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Australia

폭풍 속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

찰라777 2007. 12. 10. 08:47

그레이트 오션 로드  폭풍 속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가는 버스 속에서 하필이면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탈출 장면이 떠오를까? 아마 그것은 호주라는 땅에서 바다를 향하여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절벽에 뛰어내려 코코넛을 담은 큰 자루를 타고 파도를 가르며 자유를 쟁취하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차창에 떠오른다. 코코넛 자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외치던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

 

"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

"야, 이놈들아, 나는 아직 여기 살아있다!"

 

 

시스템 대 반 시스템

 

세상은 시스템이라는 빵틀 속에 갇혀 달달 볶이며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음지에서는 마피아 같은 조직이, 양지에서는 정치 조직이나 군대 조직, 그리고 거대 한 회사 조직도 시트템의 빵틀역할을 할 때가 많다. 또한 학연이나 지연, 혈연이라는 시스템도 거미줄처럼 얽혀져 그 속에서 옥죔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찰라(글쓴이)도 젊은 날의 한 때를 시스템 속에 갇혀 분노하고 반항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좌절하고, 병들고, 고통을 이기지 못해 직장까지 휴직을 해야 했던, 죽고 싶을 정도로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아마 우리세대의 젊은 날은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해 본적이 있으리라.

 

그런 70년대 암울했던 젊은 날에 보았던 빠삐용이란 영화 한편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신선한 청량감을 주었다. 억울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악마의 섬"으로까지 유배된 빠삐용 역시 정부 조직이 내린 오판의 희생자다.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에는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내가 얻는 교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찰나(刹那)'의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영화 "폭풍 속으로",

그 감동의 현장으로...

 

버스는 곧 멜버른 시내를 벗어나 웨스트게이트 브리지(Westgate Bridge)를 타고 오른다. 웨스트게이트 브리지는 아찔할 정도로 높은 다리다. 멀리 바다를 건너 아름다운 필립 만(Phillip Bay)과 하늘을 찌르는 멜버른의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필립만 다리 밑으로는 화물을 가득 실은 증기선들이 연기를 품으며 항만으로 들어간다.

 

빅토리아 제2의 도시 질롱을 지나 우리는 곧 호주 서핑의 수도이자 그 유명한 립컬(Rip Curl, 서핑 웨어 생산공장)의 홈 타운으로 불리는 토키(Torquay)에 도착한다. "Rip(잡아 찢다)"과 "Curl(수면)"이란 뜻의 합성어인 립컬회사는 그 이름에 걸맞게 파도를 찢는 서핑웨어 등 서핑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우리는 토키의 어느 카페에 들려 AAT King에서는 제공하는 모닝 데번셔 티(Devonshire Tea, 커피와 브레드를 곁들인 간단 아침 요기 거리)라는 회괴한 이름의 차를 마시며 잠시 한숨을 돌렸다.

 

 

 

 

데번 티로 몸을 데운 우리들을 버스는 영화 "폭풍 속으로(Point Break)"의 촬영지인 벨스 비치(Bells Beach)에 내려놓는다. 벨스 비치는 세계 서핑 대회가 열리는 서퍼들의 천국이다. 아마 영화 "폭풍 속으로" 를 본 사람이라면 20대의 다이내믹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를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대학 미식축구 출신인 신참 FBI요원 조니(키아누 리브스 역). 은행을 털어 전 세계 유명 서핑지역만을 찾아다니며 서핑을 즐기는 서핑광이자 은행 강도인 보디(패트릭 스웨이지 역). 조니는 시스템에서 촉망을 받는 FBI 요원이고, 보디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서핑에 미친 반항아다. 시스템 대 반 시스템, 그리고 파도. 시대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배경이나 시스템대 반 시스템의 내용은 "삐삐용"과 일맥상통한다.

 

서퍼에 문외한인 관객들일지라도 영화 속에서 파도를 찢으며 질주하는 서퍼들의 세계에 매혹 당하고 말 것이다. 조니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가진 보디의 생소한 가치관과 서핑을 향한 열정에 단숨에 사로잡히고 만다. 보디는 마치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의 화신처럼 보인다. 폭발적인 생명력을 가진 보디는 좁혀오는 수사망으로 동료서퍼들이 불안해하자 특유의 궤변으로 그들을 압도하며 설득시킨다.

 

"우리는 돈 때문에 은행을 턴 게 아니야. 이건 시스템과의 싸움이라야. 이 X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시스템을 비웃고 파괴하려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어야 해!"

 

 

 

 

그런 보디에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보디는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이곳 "벨스 비치"까지 추적해온 조니를 데리고 컴컴한 밤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조니에게 뭔가 보이는 게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조니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어리둥절해 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올라타는 게 아니야. 마음으로 타는 거야. 마음으로 느껴봐! 그리고 파도와 하나가 되는 거야!"

