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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파노라마 같은 삶-리우데자네이루

찰라777 2007. 10. 6. 08:38

삶은 360도의 파노라마 같은 것

리우데자네이루, '1월의 강' 속으로!

 

 

 

   

'1월의 강'이란 뜻을 지닌 리우데자네이루(Rio-강 de Janeiro-일월)!

작열하는 태양과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숨이 막힐 듯 뜨거운 매력을 지닌 도시.... 남미는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로망의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1502년 1월 1일, 아메리코 베스푸치가 처음으로 리우 항의 구아나바라 만 깊숙이 상륙을 하였을 때에 잔잔한 해안이 마치 강처럼 보였다. 그는 바다를 강이라고 착각을 하고 그곳을 '1월의 강'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이름만큼이나 오묘한 매혹이 풍겨나는 곳, 리우데자네이루!

화려한 카니발, 사치스런 비치리조트, 완전무결한 즐거움과 역동적 놀이의 천재인 카리오카(Carioca, 리우에서 태어난 사람들)들의 유희… 리우는 삼바와 보사노바의 발상지답게 호화찬란함과 감미로움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항구다.

 

상파울루를 출발한지 버스는 6시간 만에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장거리버스 터미널에는 보사노바의 부드러운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긴 여로에 지친 늦은 밤이었지만 보사노바의 감미로운 선율이 방랑자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리우의 오니버스를 타고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잠자리를 찾아간다. 누가 아는가? 리우의 해변에서 아리다운 열아홉의 '이파네마의 처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오랜 여행에 지친 방랑자라면 누구나 이 아름다운 미항에서 한 번쯤 터질 듯 풍만한 몸매를 가진 리오의 여인에게 안겨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리라.

 

버스는 계속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달려가다가 이윽고 코파카바나의 해변에 방랑객을 떨어뜨린다. 늦은 밤인데도 해변에는 산책을 하는 아베크족들이 하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다. 카페에서는 보사노바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비키니차림의 여인들은 밤을 잊은 듯 모래사장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다.

 

아, 드디어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 있는 거대한 그리스도 상이 보인다! 고난의 예수는 십자가를 드리우며 어두운 허공에 둥실 떠 있다. 휘황한 불빛에 물들어 황금빛으로 잔잔하게 찰랑거리고 있는 밤의 바다는 바다라기보다는 차라리 정복자가 붙여준 '1월의 강'이란 말이 딱 어울려 보인다.

 

 

삶은 360도의 파노라마 같은 것

 

 

 

럭비공 같은 코르코바도 산정에 올라서면 리우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360도로 빙빙 돌아가듯 펼쳐진다. 세계 3대 미항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시드니, 나폴리 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아름답다. 코르코바도 산을 중심으로 팡데아수카르를 비롯하여 멀리 우뚝우뚝 솟아있는 럭비공 같은 수없이 많은 암봉들이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연출하고 있다.

 

그 암봉들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의 모래사장이 플라맹고에서부터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레브롱, 상콘라두 해안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하얀 모래사장의 길이는 무려 60킬로미터에 달한다.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 쪽빛 바다가 더욱 푸르게 보이고, 해변엔 부자들의 삶이, 반대편엔 가난한 자들의 삶이 이어진다. 그러나 카리카오들의 들의 삶은 부자나 가난한자나 모두가 낙천적이다. 강열한 햇빛은 이들에게 우울과 염세라는 곰팡이가 깃들 기회를 주지 않는 모양이다.

 

카니발을 즐길 돈 이 없으면 마지막 남은 귀중품이나 가구를 팔아서라도 화끈하게 카니발을 즐기는 낙천주의. 그리고 카니발을 즐긴 후에는 맨바닥에라도 몸을 던져 잠들 수 있는 태평함…. 순진하고 멀쩡한 사람도 초보 강도나 도둑으로 변하여 돈을 마련, 카니발을 즐긴다는 것.

 

인구 1억 7천만 명 중 5천만 명이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브라질엔 자연히 강도와 도둑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돈이 궁색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강도나 도둑으로 돌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강도나 도둑질이 단지 '많이 가진 사람'의 재물을 '나눠 갖는다'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개인의 총기소유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는 이곳에서는 시내 중심가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중인 차량을 대상으로 권총강도가 빈발하고 있다. 백주 대로에서 부티 나는 차를 털고, 대통령 부인의 승용차를 훔치고 대법원장의 집을 털기도 한다는 것.

 

그런가 하면 희한한 행각을 벌이는 강도들도 많단다. 집을 털고 나오던 강도가 젖먹이 아기를 보더니 강탈한 돈의 일부를 우유 값을 하라고 엄마에게 주기도 하고, 강도를 당한 자가 점심값이 없다고 하면 선 듯 점심값을 내주기도 한단다. 운전수를 권총으로 위협을 하여 돈을 뺏은 뒤 불과 5분 만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권총자살을 한 강도도 있다는 것. 강도들의 양심과 낭만을 엿보는 듯한 행각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한 리우데자네이루. 그러나 예수가 팔을 벌려 바라보고 있는 앞면의 해변엔 부자들이 떵떵 거리며 살고 있는가 하면, 그 뒷면의 산기슭엔 빈민의 판자촌 '파벨라(Favelas)'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부자들은 방탄차를 타고가면서 강도들을 두려워하고, 강도들은 권총으로 부자들을 털면서 혹시 잡혀서 감옥에 갈 것을 두려워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낮과 밤, 그리스도 상의 앞면과 뒷면… 이곳 안개가 끼었다가 사라지곤 하는 리우의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 것들이 럭비공처럼 빙글 빙글 돌아가는 것 같다. 삶은 360도의 파노라마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