 특별 초청되어 연주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저녁 7시시 30분이 되자, 곧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승과 피아니스트 손은정의 앙상블로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 실내를 잔잔하게 압도해갔다. 김진승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조선일보, 한국일보 콩쿠르 등 각종 음악 콩쿠르에 입상을 하고, 예일대학교 스프라그홀, 예술의 전당 등에서 수차례독주회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손은정은 메네스 예비학교를 졸업하고 피바디 음대 학사, 석사, 전문연주과정을 거쳐 피바디 최고연주자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피아니스트다. 

 

 


 


두 번째 연주는 피아니스트 황성순이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 S.162>를 격정적으로 연주해 나가자 장내는 더욱 뜨거운 갈채로 한여름 밤의 열기를 가득 채워나갔다. 황성순은 독일 트로상엔 국립음악대에서 피아노와 실내악 및 가곡반주로 디플롬과정을, 슈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독일 가곡 전문 연주자과정을 졸업한 피아니스트로 독일과 동유럽에서 여러 차례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바 있다. 


 



이날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연주자인 러시아의 거장 막심 페도토프(Maxim Fedotov)와 갈리나 페트로바(Galona Petrova)의 환상적인 듀엣 연주였다. 막심 페도토프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의 우승자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및 지휘자들과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교수이자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심사위원직을 맡고 있는 그는 '러시아의 파가니니'라고 칭한다. 

 

 

 


갈리나 페트로바는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이자 앙상블 연주자이다. 2003년 모스크바 시티 프라이즈 수상자로 모스크바 필하모니에서 독주자로 활약했다. 그녀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막심 페도토프의 실내악 연주 파트너로 우리시대 가장 조화로운 앙상블로 손꼽힌다. 유럽의 언론들로부터 '호랑이 기질을 가진 뮤지션', '최고의 모스크바 듀엣'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환상적인 듀엣이다.

 

 

 


육척장신의 거인 페도토프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전주곡을 숨 막히게 연주하며 관객들을 몰입시켜 나갔다. 그는 무대를 전후좌우로 종횡무진하며 시종 관객을 압도해 나갔다. 불타는 듯하면서도 침묵이 흐르듯 고요한 바이올린 음률 속에는 인간의 사랑과 쾌락, 고통과 죽음이 내재되어 애잔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곡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리가 점점 잦아들며 마치 숨이 끊어질 듯 멈추자,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던 관객들은 장내가 떠나 갈 듯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두 번째 연주곡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 그림 중 '바바야가(Baba Yaga)'는 익살스러운 연주와 모션으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이 환상적인 듀엣은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와 환호에 화답하여 연거푸 앙코르 곡을 세곡이나 연주했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 곡은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열연하여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삼팔선 이북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의 거장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그리운 금강산'은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멜로디 속에는 반세기를 넘는 남북분단의 고통과 더불어 항상 일촉즉발의 전쟁위험 속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민족의 한이 서려있는 듯 했다. 

 

 


허브빌리지라는 특별한 무대에서 수준 높은 연주자들이 한여름 밤을 달군 음악회는 연주자도 관객도 하나가 되어가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들과 관람자들이 함께 모여 기념 촬영을 하였다.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빌리지에서 가진 이번 연천DMZ국제음악회 연주회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