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나는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찰라777 2007. 9. 26. 10:29

나는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이구아수 폭포에서 출발하여 밤새 달려온 버스가 상파울루에 도착할 무렵 경쾌한 삼바 리듬이 버스내에 울려 퍼진다. 리듬이 단순하고 경쾌하다. 담백하고 즐겁다. 엉덩이춤이 절로 나올 것만 같다.

 

"삼바, 삼바, 삼바…"

"아니 당신 왜 그래?"

"흥겹지 않소? 삼바 리듬이…"

"아이고, 못 말려."

 

 

▲인구 1100만명이 살고 있는 상피울루의 고층빌딩 스카이라인 

 

 

페루 리마에 도착하여 쿠스코-마추피추-티티카카-볼리비아-칠레의 산 페드로 아타카마-산타아고-부에노스아이레스-이구아수 폭포-그리고 지금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이르기까지…

 

안데스 산맥을 몇 번이나 넘고 넘으며 오직 육로를 따라 온 길!

우리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처럼 순전히 걸어서 세계를 여행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미 오지를 육로로 버스를 타고, 흑은 걸어서 안데스의 산과 사막을 고산병과 갈증과 싸우며 헤쳐나온 길이 몇 만리나 될까? 그 길은 극한 고행의 길이었지만 폴클로레, 탱고, 삼바로 이어지는 음악이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여행을 포기할 것인가를 몇 번이나 망설였던 갈림 길에 서 있을 때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한 줄기 음악은 마치 청량제처럼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다시 길을 가게 해 주곤 했다.  여기, 상파울루로 가는 지치고 긴 버스여정에서도 흘러나오는 삼바 리듬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들뜨게 하니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만큼 간사하기 그지없다.

 

삼바리듬은 남미의 그 어떤 음악보다도 경쾌하고 흥겹다. 페루의 안데스 음악이 애잔하고 슬프다면,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멋들어지면서도 어둡다. 그러나 브라질의 삼바는 마냥 경쾌하고 즐겁다.

 

나는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상파울루 사람들)이라도 된 듯 삼바를 흥얼거리며 하늘로 치솟아 있는 고층빌딩의 스카라인을 바라본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린 것이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지금은 파울리스타가 되는 거야. 이민자들이 독특하게 만들어 낸 문화, 즉 '혼돈의 조화'가 넘쳐흐르는 곳. 다양한 인종들이 홍수를 이루는 호도비아리아(Rodoviaria)터미널은 혼돈의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인구 약 1100만 명, 1000곳이 넘는 금융기관, 170개 이상의 극장, 7개의 텔레비전 채널, 11개의 일간신문, 257개의 정보기관지…"

"브라질에 이렇게 큰 도시가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이구아수 폭포에서 밤새 달려와 도착한 상파울루의 체테 호도비아리아  터미널.

 

 

터미널에 도착할 무렵 내가 안내서의 내용을 읽어주자 아내는 그저 놀라기만 한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유역이나, 이구아수 폭포 등 원시적인 자연만 상상을 하다가 이렇게 큰 도시가 나타나니 놀랄 수밖에.

 

브라질 최대 버스터미널인 체테의 호도비아리아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밖으로 나오자 마치 인종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 피부색의 사람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2층에서 "T"층(브라질에서는 1층을 T로 표시)으로 내려가니 100곳의 플랫폼, 100곳의 티켓 판매소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틀 후의 리오 행 버스티켓 두 장을 사들고 다시 체테 지하철역으로 갔다. 동양인의 거리인 리베르다대 역에서 내려 안내서를 보고 중국인 호스텔을 찾아갔다.

 

"너무 더러워요."

"다운타운이 가까워서 좋긴 한데……."

"그래도 너무 지저분해서 도저히 안 되겠어요."

"그럼 다른 데로 갈 수밖에."

 

하여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Sao Paulo - Praca Da Arvore"호스텔로 향했다. 다운타운에서 꽤 멀지만 호스텔은 깨끗하고 편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우리는 다시 리베르다대 거리로 갔다. 아내가 죽고 싶도록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했던 것. 리베르다대 역에서 내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리베르다대에 있는 '한국관'.

