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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만 2000번, 슈퍼 박치기 선수 딱따구리가 사라져 간다

찰라777 2018. 5. 28. 06:38

딱딱딱 따다다다다다다닥~ 딱딱딱 따르르르르르닥닥닥~ 하며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는 언제 들어도 작은 북소리처럼 경쾌하다. 새들의 노래잔치 중 단연 으뜸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허지만 녀석은 경쾌한 소리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매우 무서운 존재다.

 

 

 

딲다다다다다~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면 나무에 매달린 벌레들은 초비상 사태가 벌어진다. 초당 10~20번 나무를 쪼아대어 나무껍질이나 구멍을 뚫어 길고 끈끈한 혀를 구멍에 집어넣어 애벌레를 쪼아 먹는 딱따구리는 벌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냥꾼이다

 

딱따구리의 머리가 앞뒤로 움직이며 헤딩을 하는 속도는 초속 6~7m라고 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머리가 움직이며 나무에 부딪쳐 나오는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1000배에 달한다니 놀랍다. 사람은 그 10분의 1의 충격만 받아도 뇌진탕을 일으킨다. 그런데 하루에 12천 번이나 헤딩을 한다는 딱따구리는 어떻게 그 충격을 이겨낼까? 이는 자연계의 대표적인 미스터리의 하나이다.

 

어느 안과의사는 이걸 연구해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미국 하버드 대학교 유머 과학 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IR'가 제정한 상.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 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병신 짓 같지만 멋있는 연구와 그냥 병신 같은 연구로 나뉘어 준다)을 수상했다. 다만 딱따구리가 이토록 고속으로 쪼아대는 데 왜 두통을 느끼지 않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딱따구리의 뇌 구조가 충격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배치되어 있고, 두개골을 안전띠처럼 감사는 기다란 설골(舌骨, 목뿔뼈)과 두개골 뼈가 스펀지 구조로 되어 있어서 헤딩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에 중국 베이징 대학 판유보 교수 등 중국 과학자들은 딱따구리 부리의 위아래 길이가 서로 달라 뇌로 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밝혀냈다(http://ecotopia.hani.co.kr/33004). 즉 부리의 위아래 길이가 같을 때는 두뇌가 아래 부리가 더 길 때에 비해 무려 18배의 충격을 받지만, 아래 부리가 윗부리보다 길 때는 충격을 분산시켜 충격이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데 하루에 애벌레를 2000마리 가량 잡아먹는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나무에 해가 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뚫어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나무에 도움이 된다.

 

허지만 딱따구리는 강인한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파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 채로 다른 조류의 머리에 구멍을 뚫고 뇌를 파먹는 잔인한 용도로 쓰기도 한다. 녀석들은 다른 새들의 둥지에 어미가 없을 때 침입을 해서 재빨리 새끼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새끼 새의 뇌를 파먹기도 한다.

 

1995531,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외부 연료탱크 절연체에 딱따구리가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구멍을 내서 발사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해 해외토픽이 되기도 했다.

 

나는 이 작은 2층 다락방에서 바라보는 임진강 풍경이 참 좋다. 내가 7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만해도 앞이 탁 트이고 고요한 임진강 풍경이 무척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동이대교가 앞을 가로막고 있고, 그 위를 자동차들이 소음을 내며 질주를 하고 있다. 고요하기만 했던 임진강이 점점 자동차의 소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주말이면 낚시꾼과 캠핑 족들로 임진강 주상절리는 초만원을 이룬다.

 

일주일 내내 자동차 한 대도 구경할 수 없었던 이곳 임진강변 주상절리는 이제 주말이면 시끌벅적한 유원지로 변해가고 있다. 쓰레기는 여기저기 방치되고 간이 화장실은 딱 하나 밖에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생리현상을 미처 참지 못한 행락객들은 아무데나 방뇨를 질러댄다.

 

더욱이 2년 전 임진강주상절리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 된 이후 이곳을 찾는 행락객이 부쩍 늘어가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30만 년 전 용암이 흘러가며 생긴 현무암 절벽의 태곳적 모습이 인간들의 훼손으로 점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인간들은 저마다 강변에서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어 먹는다. 주말이면 임진강 주상절리는 고기 굽는 냄새로 진동한다. 쓰레기도 강변에 마구 버린다.

 

자동차바퀴와 사람들의 발자국이 잦아지면서 이곳 금굴산에 새들의 울음소리도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머지않아 딱따구리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