 

"보디"는 산크리스트어 "보디사트바 Bodhisattva"의 준말로 부처의 경지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란 뜻이다. 그는 서핑에서 한 소식 깨달음을 얻는 보살의 경지 있는 자일 게다. 그러나 영화 속의 보디는 보살보다는 미륵에 가깝고, 미륵보다는 파계승에 가깝다.

 

 

 

 

보디는 서핑의 순간에는 시공을 초월한 "禪"을 추구하는 구도자이면서, 속세에서는 은행 강도와 프리섹스, 스카이다이빙 등 감각적인 쾌락을 즐기는 위험한 파계승이다. 그런 그의 세계는 "감각의 제국"속에 있다. 은행 강도를 잡으려고 보디가 속해 있는 감각의 제국 속에 들어선 조니는 보디의 카리스마적인 열정과 감각에 서서히 "전염"되고 만다.

 

 

 

 

"보라구 조니, 사나이에게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기회야! 제발,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 속으로 나를 보내줘… 내 전 생애동안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왔어! 제발 나를 좀 보내줘, 제발!"

 

폭우가 쏟아지는 거센 파도 속에서 한 차례 격렬한 격투를 벌이던 조니는 보디의 손을 자신의 손에 한데 묶어 수갑을 채운다. 그러나 보디는 벨스 비치에 밀려오는 산더미 같은 파도를 바라보며 절규한다. 제발,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큰 파도를 타게 해 달라고. 밀려오는 파도와 보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니는 드디어 보디를 풀어주고 만다. 조니의 잠재의식 속에 용틀임을 하고 있던 시스템 밖의 자유가 보디를 풀어주게 하고 만 것이다.

 

 

 

 

보디는 조니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산 같은 서핑보드를 타고 파도 속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마치 빠삐용이 코코넛을 타고 푸른 바다 저 멀리로 나아가듯 보디도 파도 속으로 사라져 간다. 파도가 그를 덮치고 사라져 갈 때 무장한 경찰이 헬기에서 내려 당도를 한다. 사라져 가는 보디를 바라보던 조니는 현장을 떠나 홀로 해변을 걸어간다. 그리고 보디가 돌아 올 때에 다시 그를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경찰에게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He's not coming back."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FBI 배지를 가슴에서 뜯어내 파도 속으로 던져 버린다. 그도 시스템 밖으로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는 보디의 삶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빠삐용"과 "폭풍 속으로" 이 두 편의 영화는 시스템과 반 시스템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감동의 명화다.

 

 

 

 

우리는 개미 쳇바퀴를 돌 듯 일상을 살아가다가 불현듯 "보디"와 같은 시스템의 캐릭터와 부딪칠 때가 있다. 그리고 지루한 일상을 툴툴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진실로 하고 싶었던 일"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애써 억누르고 다시 시스템 속의 쳇바퀴 돌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생에 피할 수없는 어떤 게기로 인하여 최근 10년간 배낭하나 걸머지고 지구촌을 여행하면서, 찰라는 영화 속보다 더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거나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종전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암과 싸우면서도 휠체어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지구촌의 고지를 힘들게 달리는 사람들은 왜 또 그토록 힘든 여행을 할까? 또한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면서도 이 힘든 배낭여행을 멈추지 않는 찰라의 평생지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를 일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파도는 계속해서 해변에 부서지며 이어진다. 론, 아폴로 배이, 로치 아드, 그리고 12 사도와 런던 브리지 등… 이 일 때가 모두가 영화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세계 1차대전을 치르고 귀향한 참전 용사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하여 1919년부터 착공을 했다.

 

 

 

 

 

 

착공 13년만인 1932년에 개통한 이 도로는 총 214km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아름다운 해변을 달린다. 때문에 영화 촬영이나 CF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로 공사를 하면서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산을 헐어 자연환경 지나치게 훼손하였다는 환경론자들의 지적을 바도 있기도 하다.

 

도로에는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아치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암벽과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볼 때마다 참전용사들의 넋보다는 영화 빠삐용과 보디의 용기 있는 삶의 장면들이 겹쳐져 환상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찰라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비록 영화 속에서 그들의 보이는 몸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은 아직 이 파도 속에 남아 있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을 피할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면 죽음도 삶의 한 방법이 아닐까?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은 누군가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돌아가심"은 다시 "돌아오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영화 속의 조니는 보디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어쩐지 보디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파도를 헤치고 어디선가 다시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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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url을 클릭하시면 영화 "폭풍속으로"의 마지막 감동적인 장면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1ud7EnrZHQ&eurl=http://photohistory.tistory.com/1758"

 

 

※ TOUR TIP Swanston Walk 투어 센터

 

멜버른의 원 데이 투어는 모두 멜버른 시 스완스톤 워크 미드타운 플라자 출발한다. Gray Line, APT, AATKings 등 투어회사 매표소가 한 테이블에 모여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티켓을 사는 것보다 멜버른 한국인 여행사를 통해서 구입하면 훨씬 싸게 구입을 할 수가 있다. (참고 AATKings Home page : www.aatings.com)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글/사진 찰라)