 

 

외국인이 가장 빨리 배우는 한국말은 "빨리빨리"

 

2층에 한국관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한국관이라는 간판만 보아도 반갑다. 2층으로 올라가 한국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인은 없고 현지인들만 있다. 주인은 한국인인데 경영은 현지인이 한다고.

 

"김치찌개 주세요."

"오케이."

 

내가 김치찌개 2인분하며 두 손가락을 들자 여자 종업원은 금방 알아듣는다. 아내는 배가고픈지 독촉을 한다. 하기야 이구아수 폭포에서 밤새 달려왔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빨리 주세요."

"오케이."

 

내가 한국말을 좀 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씩 웃으면서 건네는 말.

 

"빨리빨리."

 

그뿐이다.

한국인들이 여행지에 와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빨리빨리'이다 보니 그 말을 가장 먼저 배운다는 것. 네팔에 갔을 때에도 같은 말을 들었는데 이곳 상파울루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빠르게 김치찌개가 나왔다. 그녀는 마치 삼바를 추듯 날렵하게 김치찌개를 들고 왔다.

 

"정말로 빨리 나왔네!"

"빨리빨리."

 

그녀는 이 말을 되뇌며 다시 씩 웃었다. 아마 그녀도 한국관에 근무를 하다 보니 빨리빨리 병이 전염된 모양이다. 김치찌개를 다 먹어갈 무렵 한국인으로 보이는 60대의 중년신사가 나타났다. 종업원의 말로는 그가 이 식당의 보스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하도 반가워 내가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더니 그도 반가이 맞이한다.

 

"어허, 두 분이서 이렇게 멀리 브라질까지 오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소갈머리가 없는 부부지요."

"별말씀을… 그래 상파울루 구경은 좀 하셨나요?"

"오늘 아침에 막 도착을 했는걸요. 어디를 먼저 가보아야 하지요?"

"사실 상파울루는 도시만 컸지 볼게 별루 없어요. 뱀연구소를 한 번 가보심이 어떨지요. 그곳에 가면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아마존의 뱀들을 볼 수 있지요."

"아, 그래요."

"그리고 내일은 이곳 리베르다대 거리에서 일본인 축제가 열리는데 그것도 좀 볼만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치찌개가 맛이 그만이군요."

"아, 그래요. 그 것 참 다행이군요."

"종업원들이 한국말은 모른다는 데 '빨리빨리'란 말은 금방 알아듣더군요."

"아하 그거요. 한국의 여행자들은 들이닥치자 말자 모두들  빨리 달라고 어찌나 닦달을 하든지 이곳 현지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 빨리랍니다. 하하."

"하하, 그렇기도 하겠군요."

 

계산대로 가서 음식 값을 지불하면서 여자 종업원에게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녀는 "빨리빨리" 라고 속삭이면서 하면서 다시 씩 웃는다. 빨리빨리…빨리 가 보아야 빨리 죽기만 할 터인데, 빨리빨리 병은 정말 고쳐야 할 한국병이 아닐까?

 

 

 ▲상파울루 거리의 기점이 되는 대성당

 

 

한국관에서 나온 우리는 한국관 사장의 추천에 따라 부탄탄 뱀 박물관(Instituto Butanta)을 가기로 했다. 리베르다대 거리에서 걸어서 세 광장에 이르니 야자수 나무다 도열된 대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상파울루 거리의 기점이 되는 곳이다.

 

세 광장에서 헤블리카 광장으로 이어지는 대로는 상파울루의 중심가다. 고층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헤블리카 광장은 뉴욕의맨하탄을 방불케 한다. 그 중에서도 Edificio Copan건물은 비행접시 같다는 생가이 들 정도로 웅장하고 굴곡이 져 있다.  짙푸른 공원으로 둘러싸인 헤프블리카 광장에서 우리는 Butanta-USP행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