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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화이트다방에서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며

찰라777 2018. 6. 5. 03:32

6월 2일, 맑음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며...

 

 

 ▲연천군 임진강 화이트 다방에서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고...좌로부터 언론인 임준수, 이근후 교수, 화이트다방 마담, 이동원(이화여대명예교수, 전 한국사회학회회장), 정경숙 교수(전 숭의여대 관광지리학과 교수), 박정희(필자 아내)

 

 

▲금가락지에서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며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모닝커피

 

 

▲금가락지 정자에서 점심을먹으며 

 

 

며칠 전 패이스북을 통해서 이근후 교수님(83, 이화여자대학 병원 명예교수)께서 금가락지를 방문하고 싶다는 댓글을 남겼다. 핸드폰이 없는 교수님은 메일로 연락을 주시는데, 요즈음은 페북을 통해서 연락을 주신다. 530일 날 교수님은 페북을 통해 62일 날 금가락지를 방문하겠다고 연통을 주셨다. 아울러 이번에는 화이트 다방 추억의 모닝커피를 꼭 마시고 싶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화이트다방 모닝커피를 꼭 마시고 싶은데 다방 문을 여는지 확인을 좀 해주세요.”

 

작년에 모닝커피를 마시러 화이트 다방에 갔다가 다방 문이 닫혀 애석하게도 마시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는데, 이번엔 꼭 마시고 싶으시다는 것. 나는 화이트 다방에 전화를 하여 62일 날 다방 문을 여는 지를 확인하였더니 귀한 손님들 오시는데 이번주에는 서울로 손주 돌보아주러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마침내 오늘(62) 오후 1, 이근후 교수님께서 금가락지에 도착을 하였다. 오시다가 길을 헤매어 몇 번이나 전화를 하셨는데, 결국 내가 동이리 마을회관까지 마중을 나가서 모시고 왔다. 38선 이북에 위치한 금가락지는 가끔 내비게이션에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를 하기도 한다.

 

이동원(이화여대명예교수, 전 한국사회학회회장), 언론인 임준수(나무야 미안해 저자), 정경숙 교수(전 숭의여대 관광지리학과 교수)과 함께 동행을 하셨다. 팔십을 훌쩍 넘긴 이근후 교수님은 이번에 금가락지를 네 번째 방문이다. 더운 날씨에 노구를 이끌고 삼팔선 넘어 금가락지를 찾아주신 교수님이 고맙기만 하다. 교수님은 수은주가 영하 20도로 내려가던 강추위를 무릅쓰고 군량미라고 하시며 라면을 한 박스를 들고 오신적도 있었다. 털모자를 쓰고 두터운 파커를 입으신 모습이 꼭 6.25 참전 용사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정자에서 인근 금굴산 자락에서 자란 토종닭(그것도 장닭으로) 두 마리를 사와 가마솥에 미리 끓여 놓은 백숙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백숙은 마침 금가락지에 머물고 있는 친구 응규의 노련한 솜씨(어지간한 셰프보다 훨씬 낫다)로 녹두, 엄나무, 뽕나무, 마늘, 찹쌀 등을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을 지펴 적당히 끓인 덕분에 고소하고 쫀득쫀득한 맛을 냈다. 그만이 낼 수 있는 특별한 맛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3시 반이 경이 지나서야 왕징면 임진강변에 위치한 화이트다방으로 갔다.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기 이해서다. 오래된 다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침 마담(할머니 마담)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가 온다는 바람에 서울로 손자를 봐주러 가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단다.

 

화이트 다방에 오면 무조건 모닝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이근후 교수님의 제안으로 모두가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기로 했다(이동원교수님은 그냥 커피를 주문했다가 이근후 교수님의 주문으로 모닝커피로 바꿨다). 마침내 마담의 수고로 노른자위 동동 뜬 추억의 모닝커피가 나왔다. 모닝커피가 나오자 모두가 5080시대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날 달걀을 그냥 마시면 좀 비리한 맛이 날텐데, 커피에 희석되어 비릿한 맛이 거의 없다. 그 옛날 아침 대용으로 마셨던 모닝커피는 그 당시에는 부티나는 고급손님들만 마셨던 커피다. 모닝커피 한 잔 값이 자장면 두 그릇 정도에 해당되었으니 아무나 마실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다방이라는 특수한 장소와 예쁜 다방레지의 서비스를 받으며 마셔떤 커피이니 그럴만도 했으리라.

 

오래된 다방, 그것도 삼팔선 넘어 임진강변, 화이트 소령의 북진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다방에서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자니 저절로 대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교수님은 이번에도 화이트 다방에서 모닝커피 벙개를 한번 치라고 권유했다. 연천에서 군복무를 했던 사람이나, 연천에 특별한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모여 추억의 모닝커피를 마시면 뭔가 공감을 할 수 있는 정서가 많지 않겠느냐는 말씀이다.

 

교수님은 화이트 다방하면 빙크로스비가 주연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상한다고 하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 빙크로스비가 부른 노래로 당시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기네스북에 오른 노래이기도 하다. 1954년 마이클 커티스가 감독한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내용은 2차 세계대전에서 종전으로 귀향한 옛 전우들이 깜짝 벙개로 만난다는 내용이다.

 

이곳 임진강은 한국전쟁 당시 1951422일부터 24일까지 <임진강전투>가 치열하게 격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중공군 제63군의 3개 사단이 침투하여 연천, 적성 지구에 대공격을 감행하였다영국군 제29여단 소속 <그로세스터스샤> 연대 1대대는임진강에서 10배에 달하는 중공군에 대항하여 용전하였으나, 격전 끝에 설마리 계곡까지 후퇴하였다. 이 전투에서 그로스타 연대는 59명이 전사하고 526명이 포로가 되었으며, 겨우 67명만이 탈출에 성공을 하였다.

 

이러한 백병전이 벌어진 임진강변 화이트 다방에서 추억의 모닝커피 벙개를 한 번 쳐 보는 것도 매우 특별한 모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금가락지 인근에는 영국군 화장터도 있다.

 

올해는 정말 눈이 하얗게 쌓인 연천 임진강변 화이트 다방에서 추억의 모닝커피 벙개를 번쩍 한 번 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